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난사는 전염되나‘그렇다’ 비디오게임·정신장애와 ‘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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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명이 사망한 텍사스주 엘패소의 월마트 총기난사 현장 앞에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꽃다발과 촛불 등이 가득 놓여 있다.[Jim Wilson/뉴욕타임스]

■ 범행 왜 일어나나 요인별 연관성

지난 월요일 아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주말 텍사스주 엘패소와 오하이오주 데이턴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에 대한 첫 공식 입장을 발표하며 “총기난사가 일어나기 전에 방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총기난사 발생 이유로 ‘대량 살상의 전염성’ ‘폭력을 미화하는 비디오 게임’ 등을 꼽으며 총기난사를 일으키는 ‘정신적 문제가 있는 괴물들’에 대한 경고 깃발들을 찾아내 이들을 행동을 막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러한 요인들에 대해 과학자들이 지난 수십 년간 연구를 해왔다. 과연 무엇이 총기난사범들이 이같은 흉악한 범행을 하도록 하는가. 총기난사의 요인들에 대해 가장 많이 제기되는 의문들을 풀어본다.

■총기난사는 전염되는가
그렇다. 경찰은 이미 총격 용의자들이 지난 총기난사 사건에 사용된 방법이나 행동을 따라한다는 수많은 증거를 가지고 있다. 총기난사의 동기가 반 이민 사상, 백인우월주의, 극단적인 이슬람주의, 혹은 어떤 신념이 됐던 젊은 총격범들은 주로 학교에서, 나이가 든 총격범 들은 무고한 시민들을 향해 총기난사를 벌였다. 예를 들어, 코네티컷주 샌디훅 초등학교에서 수많은 아이들과 교사들을 죽인 총기난사범은 콜로라도주 컬럼바인 고교 대학살을 연구했었다. 또,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펄스 나이트클럽에서 50명을 대량 학살한 범인은 캘리포니아 샌버나디노에서 벌어졌던 총격 테러를 연구했다.
지난 주말 텍사스주 엘패소 월마트에서 20명 넘게 살해한 범인 또한 범죄를 저지르기 전 주말에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서 벌어졌던 예배당 총기난사 영상을 본 것으로 드러났다.
■비디오 게임이 총기난사를 부추기는가
총기난사 사건과 비디오 게임이 어떤 연관이 있는지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이 연구를 진행해 왔지만 결과에 대해서는 대립되는 의견이 많았다.
가장 최근 발표된 연구 분석에 따르면 대부분의 상황에서 비디오 게임이 공격적인 행동을 유발시키지만, 이로 인한 영향은 사실상 그리 크지 않다는 결론이다. 비디오 게임으로 인해 폭력성이 증가한다고 하더라도 대학살을 일으킬 정도는 아니다. 이에 따라 많은 전문가들은 과학적으로 비디오 게임이 총격 살인을 일으키는 주된 원인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미국 남성들이 상당수가 비디오 게임을 즐기지만 이중 총기 난사를 저지르는 사람은 드물다. 또 비디오 게임은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도 많이들 하지만 이들 국가에서 총기난사 사건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정신장애와 총기난사는 얼마나 연관돼 있나
별로 큰 연관성이 없다. 사람들은 대부분 총기난사 용의자들이 한 행동을 기반으로 그들이 미쳤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총기 난사를 저질러 20명을 살해한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남자의 행동 자체만 보고 정신장애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하지만 사실 과학자들은 정신장애인들 중에도 망상증과 환각을 보는 망상형 조현병을 가진 극히 소수만이 보통 사람들보다 폭력적인 행동을 할 확률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또 이들은 오히려 범죄자 보다는 범죄의 피해자가 될 확률이 높고, 음주나 마약을 했을 때 혼자서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곤 한다.
실제로 2011년 애리조나주 투산에서 열린 행사에서 총기난사로 6명을 살해하고 13명을 다치게 한 정신장애를 겪고 있던 제레드 러프너가 대표적인 예이다. 그는 당시 마약 남용으로 인한 편집망상증을 겪고 있었다.
범죄심리 정신과 의사인 마이클 스톤 박사는 그동안 그가 기록해온 350명의 살인자들에 대한 자료를 기반으로 총기난사 용의자가 5명중 1명꼴로 정신병 증세를 보였다는 것을 발견했다. 나머지 80%의 살인자들은 보통 사람들도 흔히 겪는 분노, 은둔, 우울증, 질투, 혐오 등 감정을 통제하는데 문제가 있었다.
■총기난사 위험인물들에 대한 약물 투여와 구금 조치가 좋은 예방법인가
아무도 확실하게 알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8년 플로리다주 파크랜드의 고등학교에서 17명을 총격 살해한 청소년을 언급했다. 이 학생은 총기난사를 저지르기 전, 학교 학생들에게 자신이 학교에서 총을 쏠 것이라는 얘기를 해왔다.
스토니브룩 대학교 아동심리 담당 데보라 웨이스브롯은 이처럼 총격 협박을 한 200명의 청소년들을 인터뷰했지만 그 중에서 결국 미래에 큰 문제를 일으킬 만한 아이들을 가려낼 수 있는 구체적인 프로필이나 힌트를 찾기는 힘들다고 밝혔다. 레드플래그 정책(Red-flag policies)은 지난 몇 년간 협박 혹은 다른 문제가 발생한 만한 조짐을 추적해 미 전역 학교 내에서 시행돼왔다. 총격을 저지를 만한 학생들은 주로 온라인에 자신의 계획에 대해 언급하거나 지난 대학살 주범들을 공경하는 등 암시적인 메시지를 남긴다.
현재 이미 문제의 조짐이 보이는 학생들에게는 치료 요법이 제공되고 학부모와 교사들에게 사실을 알리는 등 조치가 취해지고 있는 만큼 실제로 그들이 총기 소동을 벌이지 않는 한, 강압적인 약물투여 혹은 구금은 필수조치라고 여겨지지 않는다. 만약 해당 방법이 시행된다면 개인 인권 차원에 대해 다시 고려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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