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탐방] “하나님, 이웃, 세상과 동행하는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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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전 창립 ‘시카고 기쁨의 교회’ 김주용 담임목사

 

스코키 타운에 위치한 ‘시카고 기쁨의 교회’는 2014년 2월 2일에 창립된 신생교회다. 길지 않은 역사를 가진 교회지만 ‘동행’이라는 목회 철학을 기초로 ‘하나님과 동행하는 신앙’, ‘이웃과 함께 하는 교회’, ‘세상과 같이 걷는 삶을 사는 그리스도인이 되는 것’을 실천하며 하나님을 열심히 섬기고 있다. 초대 담임목사로 사역하고 있는 김주용(43) 목사를 만나봤다.

 

■생명공학과 학생에서 섬김의 길로

나는 성균관대학교에서 생명공학을 공부하던 학생이었다. 대학교 2학년 때 이모님 가족이 살던 필라델피아로 잠시 어학연수를 오게 됐는데 이때 이모님과 함께 이민교회의 수요 치유 예배에 참석한 적이 있다. 예배에서 어떤 분이 간증을 위해 교단에 올라선 후 말을 못하고 울기만 했다. 그러자 이모님을 포함해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신도들이 이야기를 듣기도 전에 함께 울었다. 그 분이 울음을 간신히 멈추고 전한 말은 ‘내가 일하는 곳에 권총 강도가 들어서 남편과 내 머리에 권총을 겨누고 돈을 다 뺏어갔다. 내가 이런 상황을 왜 겪어야 하는지 모르겠고 이민생활이 너무 힘들고 포기하고 싶다’였다. 그 모습을 보고 ‘저렇게 힘들게 살면서도 하나님만을 믿으며 신앙을 지키고 사는구나. 교회가 그들에게 위안이 되고, 소망이 되며, 그들의 생명력을 회복시키는 곳이 될 수도 있구나. 목사가 사람도 살려낼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했다. 이후 한국에 돌아와 진지하게 신앙생활을 하면서 하나님의 부름을 통해 나의 소명을 확인하게 됐다. 당시 ‘내가 만약 다시 이민교회에 가서 목회자로서 그 자리에 설 수 있다면 그들의 모든 힘든 일들을 함께 감당할 수 있는, 생명력과 소망을 줄 수 있는, 위안이 될 수 있는 사역자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시카고 기쁨의 교회 건물 전경.

■예배다운 예배, 교회다운 교회

지난 2월 2일로 기쁨의 교회가 개척 4주년을 맞았다. 이전에 있던 교회에서 예배를 예배답게 드리지 못하는 환경과 이밖에 여러가지 문제들로 쉽지 않은 시기를 겪었다. 교회에 대한 실망과 아쉬움이 극에 달했던 55명의 성도들과 나는 ‘어떠한 광야에 있더라도 하나님을 위해 예배다운 예배를 드리자’는 마음 하나로 그 교회에서 나왔다. 이후 마땅한 교회 건물을 찾지 못해 스코키 타운내 튜이길에 위치한 홀리데이인호텔 컨퍼런스룸에서 6개월동안 예배를 드렸다. 그러던 중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스코키에 위치한 에반샤이어교회를 찾았고 건물을 함께 쓰기로 결정돼 2014년 2월 2일, 감격의 첫 예배를 드렸다. 우리가 원하던 ‘교회다운 교회, 예배다운 예배’를 향한 첫 걸음이었다. 사실 이민사회에서 교회는 ‘제2의 가정’이다. 예배를 회복하고 바른 교회를 세우고자 하는 뜻 하나로 다 함께 나와 첫 예배를 드렸지만 그날 함께 하신 분들 대부분이 수십여년간 다니던 교회를 박차고 나와야 했던 상황이었다. 처음 ‘시카고 기쁨의 교회’라는 이름으로 예배를 드리던 날에 나는 ‘이 분들이 가족 같았던 교회와 갈라진 참담한 기분에도 이 곳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구나’, ‘가슴 아픈 상황에도 예배다운 예배와 교회다운 교회를 원하는 마음 하나로 나와 같은 길을 걷고 계시구나’라며 안타까움과 감사함을 느꼈다. 동시에 ‘우리가 이제서야 제대로 된 예배를 드리고 하나님만을 향해 걷고 있구나’하는 안도감과 감격스러움도 함께 들었다.

 

■구제 및 선교훈련 실천

올해 기쁨의 교회의 주제는 ‘세상과 하나님의 나라를 잇는 다리가 되는 것’이다. 이 땅에 하나님의 나라를 선포하고 세상과 하나님의 나라를 이으려고 했던 것이 예수님의 사역이며 이것을 현대사회에서 교회라는 공동체가 이어 받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믿는다. 기쁨의 교회는 전도사로서 그리고 선교사로서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 세상을 섬기는 기쁨의 공동체’가 되기 위해 구제 및 선교훈련을 실천하고 있다. 그 예로 종교적 접근성을 키우기 위한 문화 컨텐츠를 제작 및 전파하는 한국의 문화선교연구원과 서울국제사랑영화제(전 서울기독교영화제)의 활동을 후원하고 있고 매 5월마다 교회에서 ‘스코키 한인 문화 축제’를 개최해 지역 주민들이 한국 전통 음식과 문화를 배우면서 지역과 교회가 자연스럽게 복음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전교인 선한 사마리아인 되기’ 프로젝트를 통해 매년 사순절 기간인 40일 중 한끼를 금식해서 아낀 금액을 컴패션어린이센터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후원하는 등 구제활동도 꾸준히하고 있다. ‘동행’이라는 비전 테마를 기초로 “교회를 통해 지역과 세계가 복음을 소통하는 선교” 그리고 “다른 한 손이 알지 못하는 구제를 행하는 영성이 깊은 교회”라는 비전을 전교인이 쉬운 것부터 하나하나 실천해 나가고 있다.

