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가계부를 덮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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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원 공인재정 상담가(시카고)

 

인터넷이 발달되기전 대중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던 매체들 중 으뜸은 매월 발간되던 월간지들 이었습니다. 매월 발행되는많은 월간지들 중에서 가장 큰 인기를 누렸던 것은 주부와 여성 독자층을 겨냥한 여성월간지들이었습니다. 이들 여성 월간지들은 새해 신년호를 발행하면서 보다 많은 구독자를 확보하기 위해 여러가지 사은품을 제공하였는데 그 중 가장 자주 등장했던 것은 가계부 였습니다. 어렸을적 어머니가 사용하던 가계부를 여러 번 보았는데 세월이 많이 지난 지금 생각해 보아도 디자인과 책 구성등이 아주 알차게 만들어진 고급 가계부 였습니다. 이 가계부를 받아든 많은 주부들은 지난 세월은 모두 잊고 새해부터는 가계부를 통하여 쓸데없는 낭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리는 등과 같은 알찬 살림을 살아야 하겠다는 야무진 각오를 가지고 1월달의 가계부를 촘촘히 적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이 같은 각오는 2월, 3월이 되면서 점점 무디어 지고 4월, 5월이 되면 제시간에 적는 가계부가 아니라 마치 밀린 숙제를 하듯 허술해 지게 됩니다. 그리고 급기야 그 잘 만든 가계부들은 결국 제 수명을 다 누리지 못하고 여름을 넘기기 전 세월의 뒤안길로 사라져 버리기 일쑤였었습니다.

일부 부유층을 제외하고 일반 서민 또는 중산층의 살림살이는 남는 돈을 찾기가 어려운 팍팍한 것 입니다. 따라서 가계부를 작성하다 보면 보람된 순간 보다는 늘 돈이 부족하고 마음이 궁핍해 지는 것을 확인하게 됩니다. 그리고 가계부를 적어 보신 분들은 모두 아시겠지만 소소한 지출까지 기억했다가 꼼꼼히 기록하는 일은 많은 정성과 시간을 요구하게 됩니다. 요즘과 같이 부부가 맞벌이를 하거나 자영업을 운영하는 경우 가계부에 시간과 정성을 쓸수 있는 가정은 많지 않습니다.

열심히 일을 하여 어느정도 수입이 있음에도 저축을 하지 못하는 가정이 저축할 돈의 규모를 가늠하기 위하여 가계부를 쓰기보다 우선 적당한 금액을 저축하고 나머지로 생활하는 방법을 권장해 드리고 싶습니다. 예를들어 일년에 7만불의 연소득이 있는 가정이 있다고 하면 가계부를 써서 이 7만불이 어느곳으로 쓰여지는지 일일이 기록하는 수고를 하기 보다 자신의 능력껏 저축구좌로 돈을 먼저 보내버리고 나머지 돈으로 생활을 하는 방법입니다. 보통 적게는 일년 수입의 5%에서 많게는 25%까지 저축할 것을 권장합니다. 매월 5천불의 수입이 있는 가정이 10%인 5백불을 먼저 저금하고 나머지 4천5백불로 생활을 한다면 이 가정은 이미 가계부를 쓰고자 했던 원래 목표를 달성하는 것 입니다.

이렇게 우선 저축을 해버리고 남은 돈으로 더 이상의 빚을 지지 않고 생활을 한다면 가계부를 쓰지 않아도 일년에 자신들의 수입에서 어느 정도를 저축하고 사는 지 저절로 파악이 됩니다. 처음 얼마를 저축하고 나머지 살지 정하기가 수월하지 않다면 일단은 5%와 같은 적은 비율로 시작을 하고 조금씩 더 늘려 나가면 됩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방법을 도입할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동으로 저축이 이루어지도록 장치를 마련하는 것 입니다. 저금통에 저축을 하거나 수표를 써서 은행에 매월 저축을 하는 것이 아닌 월급이 입금되면 나의 손을 거치지 않고 은퇴구좌, 학자금구좌, 투자구좌등으로 저절로 빠져 나가게 해 놓아야 중간에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유지할 수가 있게됩니다.

저축은 쓰고 남는 돈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수입을 사용하기전에 우선적으로 해야되는 것을 명심하시기를 바라며 바람직하기는 매월 수입의 일정 부분을 저축하기로 결정하였다면 재정전문가와 상의하여 매월 저축하는 금액을 어떤 방법으로 운영할 것인가를 의논하여 자신에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선택하시기 바랍니다.(Tel: 847-486-95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