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성에 최루개스···유린 당한 민주주의 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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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 시위대가 6일 집회 후 연방 의사당으로 행진해 의사당 앞에 둘러져 있던 바리케이트를 치우고 난입을 시도하고 있다.[뉴욕타임스]

■ 충격의 현장 연방의사당
‘승복 불가’ 시위대에 불지른 트럼프 연설
삽시간 의사당 돌진 경호원 총격 아수라장
무장병력 곳곳배치 4시간만에 평정

진입을 막기 위해 쳐놓은 바리케이드도 소용없었다. 미 민주주의의 심장 연방 의사당 내부에서 총성이 울렸고 중앙홀에는 최루가스가 가득 찼다. 트럼프 대통령 지지 시위대가 외벽을 타고 의사당 건물에 올라 유리창을 깨고 건물 안으로 난입해 경찰 및 경비원들과 충돌하는 등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하는 장면들이 전 세계로 생중계됐다. 난동 과정에서 경찰과의 대치, 물리적 충돌 속에 총격사건이 발생해 결국 사상자까지 나왔다. 미국 민주주의와 공권력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현장이 그대로 적나라하게 드러난 순간이었다.

◎…이날 오전부터 트럼프 지지자들의 시위가 워싱턴 DC 곳곳에서 시작됐으나 초반 분위기가 험악하지는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백악관 인근 공원에서 열린 지지시위 연설에서 ‘승복 불가’ 입장을 재천명하고 이어 지지자들이 상·하원 합동회의 개시 시간인 오후 1시에 맞춰 의회로 행진하면서 상황이 급격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회의 개시 즈음 수백 명이 주변의 바리케이드를 넘어 의사당으로 진입했다. 대부분이 백인 남성이었고 경찰의 제지도 소용없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시위대가 의사당 외벽을 타고 오르는 장면은 물론 유리창을 깨 내부로 난입하는 모습이 TV로 고스란히 중계됐다. 시위대는 진입을 시도하며 국가를 불렀고 결국 내부에 들어간 시위대가 문을 열어 시위대의 추가 난입을 도왔다.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 확정을 위한 회의를 진행 중이던 상·하원은 전격 휴회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등 의사당에 집결해 있던 의회 요인들이 경호인력의 안내 하에 급히 인근 군부대로 대피했다. 시위대는 상원의장석을 점거하는가 하면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집무실에 들어가 책상을 뒤집고 벽에서 사진 액자들을 뜯어냈다. 한 시위자가 펠로시 하원의장 집무실 책상에 다리를 올리고 있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하원 회의장 앞에서는 시위대가 밖에서 밀고 들어가려 하자 안에서 경호인력이 기물로 문을 막고 권총을 겨누며 대치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각종 중요 행사가 열리는 의사당 중앙의 로툰다홀에는 경찰이 진압을 위해 동원한 최루가스 연기로 자욱했다. 경찰 여럿도 시위대와의 대치 과정에서 부상하기도 했다.

◎…내부로 진입한 시위대가 제어되지 않으면서 의회 경찰 하나가 총을 쐈고 한 여성이 쓰러졌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총성에 놀란 시위대는 우왕좌왕했으나 이내 ‘살인자들!’이라고 외치며 격분했다고 WP는 덧붙였다. 이 여성은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결국 사망했다.

◎…난입사태는 4시간이나 지속됐다. 시위대의 폭력적인 난입사태로 의사장이 아수라장이 되고 있는 사이 연방 당국은 FBI 요원들과 국토안보부 산하 비밀경호국 병력을 의사당 건물 주위에 배치했고, 워싱턴 DC에는 내셔널 가드 병력 약 2,000여명이 급파돼 시위대 진압에 나섰다. 결국 오후 5시30분께 당국이 의사당 건물 내의 시위대를 몰아냈다. 그러나 시위대는 완전히 해산하지는 않은 채 의사당 주변에서 시위를 이어갔다.

◎…워싱턴 DC 시정부는 시위대 난입사태 발생 직후 시 전역에 오후 6시에서 다음날 오전 6시까지 통행금지령을 내리고 필수요원을 제외한 모든 시민들의 외출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김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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