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 김의 영화세상] 왕의 정원 (A Little Chaos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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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 김(영화 칼럼니스트) 

슬기로운 집콕 생활을 하는 요즈음 넷플릭스가 엔터테인먼트의 최강자이다. 막대한 자본을 투자한 오리지널 시리즈와 새영화들이 속속 올라오는데 오래 전에 만들어진 뛰어난 작품들과 보려다 놓쳤던 영화들까지 방영을 해주어 나를 신나게 한다. 사극 특히 유럽 궁정이 등장하는 시대물을 좋아하는데 권력 다툼, 음모와 배신, 사랑과 복수는 기본에 귀족들의 화려한 의상과 무도회 장면은 달콤하다. 무엇보다 멋진 왕실의 정원을 눈으로 산책하는 즐거움은 보너스다. 예쁘고 연기 잘하는 ‘케이트 윈슬렛’주연의 로맨틱하고 재미있는 시대극을 소개한다.

17세기 프랑스. 태양왕 ‘루이 14세’는 베르사이유 궁전의 정원을 건축가 ‘앙드레 르 노트르’에게 맡긴다.  왕은 자신의 이름에 걸맞게 위엄과 미를 갖추고 야외에서 무도회를 열수 있는 정원을 원한다. 앙드레는 여러 정원 설계사들을 인터뷰한다. 유일한 여성인 ‘사빈 드 바라’는 르네상스 스타일을 답습하지 않고 개성있고 자유로운 설계를 제시했다가 떨어진다. 어떤 설계도 마음에 차지 않아 고민하던 앙드레는 사빈의 거처를 방문하고 비정형의 독특한 그녀의 가든을 보고 감탄한다. 사빈의 자유로운 아이디어와 디자인에 매료된 그는 사빈을 정원 설계사로 발탁한다.  왕의 정원에는 분수를 설치할 계획인데 멀리서 물을 끌어 와야 해서 경비가 많이 든다. 사빈은 저수지를 파고 분수에서 떨어진 물을 재활용하는 해결책을 생각해내고  공사는 속도가 붙는다. 흙을 파고 구역을 나누고 나무들을 끌어오는 고된 노동을 사빈은 앞장 서서 진두지휘하는데 남자 인부들은 그녀의 지휘를 달가워 하지 않는다.

현장을 방문한 앙드레는 열정적이고 헌신적인 사빈에게 마음이 끌린다. 사빈은 남편과 딸을 마차 사고로 잃은 과거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앙드레는 애인을 둔 아내와 형식적인 부부로 살고있다. 궁정에 초대된 사빈은 왕의 동생 ‘필립 오를레앙’공작과 그의 아내를 만나는데 사빈은 솔직하고 순수한 성품으로 공작 부부의 신뢰를  받는다. 남편이 사빈에게 마음이 있는 것을 알게 된 앙드레의 처가 애인을 시켜 저수지 문을 열어 공사 현장에 물난리가 난다. 사빈은 물속에 휩쓸리고 앙드레가 구한다. 사빈은 엉망이 된 현장에서 복구 작업을 시작하고 과거 자신의 경쟁자였던 설계사의 도움을 받는다.

왕비가 사망하자 슬픔에 빠진 왕은 홀로 농장에 가는데 꽃배달을 온 사빈과 만난다. 자신의 신분을 모르는 사빈의 밝고 따뜻한 성품에 호감을 가진 왕은 나중에 그녀를 궁정에 초대한다. 화려하고 가식적인 궁정 여인들 속에서 평민인 사빈은 지혜롭고 용감한 성품으로 왕의 칭찬을 받는다. 드디어 정원이 완성되고 사빈의 지휘로 분수에서 물이 솟고 오케스트라가 숲에서 연주를 하자 왕과 귀족들은 정원에서 왈츠를  춘다. 사빈은 앙드레와 손을 잡는다.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 프로페서 ‘세베루스 스네이프’로 친근한 배우 ‘알란 릭맨’이 감독하고 루이 14세 역을 했다. 유명한 베르사이유 정원이 만들어진 과정이 재미있고 낭만적으로 펼쳐진다.  앙드레는 왕의 정원을 만든 실존 인물이고 사빈은 창조된 주인공. 성과 계급의 장벽을 넘어 왕의 정원을 책임진 여성 정원 디자이너의 모습이 기발하고 유쾌하다. 여러 배우들의 연기가 코믹하고 풍자적이고 촬영과 음악이 섬세하고 부드럽다. 보고 나서 기분좋은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