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개문 만복래

1926

이종형 은퇴목사

 

겨울이 오면 봄이 멀지 않으리 영국 시인 셸리의 시에 나오는 구절로 우리가 흔히 하는 말이다. 이번 겨울이 유난히 추워 북극 한파가 몰려 왔다고 하지만 그러나 2월 4일 입춘을 지나면서 봄이 다가온 것을 실감할 정도로 날씨가 풀렸다. 이젠 추워 보았자 이미 봄에 들어선 것이다. 몇 달 전 추운 겨울이 시작되었지만 그 겨울을 맞으면서 멀지 않아 봄이 찾아오는 것을 알게 되면 겨울의 추위와 고독을 인내로 이기며 기다릴 수 있으리라. 계절의 겨울만이겠나? 모든 것이 얼어 붙는 인생 겨울이 있다. 좌절과 실망에 빠져 삶을 포기하고 싶은 때가 있다. 그러나 꽃피는 인생 봄이 오는 것을 내다보면 오히려 굿굿한 나무처럼 웃음으로 겨울을 이겨낼 수 있지 않겠나!!

봄이 시작하는 입춘이 오면 한국에서는 입춘대길 건양다경 소지황금출 개문만복래라는 글을 써서 문에 붙이곤 하였다. 봄이 오면 크게 좋은 일이 있다. 마당을 쓸면 황금이 나오고 문을 열면 만복이 들어온다라는 말이다. 겨울 내내 찬 바람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문을 봉하고 지나지만 입춘이 오면 봄 바람, 따뜻한 햇빛이 닫힌 문을 두드린다. 문을 열기만 하면 햇빛과 봄기운이 들어오고 생명의 복을 받게 된다. 생명을 일으키는 봄의 정기는 우리가 가만히 있을 수 없도록 힘과 생기를 일으키고 활동하게 한다. 집안을 정리하고 채전을 가꾸는 준비를 하거나 논과 밭을 일구어 농사를 시작하며 한 해의 풍성함을 내다 보게 된다.

문을 열면서 또한 우리 마음을 연다. 밖을 향해 마음을 닫고 남남이 되어 외롭고 힘들게 사는 것이 바로 겨울이다. 내 마음이 봄을 맞아 마음을 열고 이웃을 향하면 그가 가진 귀한 인생 보배가 내게로 쏟아져 들어온다. 건강한 관계 아름다운 삶이 이루어진다. 문제는 내 마음이 상처와 고통으로 얼어 있어 문을 열지 못하는 것이다. 문을 열기만 하면 치유와 평안의 큰 복이 들어오는데 말이다.

내가 문밖에 서서 두드리고 있으니 내 음성을 듣고 문을 열면 내가 들어가 함께 먹고 마시며 함께 지나리라 하는 이가 있다. 도둑이 아니다. 못 믿을 자가 아니다. 바로 봄과 햇빛, 생명과 자유의 주인이신 하나님, 나를 친구 삼고 나를 위해 자기 생명 바쳐 나를 살려 내는 예수 그리스도시다. 그의 음성을 듣고 그를 모시기만 하면 오늘이나 금년만 아니라 평생토록 영원토록 만복의 생명을 누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