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 김의 영화세상] 콜로라 시대의 사랑(Love in the Time of Cholera 2007)

2302
조이 김(영화 칼럼니스트)

전염병으로 거리두기가 새로운 삶의 방식이 된 요즈음 제목때문에 본 영화가 있다. 노벨상 작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즈’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 했다.

툭하면 콜레라가 휩쓸던 19세기 말과 막 20세기에 들어 선 콜롬비아가 배경이다. 첫사랑을 가슴에 품고 평생 그, 또는 그녀만을 사랑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 지순한 사랑이라고 하기엔 당사자에게 가혹하고 불행일 것이다.

19세기 말 콜롬비아의 항구 도시. 청년 ‘플로렌티노’는 전보를 배달하다 노새 상인의 아름다운 외동딸 ‘페르미나’에게 한 눈에 반한다.  연애 편지를 보내고 바이얼린으로 세레나데를 연주하며 구애를 하고 둘은 영원한 사랑을 맹세한다. 둘 사이를 알게 된 페르미나의 아버지는 딸을 데리고 다른 마을로 이사간다.  떨어져 지내도 플로렌티노는  한결같은 사랑으로 페르미나에게 전보를 보내며 그녀를 기다린다. 몇 년 후 다시 마을로 돌아 온 페르미나는 자신들의 사랑은 단지 환상이었다고 말한다. 실연당한 플로렌티노는 괴로움으로 비참한 나날을 보내고 페르미나는 부유한 의사와 결혼한다.

삶의 의욕을 잃은 아들이 걱정된 플로렌티노의 어머니는 젊은 과부를 아들 방에 넣어 준다. 성적 쾌락에 눈을 뜬 플로렌티노는  페르미나에 대한 사랑을 간직한 채 수많은 여자들과 육체적 관계를 맺는다. 삼촌의 사업을 돕고 연애 편지를 대필해 주며 페르미나의 삶을 멀리서 지켜 본다. 페르미나는 남편과 가정에 충실하고 남편의 외도에도 결혼 생활을 지켜낸다.

그렇게 50년의 세월이 흐르고 플로렌티노가 상대한 여자들 숫자가 620명이 넘어 갈 무렵, 페르미나의 남편이 사다리에서 떨어져 사망한다. 그 소식을 듣자 플로렌티노는 한 걸음에 그녀를 찾아가서 처음 본 날부터 51년 9개월

동안 변함없이 그녀를 사랑하면서 기다려왔음을 고백한다. 화를 내고 거절하던 페르미나는  결국 플로렌티노의 사랑에 마음을 열게 된다.

70을 훌쩍 넘기고 흰머리와 주름이 가득한 얼굴과 굽은 허리를 하고서

두 연인은 서로를 마주보고 사랑을 확인한다.

독특한 연애 소설 한편이 시간의 흐름을 따라 화면 위에 펼쳐진다.

스페인 국민 배우 ‘하비에르 바르뎀’이 반세기를 뛰어 넘는 한결같은 사랑의

남자 플로렌티노를 절절하고 강렬하게 연기한다. 영화 속 도시와 시골, 항구와 시장 풍경들이 수채화처럼 곱다. 당시 남미의 사회상, 서민들의 삶과 애환, 상류층의 애정관등도 흥미롭다. 사랑과 결혼, 후회와 미련은 시대를 초월하는 화두이다.  ‘샤키라’의 노래 “Despedia”가 호소력 있고 음악도 좋다. 코로나로 방콕하면서 요염하고 매혹적인 과거의 남미로 시간 여행을 떠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