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 김의 영화세상] 옛날 옛적 헐리우드에서(Once Upon a Time···in Hollywood 2019)

2044

조이 김(영화 칼럼니스트)

영화를 좋아하지만 폭력과 유혈이 낭자한 작품은 삼가한다. 허구의 것이라 해도 피를 보는 것은 불편하다. 그럼에도 꼭 찾아서 보는 영화들이 있다.  ‘쿠엔틴 타란티노’감독 영화들이 그렇다. 처음에 “저수지의 개들”을 보고 어떻게 이런 스토리와 피로 떡칠한 영상을 만들 수 있을까 충격을 받았었다. 절대 내 스타일의 영화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의 영화들이 나올 때 마다 꾸준히 극장을 찾는다. 독특한 인물들, 자유분방한 스토리에 나쁜놈들 응징하는 좀 과하다싶은 폭력도 은근히 속시원하다. 세련된 스타일과 신나는 음악도 매력적이다. 그가 헐리우드 마지막 황금기에 바치는 헌사이자 올해 칸 출품작인 영화를 소개한다.

1969년 2월, 헐리우드. 영화 산업도 새롭게 변화하는 중이다. 50년대 텔레비젼 인기 서부극 ”바운티 로”의 주인공이었던 ‘릭 달톤’(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은 이제 한물 간 배우다. 그의 스턴트맨이자 친구인 ‘클리프 부스’(브래드 피트)는 알코올중독인 릭의 운전사겸 비서 역할을 한다. 참전 용사였던 클리프는 핏불 ‘브랜디’와 트레일러에서 사는데 아내를 살해했다는 루머때문에 영화판에서 일을 찾기가 어렵다. 릭의 옆집에 유명한 감독 ‘로만 폴란스키’가 아내인 배우 ‘샤론 테이트’와 이사를  온다. 릭은 폴란스키와 친해져서 그의 작품에 출연하고 싶은 희망을 품는다.

릭은 새로운 서부극 시리즈에서 주인공이 아닌 악당역을 맡게 된다.

촬영중에 전날 마신 술떄문에 대사를 잊어버린 릭은 자신의 연기에 분노한다. 성실하게 연습을 하고 다시 촬영에 임해 리얼한 연기를 펼쳐 감독과 배우들의 찬사를 받는다. 릭은 감동하고 자신감을 회복한다. 한편 ‘챨스 맨슨’과 그를  따르는 히피들이 서부극의 촬영장이었던 ‘스판 랜치’에서 집단 생활을 시작한다.  맨슨은 폴란스키 집을 찾아와 전에 살던 사람들에 대해 묻는다.

스턴트 촬영 대기중이던 클리프는 셋트장에서 만난 ‘부르스 리’의 오만함에 맞서 대결을 하고 해고된다. 일거리가 별로 없던 릭은  클리프와 6개월 동안 이태리에서 스파케티 웨스턴 영화를 찍는다. 이태리 여배우와 결혼을 하고 미국에 돌아 온 릭은  경제 사정상 클리프와 헤어지기로 하고 둘은 마지막 밤을 릭의 집에서 보낸다.

그날 밤 맨슨의 지시를 받은 세명의 히피들이 폴란스키 집에 침입해서 집안 사람들을 죽이러 왔다가 계획을 바꿔 릭의 집에 들어간다. 집에 있던 클리프는 칼을 든  히피들과 맞닥뜨리게 되고, 애견 브랜디의 습격과 클리프의 무술로 오히려 히피들이 무참하게 죽는다.  경찰이 도착하고 사건이 종결되자, 옆집사는 샤론이 릭의 안부를 걱정하며(릭이 희망했었던) 폴란스키 저택으로 그를 초대한다.

60년대의 헐리우드, 거리와 자동차, 사람들이 고스란히 재현되어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디카프리오와 피트라는 재능있고 매력적인 두 배우의 조합과 ‘알 파치노’, ‘커트 러셀’을 비롯한 유명 배우들의 멀티 캐스팅도 호화롭다. 참혹하게 살해당한 샤론 테이트를 살린 각본도 마음에 든다. 디카프리오의 잊혀져가는 배우 연기가 어쩐지 우습고 연민이 간다.  굴곡진 삶을 산 강하고 고독한 남자의 연륜이 묻어나는 피트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귀에 감기는 음악도 좋다. 내용이 알찬 종합선물 셋트같은 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