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옮기려다 불체자 신분될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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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비자 스폰서 변경

심사강화로 기각 빈발

한 도매업체에서 전문직 취업비자(H-1B)를 취득한 이모씨는 2년 만에 동종업계 회사로 직장을 옮기기로 결정하고 H-1B 스폰서 업체 변경을 신청했다가 연방이민서비스국(USCIS)으로부터 기각 통보를 받았다. 이직하는 회사규모가 너무 작아 H-1B 스폰서 업체로 부적격이라는 판정을 받은 것이다. 이씨는 “동종업계 이직이라 당연히 승인될 줄 알았는데 황당하다”며 “체류신분을 상실할 상황인데 앞으로 어떻게 미국에 남아있을지 고민”이라고 불안감을 토로했다.

대학을 졸업한 후 한 업체에서 근무하다 다른 동종 회사로부터 스카웃 제안을 받아 이직을 결심한 유모씨도 H-1B 스폰서 변경 과정에서 2번이나 보충서류요구(RFE)를 받았다. 현재 보충서류를 접수한 후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유씨는 “H-1B 트랜스퍼가 이렇게 어려운 것임을 알았더라면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후회의 심정을 표출했다. 

이처럼 최근 H-1B 스폰서 변경 신청자들에 대한 심사가 대폭 강화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특히 일부 H-1B 소지자들은 더 나은 조건을 제안받고 이직을 시도했다가 H-1B 비자 신분을 상실, 졸지에 불법체류자 신세의 위기에 빠지는 경우도 잇따르고 있는 실정이다.

한인 이민 변호사들에 따르면 이민국은 H-1B 비자 스폰서 변경에 대해서도 신규 케이스처럼 까다롭게 심사를 하고 보충서류 제출까지 요구하고 있다. 법무법인 드림 아그네스 김 변호사는 “이민국 통계자료에 의하면 고용주 변경 신청서(I-129) 승인률은 2015년 93.9%에서 2019년 75.4%로 꾸준히 떨어져왔다. 추가 보충 서류 요구는 2015년 22.3%에서 2019년 60%로 매우 높아졌고, 반대로 승인률은 2015년 83.2%에서 2019년 61.5%로 떨어졌다. 규모가 큰 회사들도 예외는 없고, 동종 업계 이직도 상황이 좋지 않다”고 전했다.

그는 “고용주 변경을 신청했다가 기각되면 그날부터 불법체류일이 산정된다. 승인률도 낮은데 승인한 대부분의 케이스들은 규모가 큰 회사들의 이공계 포지션이다. 고객들에게도 고용주 변경은 물론이고, 인문사회계열의 경우는 H-1B 신청도 권하지 않는 상황인데 옵션이 없으니까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이같이 이직을 위해 H-1B 비자 고용주 변경을 신청했다가 기각됐을 경우 6개월이 지나면 체류신분이 없어지기 때문에 자칫 추방과 입국금지 처분까지 받을 수 있다는 게 이민 변호사들의 설명이다. 이민국은 기각 판결 후 179일까지 유예기간을 주고 비자없이 체류를 허용하고 있지만 180일 이상 1년 미만 불법체류를 하다 적발될 경우 3년간, 그 이상은 10년간 입국 금지 조치를 하고 있다.<서승재·신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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