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 김의 영화세상] 태양은 가득히 : Purple Noon (1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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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 김 영화 칼럼니스트 

로마. ‘필립’과 친구 ‘톰 리플리’가 카페에 앉아서 수다를 떨고 있다. 햇빛에 그을린 구릿빛 피부와 호탕한 태도의 ‘필립’은 한눈에도 사치스럽고 자유분방한 부잣집 도련님이다. 그의 오랜 친구 ‘톰’은 머리좋고 핸섬하지만 가난하다. 필립의 아버지는 이태리에서 흥청망청 놀아나는 망나니 아들을 샌프란시스코로 데려다 주면 5,000불을 주겠다고 톰에게 약속했다.

톰은 변덕스러운 필립의 비위를 맞추며 어떻게 해서든 그를 미국으로 데려가려고 한다. 필립은 애인 ‘마르쥬’가 있지만 다른 여자들과도 자주 놀아난다. 필립은 툭하면 톰을 무시하고 함부로 대하지만, 톰은 언제나 순종하며 필립의 시중을 든다.

필립과 마르쥬가 요트 여행을 떠나는데 톰이 동행한다. 요트에서 톰은 찬밥 신세이다. 필립은 마르쥬 앞에서 대놓고 톰을 조롱한다. 바다 한 가운데서 필립은 톰을 작은 보트에 태워 홀로 내보내고 그대로 둔다. 한낮의 뜨거운 태양 아래서 몇 시간을 보낸 톰은 등에 화상을 입고 정신을 잃는다. 한참 후에야 필립은 톰을 구조한다. 그날 밤 톰은 여자 귀걸이 한짝을 필립의 자켓 주머니에 몰래 넣는다. 필립과 마르쥬는 대판 싸우고 화가 난 마르쥬는 요트에서 내리고 톰과 필립만 남게 된다.

필립은 톰의 속이 궁금하다. 톰은 비굴할 정도로 잘 참고 자기의 싸인을 그대로 따라 하고 다른 사람 목소리도 똑같이 흉내 낸다. 필립은 요트 위에서 톰과 카드 게임을 한다. 필립의 유도 질문에 솔직하게 대답한 톰은 필립의 가슴에 칼을 꽂는다.

톰은 필립의 시체를 밧줄로 묶어서 바다 한 가운데 던진다. 육지로 돌아 온 톰은 필립의 여권에 자기 사진을 붙이고 싸인을 연습한다. 필립의 옷과 구두를 착용하고 필립의 타자기로 편지를 쓰고 싸인을 위조한다. 필립의 이름으로 호텔에 들고 은행에서 돈을 찾는다. 이 모든 과정이 치밀하고 실수없이 이루어지는 데, 갑자기 필립의 친구 ‘프레디’가 숙소로 찾아 온다. 톰과도 안면이 있는 프레디가 톰을 의심하자 흉기로 그의 머리를 내려치고, 시체를 외딴 곳에 버린다. 경찰이 개입하고, 경찰은 사라진 필립을 용의자로 보고 수사를 시작한다. 톰은 사모하던  마르쥬에게 접근해 그녀의 마음을 얻는다. 마르쥬와 톰이 해변가에서 데이트를 하는데, 필립의 아버지가 찾아온다. 아버지는 부두에 묶여있는 아들의 요트를 살펴 보는데, 그때 밧줄이 당겨지면서 필립의 시체가 물속에서 서서히 떠오른다. 마르쥬가 비명을 지른다.

너무도 유명한 엔딩과 슬프고 감미로운 주제곡. 끝없는 청색의 바다와 푸른 하늘, 뜨거운 햇살. 무엇보다 스물네살 젊은 ‘알랭 들롱’의 고독하고 위험한 눈빛이 우리를 사로잡는다.

미국 여류 작가 ‘패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소설  “재능있는 리플리씨”(The Talented Mr. Ripley)를 프랑스 감독 ‘르네 클레망’이 영화로 만들었다. 1960년의 이태리 로마와 몬지벨로, 나폴리의 밝고 서정적인  풍경이 아름답고 톰이 요트의 갑판에서 키를 잡고 바라보는 바다는 말로 표현할 수없이 황홀하다. 자신의 욕망을 위해 살인을 하고 거짓말을 하는 톰은 범죄자인데도 연민과 공감을 갖게된다. 그가 들키지 않고 마르쥬와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드는 것은 순전히 톰을 연기한 ‘알랭 들롱’의 완벽한 외모와 치명적인 미소에 있다. 영화가 나온 지 57년이 지난 현재에도 손으로 꼽고싶은 명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