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개혁주의 신앙: 구원의 순서(예정 1)

1229

정성국 목사/로뎀교회 담임

 

하나님은 사람에게 있는 어떤 선함이나 본성이 아닌 당신의 선한 뜻에 따라 모든 죄인 가운데 일부를 구원하기로 하고 나머지는 유기하기로 영원한 현재에서 예정하신다. 그런데 이 교리는 여러 가지 질문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많은 이의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먼저 이 교리는 불공정해 보인다. 이 교리에 의할 때, 아무리 선한 삶을 살아도, 아무리 인격이 뛰어나도 구원받을 수 없고, 오히려 극악무도한 죄인이라고 하더라도 하나님의 선택에 의해서만 구원받는다면, 이는 너무 불공평한 처사가 아닌가? 이에 대한 전형적인 개혁주의의 대답은 세상 사람은 모두 다 부패한 죄인임으로 그 누구도 선하다거나 남보다 낫지 않다는 것이다. 의인은 아무도 없기에 그 누구도 구원을 요구하거나 주장할 수 없다. “기록된바 의인은 없나니 하나도 없으며 깨닫는 자도 없고 하나님을 찾는 자도 없고 다 치우쳐 함께 무익하게 되고 선을 행하는 자는 없나니 하나도 없도다… 모든 사람이 죄를 범하였으매 하나님의 영광에 이르지 못하더니.”(롬 3:10-12, 23)

그런데도 어떤 이는 구원받는다. 모두 다 유기하거나 모두 다 구원하거나 해야지 일부는 구원하고 또 일부는 유기하는 것은 분명 차별처럼 느껴진다. 이에 대한 개혁주의의 답은 하나님은 그 누구에게도 구원의 빚을 진 적이 없고, 구원하셔야 할 의무도 없기에 하나님의 입장에서는 전혀 잘못한 것이 없다고 대답한다. “그런즉 하나님께서 하고자 하시는 자를 긍휼히 여기시고 하고자 하시는 자를 완악하게 하시느니라 혹 네가 내게 말하기를 그러면 하나님이 어찌하여 허물하시느냐 누가 그 뜻을 대적하느냐 하리니 이 사람아 네가 누구이기에 감히 하나님께 반문하느냐 지음을 받은 물건이 지은 자에게 어찌 나를 이같이 만들었느냐 말하겠느냐 토기장이가 진흙 한 덩이로 하나는 귀히 쓸 그릇을, 하나는 천히 쓸 그릇을 만들 권한이 없느냐 만일 하나님이 그의 진노를 보이시고 그의 능력을 알게 하고자 하사 멸하기로 준비된 진노의 그릇을 오래 참으심으로 관용하시고 또한 영광 받기로 예비하신바 긍휼의 그릇에 대하여 그 영광의 풍성함을 알게 하고자 하셨을지라도 무슨 말을 하리요”(롬 9:18-23). 하나님의 주권에 의문이 생기는 이유를 인간의 부패한 이성에 두기까지 한다. 그런데도 대부분은 이 교리를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둘째로, 구원의 기준이 구원받는 자의 어떤 자격에 의해서가 아니라 순순히 구원하는 자의 뜻에 따라 결정된다면, 결국 인간은 구원받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지 않은가? 그렇다면 유기된 책임도 역시 하나님에게 있지 않은가? 왜 인간이 구원받지 못한 책임을 지는가? 이에 대해 개혁주의는 하나님은 죄의 조성자가 아니라고 대답한다. 하나님은 사람이 죄를 짓게 만들지 않는다. 사람은 자기 자유 의지로 죄를 범하지 하나님이 그렇게 하라고 시키지 않으신다. 그러므로 인간은 각자가 범죄한 대가를 받는 것이 마땅하다. 결론적으로 구원에 대한 모든 공로와 찬양은 하나님께로 가고 죄와 심판에 대한 모든 책임은 인간이 진다. 좋은 것은 하나님께, 나쁜 것은 인간에게라는 공식이 성립된다.

분명 이런 교리는 불편하다. 인간의 논리로 생각해 볼 때, 앞뒤가 맞지 않은 것 같다. 공로와 책임 모두를 하나님이 지든가 아니면 인간이 모두 지든가 해야지, 좋은 것만 하나님이 취하고 나쁜 것은 인간이 갖는다는 것은 사람의 입장에서 억울할 뿐만 아니라 하나님이 독재자처럼 보인다. 잘되면 내 탓이요 못되면 조상 탓이라는 말처럼 이중 논리는 이율배반이 되어 인간의 이성을 고문한다. 하지만 우리의 뇌가 겪는 고통이 어떠하든지 성경을 종합해 보면 위에서 말한 내용과 일치한다. 구원은 아무런 공로도 선함도 없는 인간에게 주신 하나님의 은혜(선물)이고, 심판은 인간이 지은 죄 때문에 당하는 공의의 실현이다. 이 교리는 모순처럼 보인다. 그러나 성경은 구원에 대한 은혜와 죄에 대한 심판 사이, 하나님께 돌아가는 공로와 인간이 짊어지는 책임 사이에 놓인 거대한 간격을 굳이 설명하려고 여백을 낭비하지 않는다. 아마도 인간의 언어로는 설명할 길이 없거나, 설명해도 인간은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