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개혁주의 신앙: 맹세와 서원-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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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국 목사(횃불트리니티 총장 어시스턴트/횃불재단 DMIN 스태프)

맹세는 하나님의 이름으로 사람에게 한 약속을 가리킨다. 맹세는 신중하게 해야 한다. 이를 잘못하면 말의 신용이 없어지고, 거짓이 실행되며 무엇보다 믿는 사람들의 맹세는 하나님의 이름을 더럽히게 된다. 십계명 중 제3계명에서 “너는 너의 하나님 여호와의 이름을 망령되이 일컫지 말라”고 했는데, 이 계명을 어기게 된다.

맹세할 때는 “누구든지 선하고 정당한 것 그리고 그렇게 믿어지는 것과 자기가 행할 능력이 있거나 하기로 하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맹세하지 말아야 한다”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 22장 3항). 맹세는 선하고 정당한 것만을 해야 한다. 이는 하나님께 하는 서원도 마찬가지다. “아무도 하나님의 말씀으로 금해져 있는 것에 대하여 서원해서는 안 된다”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 22장 7항). 예를 들어, “내일 아침까지 도둑질하기로 맹세합니다. 그렇지 못할 경우 하나님이 나에게 벌을 내리시고 또 내리시기를 원합니다”고 서원해서는 안 된다. “반드시 저 원수를 죽이겠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하나님이 나에게 벌을 내리시고 또 내리시기를 원합니다”라고 맹세하는 것은, 분명 선하지도 않고 옳지도 않다. 사도바울 당시의 유대인들이 바울을 미워한 관계로 이런 종류의 맹세를 했다. “날이 새매 유대인들이 당을 지어 맹세하되 바울을 죽이기 전에는 먹지도 아니하고 마시지도 아니하겠다 하고 … 대제사장들과 장로들에게 가서 말하되 우리가 바울을 죽이기 전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기로 굳게 맹세하였으니” (행 23:12, 14).

서원이나 맹세는 자기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것만을 해야 한다. 월급이 한 달에 3천 불인 사람이 1년 안에 100만 불을 헌금하기로 서원해서는 안 된다. 이것은 믿음이 아니다. 정말로 하고 싶으면 서원하지 말고 이를 놓고 기도하면 될 일이다. 옛날 어머니들이 사무엘상에 나오는 한나의 서원을 본받아 자식을 낳으면 꼭 목사를 만들겠다는 서원을 한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런데 그 서원을 지키지 못해서 평생 죄스러운 마음으로 살아간다. 구약 시대와는 달리 지금은 자기 마음대로 자식을 어떻게 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자기 능력 밖의 서원이다.

다음으로 만약 맹세했는데 그 맹세가 잘못된 것이었음을 알았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잘못된 맹세임에도 불구하고 맹세나 서원을 했기 때문에 그대로 실행해야 할까? 그렇지 않다. 잘못된 맹세는 실행하지 말아야 한다.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 22장 4항은, “맹세로 말미암아 죄를 짓게 되어서는 안 된다”라고 가르친다. 이는 죄가 더 가중되기 때문이다. 잘못된 맹세는 그 자체로서 이미 죄를 범한 것이다. 누구를 살인하겠다고 맹세한 것은 범죄다. 그런데 그것을 맹세 한 대로 실행하는 것은 더 나쁘다. 이럴 때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잘못 맹세한 것을 회개하고 하나님께 용서를 비는 것이다. 사사기를 보면,  입다가 암몬족속이 이스라엘과 전쟁할 때에, 승리하고 싶어서 서원했다. 그 전쟁에서 승리하게 하면 자신을 맨 처음 영접하는 자를 여호와께 번제로 드리겠다고 했다. “내가 암몬 자손에게서 평안히 돌아올 때에 누구든지 내 집 문에서 나와서 나를 영접하는 그는 여호와께 돌릴 것이니 내가 그를 번제로 드리겠나이다 하니라” (삿 11:31). 이 구절에 대해서는 신학적인 논쟁이 있다. 입다가 당시에 생각한 것이 인신 제사였는지 아니면 동물을 번제로 드리고, 사람은 평생 성전에서 봉사하도록 했는지 학자마다 의견을 달리한다. 만약 입다가 인신 제사를 염두에 두었다고 하면, 이는 분명 잘못된 서원이다. 하나님은 인신 제사를 명령하신 적이 없고 오히려 혐오하신다. 만일 입다가 인신 제사를 생각하고서 실제로 자기 딸을 번제로 바침으로 서원을 이행했다면 참으로 어리석은 인간이다. 일단 인신 제사가 잘못된 것임을 알았으면 그 서원을 철회하고 구약의 율법대로 서원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한 제사를 지내며 하나님께 잘못을 회개하고 용서받았어야 했다. 반면 잘못된 맹세나 서원이 아닌, 올바른 것이라면 자신에게 손해가 되더라고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