 

■이민자의 삶과 동행하는 교회

우리 교회뿐만 아니라 모든 이민교회가 전반적으로 겪는 현상이겠지만 이민교회의 중·노년층 교인들은 한국에 있는 교인들과는 다른 상황을 겪고 있다. 자녀들과의 소통의 부재, 노후에 대한 불확실함, 자영업을 하면서 마음 놓고 쉴 수 없는 압박감 등으로 인해 좀더 깊이있는 신앙 교육이나 신앙에 대한 접근, 그리고 폭 넓은 교회 생활을 누리지 못하는 모습을 본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이민교회의 목회자로서 교회는 작지만 각 교인들의 상황과 눈높이에 맞게 신앙생활을 누리게 해드리기 위해 매 절기 예배마다 특별한 예배를 드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예를 들어 부활절에는 나나 부교역자들이 앞에 나와서 설교를 하는 것이 아니라 전교인이 돌멩이에 자신의 죄를 적어서 내가 왜 이 죄를 적었는지 설명한 후 예수님의 부활을 통해 이 죄가 없어지며 새로운 삶을 살아가겠다고 다짐하면서 무덤처럼 꾸민 곳에 집어넣는 등의 퍼포먼스 예배를 드린다. 또한 가족들과 떨어져서 외로운 노후를 보내고 계시는 연장자들을 위해 매주 사랑방 모임을 열어 기독 영화를 관람하거나 성경 퀴즈대회를 함께 하고, 청년들을 위해서는 ‘왜 하나님은 악을 그대로 놔두시는가’, ‘동성애’ 등 다소 무거운 주제를 가지고 매주 이야기를 나누면서 더 넓은 시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나님을 찬양하고 예배드리기 위해 아주 기본적인 신앙심으로 생긴 장소가 교회이지만 삶과 동행할 수 있어야 하는 곳도 교회이다. 목회자는 단순히 찬양 집회나 기도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지금 교인들의 삶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으며 그들의 상황에 맞게 어떤 식으로 신앙을 세워나가도록 이끌어야 할지 진지하게 접근하고 연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작년 부활절 ‘전교인 연합 가족 예배’에 참석한 성도들.<사진=시카고 기쁨의 교회>

■세대간 소통에 신경쓰는 교회

기쁨의 교회는 어린 아이부터 청년, 중년, 그리고 노년층까지 세대가 매우 다양해서 각 세대간의 관계를 유지해 나가는 것에 가장 신경쓰고 있다. 특히 눈으로 보이는 갈등이 아니라 세대간에 자연스럽게 생기는 불편함과 긴장감인 경우에는 더욱 풀어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개척 직후부터 다양한 활동이나 모임,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유지해 나가면서 꾸준히 세대간의 접촉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성도들은 매주 2부 예배까지 끝나면 세대 별로 섞여서 특별한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셀모임을 진행하고 있고 세대별로 만남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교제훈련을 하고 있다. 이밖에도 매달 마지막 주일에는 온 가족이 다 함께 예배를 드릴 수 있는 ‘전교인 연합 가족 예배’ 시간을 마련해 ‘가정이 중심이 되는 신앙교육과 예배사역’을 실천하고 있다. 예배라는 것은 세대별로 나누면 목회자에게는 쉽고 효율적이면서 편하지만 초대교회나 교회 자체가 가진 공동체성은 ‘온 가족이 함께 교회를 나가는 것’이다. 세대가 함께 하면서 ‘나의 엄마, 아빠는 저렇게 예배를 드리는구나’, ‘우리 아이는 이런 내용으로 설교를 듣고 이런 자세로 예배를 드리는구나’ 등을 서로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목회자-성도간 신뢰있어야 부흥

시카고지역은 목회자들 사이에서 ‘목회 무덤’이라고 불린다. 그 정도로 이 지역에서 사역하는 것이 힘이 든다는 뜻이다. 이러한 현상은 어느 특정 교회나 목회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반적으로 이민교회 목회자들이 가진 지나친 사적 욕심과 나태하고 태만함, 진실로 목회하는 사람들의 부족함과 더불어 성도들도 교회를 지키고자 하는 단단한 마음이 부족한 것들이 모두 모여 만들어 낸 결과라고 생각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목회자들과 성도들이 의식을 가지고 해결 방법을 찾아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교회가 제대로 부흥하려면 사역하는 자와 성도들 모두가 서로 신뢰를 가져야 하며 목회자도 꾸준히 개별적인 훈련을 가져야 한다. 목회자는 말씀을 전하는 자이다. 하나님의 말씀을 단순히 교훈과 메시지로만 전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 속에 숨겨진 뜻을 찾고 다양한 관점으로 다가가려고 해야 한다. 기쁨의 교회는 늘 초심을 잃지 않고 건강하고 깨끗하게, 또한 가능하면 세상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지 않으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교회가 되고 싶다. <신경은 기자>

▲주소: 4555 Church St, Skokie, IL 60076

▲웹사이트: www.cjcchurch.org

▲문의: 847-972-10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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