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시카고 한국 순교자 천주교회 김두진 바오로 신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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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순교자의 피를 가진 이들이 꿈 꿀 수 있는 곳”

시카고 한국 순교자 천주교회 김두진 바오로 신부

46년 성당 역사에 첫 한인 주임신부로 2년여전 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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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한국 순교자 천주교회 전경.
  • 시카고지역 한인 성당의 모체 역할

시카고 한국 순교자 천주교회는 시카고의 한인 성당들의 모체다. 이 지역 한인 천주교인 중 상당수가 거쳐갔고 시카고 한인 이민사와 함께 한 성당이다.  아일랜드에서 생긴 선교회인 골름반 선교회의 사제들에 의해 1970년 10월 시카고 영 세인트 성당에서 창립미사를 열었으며 1972년 골름반 선교회 소속의 에드워드 변 신부를 초대 주임신부로 퀸오브 엔젤스 성당에서 미사를 올리기 시작했다. 1994년 6대 주임신부인 천요한 신부 시절 지금의 위치로 옮겨 입당미사를 가졌다. 올해 46년째를 맞는 이 천주교회의 약사다.

한인들이 서버브로 주거지를 옮기면서 이 성당을 찾는 한인 신자들의 수는 줄었지만 현재도 500여명이 매주 성당을 찾고 있다. 골름반 선교회의 외국인 선교사들에 의해 사역되던 시카고 한인 순교자 천주교회에 한인 사제로는 처음 부임한 8대 주임신부 김두진 바오로 신부는 특유의 재치 있는 입담을 과시하며 사제로서의 사명에 대해 말했다.

다음은 김두진 바오로 주임신부에게서 듣는 시카고 한국순교자 천주교회와 신앙 이야기다.

■ 자비의 희년을 살아가며

프란시스코 교황이 2015년 12월8일에 자비의 희년을 선포했다. 따라서 전 세계 성당이 자비의 해를 살아가고 있다. 자비의 희년 기간엔 매일 교회의 문을 열고 ‘아버지의 자비로운 사람인 것처럼 너희들도 자비로움을 갖고 살아라’ 라는 말을 실천하려하지만, 하느님에게 받은 자비를 1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하지만 최선을 다하겠다. 프란시스코 교황이 선포한 자비의 희년은 2016년 그리스도 왕 대축일인 11월20일에 마치게 된다.

교황이 희년으로 선포했지만, 사실 자비로움을 갖고 살아가는 것은 가톨릭의 존재의 이유와 같다. 교황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거침없이 다가가는 모습, 교황청의 화려함을 죽이는 등의 검소한 모습을 보이며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는 이유는 예수님의 가난했던 모습을 알리는 것이다. 우리도 그런 모습을 보여야하지 않을까? 그런 모습이야 말로 예수님의 복을 안고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질문에 답하는 것이 자비의 희년 동안 풀어야 할 숙제인 것 같다.

 

■ 하느님을 시험하지 말라

자비의 희년을 보내며 예수님이 하느님의 말씀을 전한 것에 대해 생각해 봤다. 예수님이 하느님의 말씀을 전할 때 소위 힘 있는 사람들, 당시 기득권자들인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 등은 예수님의 말씀을 받아들일 수 없었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직 상처받은 사람들이 예수님의 말씀을 받아들였다. 이스라엘에서 시작된 그리스도교가 배척당해 이방인의 교회가 된 것처럼 요즘에도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는 사람들 중 흔히 말하는 힘과 권력이 있는 사람들은 권력을 내세워 하느님의 말씀을 잘못 전달할 때가 있다. 그런 광경을 볼 때 마다 한계에 다다른 듯 무기력을 느낀다.

또한, 하느님의 말씀은 모두에게 전해지지만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대부분 상처받은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 안타깝다. 그렇다고 감히 예수님처럼 혹은 예수님보다 하느님 말씀을 잘 전달할 생각은 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분명히 좋은 길이 있음에도, ‘내’ 가 ‘내’ 뜻을 이루기 위해 더 많이 가지고 싶어서 나누지 못하는 것을 자주 본다. 그런 모습들을 볼 때 마다 마치 그들 스스로 포기하는 것 같고 내가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것 같을 때가 있어 무기력하게 느껴지며 때로는 화가 날 때도 있다. 하지만 그런 것 자체가 우리가 풀어할 과제이며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는 우리가 마주해야할 일인 것 같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기적’을 바라는 사람들이 많다. 막말로 아픈 사람이 하느님을 믿음으로 완치된다는 생각, 막연하게 하느님을 받아들이면 구원을 받는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생각들 역시 우리가 말하는 유혹이며 시험인 것이다. 물론 성당에도 그런 유혹은 존재한다. 그런 생각을 갖고 믿음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하느님을 시험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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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한국 순교자 천주교회 제 8대 주임신부 김두진 바오로 신부.

■ 유혹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유혹은 우리의 삶과 함께 존재 했으며 앞으로도 항상 계속될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유혹 없는 세상이 오는 것인가? 무소유를 자신의 큰 가치로 생각했던 법정스님은 유혹이 없었을까?

