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고래 뱃속에서 88파운드 플라스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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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해안에 쓰레기를 가득 머금은 고래의 사체가 밀려온 가운데 아이들이 그 앞에서 놀고 있다.

빼곡히 겹쳐져 석회화 진행

필리핀 해안에서 숨진 채 발견된 고래의 뱃속에서 88파운드에 달하는 엄청난 양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쏟아져 나왔다.

지난 16일 마비니 해안에 떠밀려온 고래는 15피트 길이에 1,100파운드의 체중을 지니고 있었으며, 위에서 나온 88파운드의 플라스틱 쓰레기는 해양생물에게 위협을 가하는 유해물질 기준치를 크게 웃도는 분량이다.

수거 된 쓰레기 중에는 플라스틱 봉지를 비롯한 다양한 종류의 일회용 제품들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부검에 참여한 다바오시 디본 콜렉터 뮤지엄 소유주인 대럴 블라츠리는 “내 평생 죽은 고래 뱃속에 그처럼 많은 플라스틱이 들어있는 것을 본 적이 없다”며 놀라움을 표시했다.

이전에도 여러 차례 고래 부검을 지켜보았다는 블라츠리는 “이번에 발견된 플라스틱 제품들 중 일부는 빼곡히 겹쳐진 상태에서 석회화가 진행돼 거의 단단한 돌 같았다”며 “위 속에 켜켜이 쌓인 채 소화되지 않고 오랜 시간을 보내면서 석회화가 시작됐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지난 2018년 4월, 스페인 해안에서 발견된 33피트 길이의 향유고래 소화관에서도 60파운드 이상의 쓰레기가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고, 그로부터 두 달 후인 6월, 태국 남부에서는 80개 이상의 플라스틱 봉지를 삼킨 참거두고래가 위장 쇼크로 숨진 채 발견됐다.

플라스틱 봉지를 삼킨 고래는 필수영양소를 전혀 공급받지 못하지만 플라스틱이 소화되지 않고 위속에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에 마치 포식을 한 듯 한 포만감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영양결핍으로 체중과 활력, 유영속도 감소 등이 이어지면서 포식자들에게 쫓길 때 취약성을 노출하는 등 상당한 위험에 처하게 된다.

<뉴욕타임스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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