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용의자 신문 때 속임수 안 돼” 일리노이 첫 입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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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처음···오리건·뉴욕도 고려 중

일리노이주가 경찰의 청소년 용의자 신문 때 거짓말 또는 기만적 전술을 사용할 수 없도록 한 법안을 최종 승인했다.

J.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는 15일 경찰이 18세 미만 용의자에게 속임수를 써서 신문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에 최종 서명했다.

그는 “사법 시스템에 가장 취약한 사람들의 권리를 증진하고,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재구축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시카고 NBC방송은 “미국인 대부분이 모르고 있지만, 경찰은 용의자 신문 과정에서 자백 확보를 위해 통상 속임수를 쓴다”며 “이 중에는 ‘사건 현장에서 증거물을 채취했다’고 하든지 ‘목격자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 등이 있다”고 전했다.

또 ‘책임을 인정하면 곧 집에 돌아갈 수 있다’는 거짓말로 자백을 유도하기도 한다고 부연했다.

시카고 트리뷴은 “이런 관행을 법으로 금지한 것은 50개 주 가운데 일리노이가 처음”이라고 전했다.

프리츠커 주지사실은 “이 관행이 1969년 연방 대법원 판례를 통해 허용된 것으로 간주됐으나, 일리노이주 항소법원과 일리노이를 관할하는 연방 제7 항소법원 등은 ‘허위 자백을 유도할 위험이 있고 종국에는 잘못된 유죄 판결로 이어진다’며 이를 비난해왔다”고 전했다.

일리노이 주의회가 지난 봄 회기에 발의한 이 법안은 초당적 지지를 얻으며 상원과 하원을 무난히 통과했다.

법안은 내년 1월1일 발효 예정이다. 법안이 발효되면 경찰은 18세 미만 용의자에게 증거에 대한 거짓 정보를 제시하거나 처벌을 줄여준다는 등 지킬 수 없는 약속으로 사탕발림을 해서는 안 된다.

이런 상황에서 만들어진 자백은 검찰이 ‘용의자가 자발적으로 한 진술’이라는 사실을 명백히 입증하기 전에는 법정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법안 서명식에 참석한 테릴 스위프트(44)는 “27년 전에 이 법이 있었더라면 내 인생은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위프트는 17세 때인 1994년 시카고 남부에서 발생한 성폭행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돼 1998년 징역 30년 형을 선고받고 수감됐다. 그러나 14년여의 옥살이 후인 2011년 유전자(DNA) 감식 결과 무죄로 판명돼 석방됐다.

노스웨스턴대학 법대 산하 ‘잘못된 유죄판결 고발 센터'(Center on Wrongful Convictions) 측은 “청소년들은 저지르지 않은 범죄에 허위 자백할 가능성이 성인보다 2~3배 더 크다”면서 “압박 전략에 특히 취약하다”고 말했다.

이 센터는 수감자의 무고를 밝히는 인권단체 ‘이노센스 프로젝트'(Innocence Project)의 일리노이 지부 등과 함께 법안을 심의했다.

이노센스 프로젝트의 정책 책임자인 레베카 브라운은 “현재 미국 50개 주 모두에서 경찰이 용의자 신문 중에 거짓말하는 것이 합법”이라며 일리노이주에 이어 오리건주와 뉴욕주가 유사 입법을 고려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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