유혹에서의 자유는 유혹이 없는 삶이란 뜻이 아니다. 유혹이 없는 삶이란 ‘내’안의 유혹에서 ‘나’를 비워낸 자유로운 선택이라 생각한다. 예수님은 세례자 요한에게 세례를 받은 후 광야에서 40일 동안 사탄의 유혹을 받았다.

예수님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 중 하나인 식욕에 대해 ‘사람이 빵 만으로는 살 수 없으며 하느님 말씀으로 산다’ 고 했다. 하지만 굶주린 이에게는 하느님을 이야기하는 것 보다 빵을 갖다 주는 것이 더욱더 도움이 된다. 여기서 굶주린 이에게 전해진 빵은 하느님의 말씀이며  예수님의 가르침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남을 생각한 배려와 사랑이 없으면 단순한 빵에 그친다. 예수님은 굶주린 이들을 위해 빵을 줬지만 정작 당신을 위해서 빵을 만들지 않았다. 아무리 선행이라도, 진정한 마음이 없으면 선행을 통해 명예, 명성을 쌓고 싶어 하는 유혹일 뿐이다.

종교 안에서도 유혹은 존재한다.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이라면 …’이라는 식의 유혹이다. 예수님은 가장 힘들고 어두운 고통의 순간인 십자가에 못 박힐 때까지 끊임없이 유혹을 당했다.

‘정말 하느님이 보낸 메시아라면 지금 당장 자신도 구원해 보라’ 라는 유혹이 그것이다. 이렇듯, 눈에 보이지 않는 구원을 하는 하느님을 과연 신뢰할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의 유혹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성당을 찾아와 정작 눈에 보이는 ‘기적’을 바라는 이들을 볼 때 유혹은 항상 우리의 삶 속에 존재하는 것을 느끼며 이런 유혹이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유혹 없는 세상에서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 쉬운 듯 쉽지 않은 길

세상에는 알면서 하지 못하는 것 들이 많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상식적인 문제에서 예를 찾을 수 있다. 가장 보편적인 예를 들자면 빨간불에서 멈춰야 하는데 그러지 않는 사람이 있다. 물론 멈추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는 사람들의 마음은 오직 ‘나’로 가득 차있기 때문이다. 마음 속에 ‘나’로만 가득 차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생각할 수 없으며 다른 사람을 사랑 할 수 도 없다. ‘내가 조금만 불편하면 다른 사람은 편해진다‘ 라고 생각 하는 것은 당연한 말이지만 실천하기 어렵다.

며칠 전 인터넷에서 화재가 됐던 동영상이 있다. 동영상은 시카고 다운타운에 한 할머니가 거센 바람 때문에 움직일 수 없자 길을 가던 청년들이 와서 할머니를 택시까지 안전하게 태우는 내용이다. 물론 그들이 한 행동은 선행이다. 하지만, 놀라운 것은 그런 동영상이 이슈가 된 사실이다. 어려운 사람을 보고 도와주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그런 당연한 일이 사람들에게 큰 관심을 산 것을 보면 놀랍다.

‘효’ 역시 쉬운 듯 어려운 일이다. 효는 부모님 사랑에 의해 불림 받은 삶에서 충실히 답하며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하는 게 효도 인지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알면서도,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실천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웃을 사랑하는 것 역시 쉽지만 어려운 일이다. 내가 조금 불편하고 내가 조금 손해를 보면 누군가는 편하고 이익을 보는 것 역시 누구나 다 머리로는 알고 있는 것들이다. 이렇듯 ‘더불어 산다’ 라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신경 쓸 수 없어서 쉽지만 어려운 일이다. 신앙생활 역시 쉽지만 어려운 것 같다. 하느님을 섬기고, 하느님의 부름에 답하며 충실히 말씀을 섬기며 사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진정한 마음으로 부름에 충실하는 것, ‘내’안에 나를 줄이고 하느님을 받아들이는 것이 어려운 일이다. 나 자신 뿐만 아니라, 그리스도인이라면 누구나 겪는 유혹이자 풀어야할 과제가 아닌가 생각한다. 그런 마음으로 이곳에서 사목하고 있다.

 

