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개혁주의 신앙: 예수님과 율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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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국 목사(트리니티 신학대학원 논문심사위원)

예수님은 중보자이시다. 중보자란 하나님과 인간 사이에 서서 원수 되었던 관계를 자신을 희생하므로 회복하는 직분을 뜻한다. 예수님은 이 직분을 자원하여 맡으셨다. 그는 사람이 되기를 선택했다. 이점이 보통 인간과 다르다. 우리는 인간이 되기를 선택하지 않았다. 그러나 예수님은 이를 선택했다.

이 직분을 이행하기 위하여, 그는 율법 아래 태어났고, 율법을 온전히 성취하셨다. 그는 율법 아래에 계신 분이 아니다. 율법 아래에 있다는 말은 율법을 이행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예수님은 율법을 이행해야 할 의무가 없다. 왜냐하면, 그는 하나님이고 율법은 하나님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인간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가끔 착각하며 묻는다. “하나님이 인간에게 율법을 지킬 것을 요구한다면 하나님도 율법을 지켜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나님이 율법을 지키지 않으면서 어떻게 인간에게 율법을 지키라고 요구할 수 있단 말인가?” 이는 어리석은 생각이다. 하나님을 인간의 자리로 끌어 내리는 생각이다.

예를 들어, 과거에 나는 햄스터를 키웠던적이 있다. 햄스터를 키우기 위해서는 햄스터들이 지켜야 할 법이 필요하다. 4 평방 피트 되는 플라스틱 상자 안에서만 생활해야 한다. 이 안에 햄스터를 위한 물병이 있고, 음식을 놓는 접시가 있고, 이들이 숨을 수 있는 곳이 있고, 바퀴가 있다. 햄스터는 여기 안에서만 있어야 한다. 밖으로 나가면 죽게 될 위험이 높다. 사람이 손으로 집어서 손바닥 위에 놓을 때, 문 바깥으로 나갈 수 있다. 햄스터는 이 법을 지켜야 한다. 이 법은 사람을 위한 법이 아니다. 그런데 누군가,사람이 이 법을 햄스터에게 지키라고 명령하기 위해서는, 사람이 먼저 플라스틱 상자 안에서, 햄스터처럼 물을 먹으며, 이들이 먹는 음식을 먹으며 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어떠하겠는가? 말이 안 되는 소리다. 마찬가지이다. 성경책은 하나님을 위한 책이 아니요, 인간을 위한 책이다. 예수님은 율법을 만드신 분이지 율법 아래에 있지는 않다. 그런데 예수님은 스스로 율법 아래에 태어나셨다. 율법을 지킬 의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을 대신해서 죽어야 하기에, 완전한 인간이 되셔야 하기에, 율법 아래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율법을 온전히 성취했다. 율법을 완전히 다 지켰다. 성경책은 모든 인간이 보편적으로 다 지켜야 할 율법이지만 오직 예수님만 지켜야 할 율법이 딱 하나 있다. 바로 십자가의 대속의 율법이다. 이것은 오직 예수님만이 지켜야 할 율법이었다. 주님은 이것까지도 다 지키셨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당시 바리새인들과 유대인들은 모두 (물론 현대 유대인들도 마찬가지이지만), 예수님이 율법을 깨는 자라고 비판했다. 왜냐하면 예수님은 율법을 율법주의 정신으로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수님은 율법을 본질적으로 지켰다. 그러나 유대인들은 율법의 겉만을 지켰다. 이에 대해 예수님은 “너희들은 율법을 지키지 않았다”고 선포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