[조이 김의 영화세상] 영화가 그대를 속일지라도(Argo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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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 김(영화 칼럼니스트)

 

‘벤 애플렉’이 알콜중독으로 재활 시설에 입원했다. 잘 나가는 배우인 그는, 25세때

‘맷 데이먼’과 공동으로 각본을 쓴  “Good Will Hunting “으로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한 인재이다. 그가 감독, 주연을 맡아 2013년 아카데미와 골든 글로브 최우수작품상을 휩쓴 영화를 소개한다.

1979년 이란, 모슬렘 지도자 ‘호메이니’가 정권을 장악한다. 그해 11월, 쫒겨난 국왕을 받아준 미국에 대한 불만으로 성난 군중들이 테헤란주재 미대사관을 습격한다.

50명이 넘는 대사관 직원들이 인질로 잡힌다. 그들 중 여섯명은 캐나다 대사관저로 몰래 피신한다. 미국 정부는 즉각 비난 성명을 발표하고 나라 전역에 인질들의 무사 귀환을 바라는 노란 리본들이 나무에 묶인다. 시간이 흐르면서 여섯명의 신분이 이란 군부에 노출될 위험에 처하고 캐나다의 외교적 입지도 곤란해진다. 국무부는 CIA에 협조를 요청하고 구출 전문가 ‘토니 멘데즈’가 투입된다. 상사 ‘잭’과 이런저런 구출 시나리오를 생각해 보지만 별 뾰족한 수가 없다. 토니는 SF영화 “혹성 탈출”을 보다가 등장인물들이 사막을 건너는 장면에서 힌트를 얻는다.

토니는 미팅에서 자신의 아이디어를 내놓는다. 가짜 영화사를 차려서 SF영화를 이란에서 촬영하는 것처럼 꾸민다. 그리고 토니가 직접 테헤란에 가서, 직원들을 영화사 스탭으로 위장시켜서 데려오는 것이다. 이 터무니없는 작전을 국무부가 어쩔 수 없이 승인한다. 토니는  헐리우드의 분장사 ‘존’에게 연락한다. 존은 프로듀서 ‘레스터’를 연결하고 셋은 머리를 맞대고 이란과 미국을 감쪽같이 속여 넘길 희대의 사기극 각본을 짠다.

‘스튜디오  6’란 영화사를 차리고 ‘아르고’란 제목의 SF환타지 영화를 제작한다고 발표한다. ”스타 워즈”의 성공으로 미국 내에 SF 영화 붐이 한창일 때이다. 시나리오와 스토리보드를 만들고 언론에 대대적인 홍보를 한다. 의상 제작과 배우들의 대본 리딩도 들어간다. 토니는 여섯명의 캐나다 여권과 그들의 영화사 스탭으로서의 신분을 만들어서 테헤란에 들어간다. 캐나다 대사관저에서 여섯 명에게 그들의 가짜 신분과 여권을 건네고 탈출 작전을 설명한다. 토니는 테헤란 문화성 직원의 안내로,  촬영지 헌팅이라는 명목하에 여섯명을 데리고 인파가 북적이는 시장에 나간다. 영화사 스탭들처럼 행동하고 사진도 찍는다. 다음날이 D-Day. 숙소로 돌아온 토니는 상사로부터 계획이 전면 취소되었다는  통보를 받는다. 작전이 성공하기 힘들다고 판단한 국무부는, 대신 군부대를 보내 물리적인 구출을 시도하려고 한다. 이튿날 토니는 상사에게 그대로 진행하겠다는 통보를 하고 여섯명을 태우고 공항으로 향한다. 미국 본부가 발칵 뒤집힌다. 취소한 항공 스케줄과 일곱명의 신원을 컴퓨터상에 복귀시키느라  난리를 치른다.

토니 일행은 공항에서 마지막 심문중에 정체가 탄로날 위험에 빠진다. 군인이

LA의 가짜 스튜디오로 전화를 하고, 존이 받아서 위기를 넘긴다. 일행은 ‘스위스 에어’에 탑승하고 비행기가 움직이는데, 탈출한 여섯명의 사진이 공항 경비대에게 도착한다. 무장한 군인들이 쫒아가지만 747기는 하늘로 오른다. 토니는17년이 지난 1997년에

구출 작전이 세상에 발표되면서 당시의 훈장을 받는다.

실화를 영화로 만들었다. 도입부의 이란 군중들의 시위와 대사관 점거 과정은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처럼 긴박하고 사실적이다. 불타는 성조기와 어둠의 사자 같은 호메이니의 대형 초상화는 잊고 있었던 역사를 생생하게 떠올린다. 카터 대통령의 육성이 담긴 성명과 당시 텔레비젼 뉴스 장면들은, 관객들을 그 시대로 돌아가게  한다. 화려하고 떠들썩한 헐리우드와  시간이 흐를수록  초조해하고 절망하는 여섯명의 갈등과 심리가 극적 대비를 이루고, 크레인에 매달린 시체와 성난 군중들로 가득한 테헤란 거리의 불길함등이 치밀하다.  마지막에 공항을 빠져나가는 장면은 액션 하나 없이도 관객을 극도의 긴장과 흥분으로 몰고 간다. 토니가 경비병에게 영화 내용이 그려진 스토리 보드를 선물로 주자 아이처럼 좋아하는 모습은 웃음이 난다.  스산하고 긴박한 음악도  훌륭하다.

애플렉이 속히 영화계에 복귀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