■ 출가란 세상의 깊은 곳에서 사람 낚기

출가라는 말이 있다. 집을 떠난 다는 의미로 흔히 불교에서 수행자들이 속세를 떠나 수행의 길을 걷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가톨릭에서의 출가는 의미가 다르다. 그리스도인으로서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오셨다” 라는 믿음 때문이다. 하느님이 사람이 됐다는 의미의 이 말은 인간세상, 즉 속세에 깊이 왔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출가는 세상을 등지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들어온다는 뜻이다. 베드로와 그의 일행이 예수님으로부터 받은 소명은 사람을 낚는 것이다. ‘고기를 잡으러 좀 더 깊은 곳으로 저어가’ 라는 예수님의 말처럼 세상의 깊은 곳에서 사람을 낚는 것이다. 사람을 낚는 다는 것은 하늘나라의 선포자가 되라는 뜻이다. 하늘나라의 선포는 세상을 떠난 사람들의 몫이 아니라 세상 가운데로 들어와 하느님의 말씀을 살아가고 세상에 그분을 보여주는 것이다. 만약 눈에 보이는 이익에만 치중해 무언가를 바라는 기도만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속이 텅 빈 요란한 수례같은 기도만 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에 사람들이 성당에 고백성사를 피하려고, 친구들을 만나려는 이유에서만 온다면 그들이 하는 미사는 알맹이 없는 예식과 다르지 않다. 물론 성당에 나와서 사람들을 만나고 교우들과 친하게 지내는 것은 신앙생활에 활력을 주기에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그 말씀을 살아가는 것이다. 예수님 시대의 많은 사람들은 예수님의 치유나 기적에 집중했지 하느님나라에는 집중하지 못했다. 지금 우리가 하느님께 소망이나 기적을 바라며 알맹이 없는 예식과 빈 수례 같은 시끄러운 기도만 한다면 예수님 시대의 사람들과 다를 것이 없다. 세상 깊숙한 곳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실천하고 살아가는 것, 그런 이들에게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는 것이 그리스도인으로서, 사제로서의 길인 것 같다.

 

■ 한국 순교자의 피를 가진 자들을 위해

1992년도에 시카고로 와서 시카고 카톨릭 신학대에 들어갔다. 처음 왔을 당시 영어도 서툴고 주위가 낯설어 한인들과 많이 섞이며 좋은 추억을 만들었다. 45세의 늦은 나이에 시카고에서 서품을 받았다. 당시 미국 공동체에서 한인들을 봤을 때 외로운 이민생활을 하면서도 우리 문화와 전통, 신앙을 잘 지켜놓은 것에 감사한 마음이 들어 미국에 남기로 마음먹었다.

미국에 남아 그들에게 봉사할 수 있는 길이 있는지 생각해 보다 미국에서 사목하기로 정하고 예수고난회 한국 관구에서 활동하다 미국 관구로 입적했다. 미국으로 다시 와서 디트로이트, 뉴욕, 엘에이 등에서 타인종을 상대로 피정을 했으며 한인들의 신앙적 목마름을 보고 이민자의 한 사람으로서 한국어로 복음을 전하는 일의 필요성을 느껴 시카고로 왔다.

시카고로 돌아와서 당시 나와 어울리던 많은 청년들은 중장년이 됐고, 열심히 노력하며 살던 분들은 노후를 보내고 있는 것을 보고 마치 오랜 친척과 동내 친구들을 만난 것 같아 제 2의 고향에 온 느낌이 강했다. 그 때문인지 개인적으로 정이 넘치는 곳이며 사역하기 편하다. 47년 동안 외국인 신부님들이 사역해오던 곳에 한인 사제로 처음이라 애착이 많이 간다.

항상 천요한 신부님과 같은 외국인 선교사들에게 고맙다. 외국인으로서 한인들을 위해 한국말로 하느님의 말씀을 전했으며 한인들을 위해 많이 노력해 줬다. 나 역시 한인뿐만 아니라, 성당을 찾는 외국인들에게도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기 위해 영어 미사를 따로 한다. 이 영어미사에는 한국어가 서툰 2세들도 있다. 그동안 많은 2세들이 미국성당에 가서 ‘영어를 어디서 배웠나?’라는 질문을 많이 받아 손님 같은 기분이 든다고 했다. 그렇다고 한인 성당에 가면 한국어가 서툴러 잘 알아듣지 못해 답답함을 느끼며 신앙을 떠나는 이들을 많이 봤다. 그들을 위해 앞으로 영어와 한국어를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는 신부님들이 나와 이민자로서가 아니라 미국인으로서 우리 성당을 찾는 한국 순교자의 피를 가진 사람들에게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고 실천 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이제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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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5일 김두진 바오로 신부가 평일미사가 끝난 후 진행된 사순특강에 참석한 성도들을 맞이하고 있다.

 

▣ 문의: 773-283-3979

▣미사시간: ▲토요특전미사 오후7시30분,  ▲주일미사: 오전9시, 오전 11시(영어미사) ▲평일미사: 수요일 금요일 오전7시30분,  화요일 목요일: 오후7시30분

▣ 주소: 4115 N. Kedvale Ave. Chicago IL 60641

▣웹사이트: http://chicagokmcc.org

 

<김두진 바오로 신부는>

1984년 한국 예수고난회 입회

1989년 종신서원 후 예수고난회소속 명상의 집에서 피정 지도 책임수사로 활동

1992년 도미 후 시카고 카톨릭 신학대학원

2010년 9월 롱아일랜드 그레잇넥 천주교회 주임신부로 부임

2014년 1월 시카고 한국 순교자 천주교회 제 8대 주임신부로 부임

 

 

시카고 한인사회 선도언론 시카고 한국일보
615 Milwaukee Ave Glenview, IL 60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