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 김의 영화 세상] 그래도 인생은 아름다워 ( The Midwife 20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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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 김(영화 칼럼니스트/시카고)

 

일찍 결혼한 친구들이 첫 손주를 보면 난리도 아니다. 일단 카톡 프로필 사진이 온통 아기 사진으로 도배된다. 며칠 단위로 아기의 성장기를 상세하게 올리는 것은 기본이고 모든 대화의 화두는 손주, 손녀이다. 돈받고 들어준다는 말이 괜한 얘기가 아니다. 내 자식의 자식이라서 그렇게 이쁘걸까. 남의 자식이라면 어떻겠는가.       50대 중반의 ‘클레어’는  산부인과 병원의 산파이다.  긴 세월동안 그녀가 받아 낸 신생아들은 수백명이 넘는다. 유능하고 헌신적인 클레어는 어려운 난산도 산모를 격려해서 자연 분만하도록 도와 성공시킨다. 자신의 직업에 성실하고 산모와 신생아를 애정으로                 보살핀다. 동료들의 존경과 신뢰를  받고 보람도 있다. 하지만 개인의 삶은 무미건조하다. 조용하고 소극적인 싱글맘으로 외아들 ‘시몬’을 열심히 키웠다. 의대에 입학한 시몬은 활달하고 자유롭다. 클레어는 주말이면 교외의 오두막 텃밭에서 채소를 가꾼다.         어느 날 ‘베아트리스’라는 여자가 아버지의 안부를 묻는 전화를 한다.  베아트리스는 오래 전 아버지가 사랑했던 여자. 클레어가 어렸을 때 함께 살았었다.  베아트리스가 아버지를 버리고 다른 남자에게 가자 아버지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어린 나이에 아버지의 죽음을 목격한 클레어에게 베아트리스는 기억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인물.

70대에도 여전히 관능적이고 화려하며 제멋대로인 베아트리스는 클레어와는 정반대의 여자.  아버지의 자살 소식에 베아트리스는 진심으로 애통해 하고 용서를 구한다. 베아트리스는 뇌종양으로 시한부 통보를 받았다. 삶의 마지막 시점에서 자신이 진심으로 사랑했던 남자와 그 딸을 만나러 온것이다. 베아트리스는 거리를 두려는 클레어에게 막무가내로 접근하고 친근하게 군다. 클레어는 뇌수술을 받은 베아트리스가 갈곳이 없자 자신의 아파트로 받아들이고 극진하게 돌본다.  이질적인 두 여자는 서로 조금씩 변해간다.  한결 밝아진 클레어는 오두막에서 만난 트럭 운전수 ‘올리비에’와  데이트도 시작한다. 의대를 그만 둔 스무살 아들이 임신한 여자 친구와 같이 살겠다고 해도 쿨하게 인정한다. 아들은 아들의 인생을 사는 거다. 클레어의 삶에 서서히 색깔이 물들기 시작한다. 베아트리스는 자신의 증세가 심해지자 클레어에게 보석 반지와 사랑의 말을 남기고 자취를 감춘다.

영화의 시작이 클레어가 아기를 받는 장면이다. 사실적인 화면이 놀랍고 감동적이다. 세상에 나온 아기가 첫울음을 터뜨리고 땀에 흠쩍 젖은 산모의 기쁜 미소가 경이롭데 느껴졌다. 클레어는 매일 새로운 생명을 받으면서 자신은  마른 고목처럼 살았다. 베아트리스가 그녀의 영혼을  휘저어 놓았다. 두 여자의 깊이있고

열정적인 갈등과 개성이 뜨겁다. 대배우 ‘카트린느 드뇌브’가 여전한 매력과 우아함으로 베아트리스를 연기한다. 도시의 늦가을, 인생과 사랑에 대한 성찰, 우수어린 음악등 잔잔하고 세련된 프랑스 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