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 김의 영화세상] 인피니틀리 폴라 베어( Infinitely Polar Bea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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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 김<영화 칼럼니스트/시카고>

 

“어벤져스”에서 ‘헐크’로 나오는 ‘마크 러팔로’는 친근한 아저씨 외모에 연기를 잘하는 배우이다. 카톨릭 사제들의 수십년에 걸친 아동 성추행을 폭로한 ‘보스톤 글로브’에 관한 영화 “스포트라이트”(Spotlight)에서는 후줄근한 청바지에 밤샘을 거듭하며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기자 ‘마이크’로 열연했다.

그가 바이폴라( bipolar disorder:조울증)를 앓는 남자로 나오는 따뜻하고 재미있는 가족 영화를 소개한다.

1970년대 말 보스톤. 재능있고 낙천적인 ‘캠(카메론)’은 조울증 발작으로 다니던 직장에서 해고되고 정신병원에 입원한다.

캠의 조울증을 알고도 결혼한 아내 ‘매기’와  총명한 두 딸 ‘아멜리아’와 ‘페이스’는 싼 동네 작은 아파트로 이사를 간다.

혼자 일해서 두 딸을 힘겹게 키우는 매기는 딸들을 좋은 사립학교에 보내고 싶다. 매기는 ‘콜롬비아’ 대학의 MBA코스를 신청해서 장학금을 받게 된다. 캠의 상태가 호전이 되어 병원에서 나오자,

매기는 뉴욕에서 공부할 동안 캠에게 딸들을 돌봐줄 것을 부탁한다. 자신의 상태를 잘 아는 캠은 부담이 되지만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마지못해 승락한다. 캠은 딸들을 위해 음식을 만들고 학교를 데려주는 등, 정상적인 부모 노릇을 하려고 노력하지만 쉽지 않다.

딸들은 한밤중에 갑자기 없어지거나, 아파트 주민들에게 지나치게 친절을 베푸는 아빠때문에 삶이 피곤하다. 캠은 기분이 고조되면 온갖 창작 아이디어가 떠올라 밤새 무얼 만들지만 대부분 미완성 으로 끝난다. 그러다보니 집안은  발 디딜 틈이 없다.  딸들과 캠은 서로에게 소리도 지르고 불평도 하면서 함께 사는 데 익숙해져 간다. 캠은 아파트의 아이들을 집으로 불러 간식을 주고 농구도 하면서, 딸들에게 친구를 만들어 준다. 학위를 딴 매기는 식구들이 있는 보스톤에서 직장을 잡으려고 한다. 하지만 보수적인 도시는 흑인인 매기를 채용하지 않는다. 뉴욕에 취직이 된 매기는 자신은 일해서 생활비를 보내고 딸들은 캠과 살면서 사립학교에 다니게 한다. 캠은 발표회나 운동 시합에 항상 참석해서 사진을 찍거나 응원을 하는 유일한 부모로 학교에서 인기를 얻는다.

여류감독 ‘마야 포브스’의 자전적 스토리를 토대로 만든 작품이다.

영화에서 ‘크레이지 타임'(crazy time)이라고 표현했던 60년대 말,

조울증진단은 그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을 것이다. 제목 폴라 베어는 바이폴라를 코믹하게 표현했다. 정신질환을 앓으면서 사랑하는 아내와 딸들을 지키려는, 한 남자의 눈물겹고도 웃기는 삶의 투쟁이 사실적이고 감동적이다. 극과 극의 감정을 오가는 캠의 엉뚱함을 치밀하고 섬세하게 표현한 러팔로가 압권이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초록색 여전사 ‘가모라’로 유명한 ‘조 샐다나’의 매기는 현실감있고 차분하다. 두 딸로 나오는 어린 배우들의 천진하고 자연스러운 연기도 훌륭하다. 향수어린 음악과 서정적인 촬영도 뛰어난 수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