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 김의 영화 세상] 인생은 아름다워(Life is Beautif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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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김 영화칼럼니스트/시카고

평온하던 삶이 한 순간에 무자비한 지옥으로 바뀌었을 때, 끝까지 의연하게 자신의 소중한 것을

지켜내는 용기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1930년 대 말 이태리. 유태인 청년 ‘귀도’는 미래에 대한 꿈을 가지고 삼촌이 있는 도시로 나온다. 명랑하고 낙천적인 귀도는 아름다운 아가씨 ‘도라’를 만나고 첫 눈에 사랑에 빠진다.

부유한 집안 출신인 도라에게는 이미 대단한 약혼자가 있다. 겨우 호텔 웨이터인 귀도는 타고난 재치와 유머로 우연을 가장한 필연을 만들어 결국 도라의 마음을 얻는다.

둘은 결혼하고 아들 ‘죠수에’를 낳고 행복한 삶을 살아간다.

2차 대전이 막바지에 이른 1945년, 귀도와 귀도의 삼촌, 아들 죠슈에는 강제 수용소로 끌려간다. 유태인이 아닌 도라는 남편과 아들 곁에 있기 위해서 자청하여 수용소에 들어간다.

수용소에서 남자와 여자로 나뉘는 바람에 식구들은 헤어진다. 노인들, 병약한 사람들, 어린애들은 죽음의 샤워를 하러 개스실로 보내진다. 귀도의 삼촌은 개스실로 들어가고, 어린 아들을 공포에서 지키기 위해 귀도는 가상의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지금 수용소에서 벌어지는 일은 많은 사람들이 참가하는 복잡하고 거대한 게임이다.

게임의 규칙을 잘 지켜서 1000점을 먼저 따는 사람이 우승자가 된다. 상품은 탱크!

죠수에가 갖고 놀던 장난감이 아닌, 사람이 탈 수 있는 진짜 탱크를 갖게 된다.

귀도는 아들에게 게임에서 이기려면 게임의 규칙을 지켜야 한다고 설명한다. 울거나, 엄마가 보고싶다고 말하거나, 배고프다고 애기하면 지는 것이다.  죠수에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믿고, 탱크를 받기 위해 열심히 규칙을 지키면서 아슬아슬하게 살아 남는다. 귀도는 생지옥 같은 수용소를 다섯 살짜리 아들을 위한 놀이 공원으로 바꾸고 최선을 다해 아들을 보호한다.

패망을 앞두고 퇴각하는 독일군들은 수용소의 남은 유태인들을 전부 처형한다. 산처럼 쌓인 시체들을 보고 위험을 깨달은 귀도는 아들을 궤짝 속에 숨긴다. 그리고 게임에 이기기 위해서 끝까지 숨어있으라고 당부한다. 아들을 살리려고 총살당하러 끌려가는 귀도는 마지막 순간까지 모든 것이 게임이라고 믿게 한다. 다음 날 수용소 광장에 미군 탱크들이 들어 온다. 죠수에는 마침내 게임에 이겨서 진짜 탱크를 갖게 된다. 탱크를 타고 가던 중에 죠수에는 군중 속에서 엄마를 만난다.

다른 홀로코스트 영화들과 달리 풍자와 웃음이 가득하고, 인간 정신의 위대함과 아들을 사랑하는  아버지의 희생이 눈물겹다. 귀도는 죽음을 눈앞에 둔 처절한 상황에서도 삶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고 두려움과 맞선다. 그 방법이 기발하고 재미있어서 감동적이다.

기억에 남을 몇 장면들.

귀도는 아내 도라에게 자신이 살아있음을 알리기 위해 목숨을 걸고 방송실에 들어가 음악을 튼다. ‘호프만 이야기’ 중에서의 뱃노래가 절망의 수용소 안에 처연하게 울려 퍼진다. 또 독일어를 전혀 모르는 귀도가, 독일군의 지시 사항을 포로들에게 자기 마음대로 통역하는 장면은 웃기고 감탄스럽다. 특히 죽으러 가면서도 아들을 위해 끝까지 익살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은 압권이다.

이태리 배우 ‘로베르토 베니니’가 감독, 주연, 각본을 맡은 이 영화는 1998년 아카데미 최우수외국어영화상과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사는 게 녹록지 않은 요즈음, 식구들과 다시 한 번 보고 싶은 영화이다. 귀도의 희생으로 살아남은 아들 죠슈에는 엄마에게 말한다.

우리가 이겼어. 우리가 1000점을 땄어. 아빠와 내가 일등이야. 우리는 진짜 탱크를 받을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