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 김의 영화 세상] 영혼과 육신(On Body and Soul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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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 김<영화 칼럼니스트/시카고>

사랑에 있어서 영혼과 육체는 서로 떼어놓을 수 없다.  동물에게도 영혼과 교감이란 것이 있겠는가. 독특하고 몽환적이고 시적인, 사랑과 관계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는 영화를 소개한다.

눈 덮인 숲 속,  기품있는 몸집의 수사슴이 암사슴을 바라본다.

두 사슴의 맑고 큰 눈이 클로즈업되고 사슴들은 서로를 향해 천천히 다가간다.

헝가리 부다페스트 교외의 도살장. 경리 담당 책임자인 중년의

‘엔드레’는 성실하고 과묵한 남자. 왼손을 쓰지 못하는 그는 텅 빈 아파트에서 외롭게 살아간다. 어느 날 품질 검사관으로 ‘마리아’가 부임한다. 창백한 얼굴에 금발의 마리아는 심하게 내성적이고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한다. 점심 시간에도 쉬는 시간에도 혼자 지내는 마리아에게 엔드레는 처음부터 호감을 느낀다. 매일 번호표를 단 소들이 살육되어서 기계 위로 떨어지고 몸과 다리 꼬리들이 부위별로 잘린다. 흰 가운을 입은 직원들이 고기 덩어리를 운반하고 바닥의 흥건한 붉은 피는 물로 씻겨 나간다.  매뉴얼대로 행동하는 마리아는 꼼꼼하게 육질을 검사하는데 마리아가 도착한 후부터 모든 고기들이 B등급을 받아 직원들이 불평한다.

실험실에서 소에 사용하는 최음제 몇병이 없어지고 경찰이 개입한다. 조사하는 과정에서 심리학자가 전 직원을 상대로 개별 심리 분석을 진행한다. 모두가 자신이 꾼 꿈에 대해 말하도록 요구

 

받는데 엔드레와 마리아는 밤마다 똑같은 꿈을 꾸는 사실을 알게 된다. 꿈 속에서 두 사람은 사슴이 되어서 겨울 숲 속을 함께 거닐고 풀을 먹고 샘물을 마신다. 결속감을 느낀 두 사람은 서서히 가까워 진다. 마리아는 엔드레에게 같이 잠을 자보자고 청하지만 결국 밤을 새고 카드 게임만 한다. 관계에 미숙한 마리아는 엔드레의 애정에 어쩔 줄 모르고 불편해 한다. 마리아를 오해한 엔드레가 스스로의 감정을 정리하고, 마리아는 용기를 내어 엔드레에게 다가가지만 거절당한다.  절망한 마리아는 욕실에서 팔뚝을 긋는다. 피가 욕실을 채워 나가는 도중 엔드레가 전화를 한다. 엔드레의 사랑 고백을 듣고 마리아는 의사를 찾아가 응급 처치를 한다.

두 사람은 마침내 한 몸이 되고 사랑의 기쁨에 감동한다.

두 배우의 연기가 가슴을 울린다. 무뚝뚝하고 따뜻하고 웃기는 엔드레의 삶과 외로움에 지친 얼굴은 친근하고 연민이 간다. 감정에 서툴고 무표정하고 슬픈 마리아는 특히 뛰어나다. 감독의 치밀하고 섬세한 의도가 느껴지는데 현실 속 두 사람의 사랑과 잔인한 핏빛 도살장, 겨울 숲 사슴들의 고운 사랑이 곱고 환상적이다.

작년 베를린 영화제 대상 작품이고 올해 아카데미 최우수 영화상 후보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