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개혁주의 신앙: 하나님의 계시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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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국 목사(트리니티 신학대학원 논문심사위원)

구약성경은 히브리어로 되어 있고 신약성경은 헬라어로 되어 있는데,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성경은 사본뿐이다. 원본 서는 없다. 왜 원본 서가 없는 것일까? 아니 왜 하나님은 원본 서를 후대에 전수해 주지 않았던 것일까? 하나님은 전능하신 분이다. 하나님이 원한다면 얼마든지 기적적인 방법으로 원본 서를 후대에 전수해 줄 수도 있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왜 그랬는지 그 이유는 알 수 없으나, 어쨌든 원본 서를 기적적인 방법으로, 초월적인 방법으로 전수해 주지 않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었다.

이상하게도 하나님은 당신의 섭리를 이끌어 갈 때 인간의 책임이라는 부분을 꼭 사용하신다. 하나님은 인간을 로버트로 만들어 놓지 않았다. 하나님의 절대주권으로 얼마든지 그렇게 할 수 있었는데도, 하나님은 인간에게 선택할 수 있는 자유의지를 주셨다. 사람이 자기 자유의지로 하나님을 배반할 것을 알면서도 하나님은 그렇게 하셨다. 하나님은 기계적인 맹목적 복종이 아닌, 자유의지를 가진 인간의 자발적인 사랑을 원하셨다. 어쨌든 하나님은 불완전한 인간의 책임이라는 부분을 꼭 사용하신다. 당신의 계시를 전달할 때도 그렇게 하셨다. 하나님은 직접적으로 초월적인 방법으로 각 개인에게 계시를 전할 수 있다. 하지만 하나님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꼭 특정한 선지자를 선택해서 그 선지자를 통하여 계시를 전달하셨다. 성경에 등장하는 모든 선지자나 사도는 불완전한 사람이다. 그중에는 거짓말을 하는 선지자도 있었고 말을 서툴게 하는 선지자도 있었다. 하지만 하나님은 그런 선지자들을 사용하셨다. 성경이 전승되는 부분도 마찬가지로 인간이 이 일을 감당하도록 맡기셨다. 그래서 원본 서를 기적적인 방법으로 보존하지 않고 그 원본 서를 베껴서 사본으로 전달되게 만들었다. 비록 원본서는 없어졌지만, 사본을 통하여 원본을 전달하는 방법을 택하셨다. 즉 원본서는 없지만, 원본은 남아있게 되는 것이다. 사본을 통하여서 말이다.

그런데 여기에 한가지 문제가 생겼다. 옛날에는 컴퓨터나 사진술이 없었기 때문에 사람이 직접 손으로 사본을 베끼어 써야 했다. 사람이 쓰기 때문에 아무리 심혈을 기울인다고 하더라도 때때로 실수가 있을 수 있다. 큰 실수는 없지만 작은 실수는 있을 수 있다. 1947년에 사해바다 서쪽에 있는 쿰란 동굴에서 수많은 성경 사본이 발견되었는데, 이것들은 거의 1세기에 작성된 것들이다. 이것들을 사해사본이라고 하는데, 이 사해사본이 발견되기 전에는 마소라 사본이 기존의 구약성경으로 사용되었다. 마소라 사본은 9세기경에 완성되었다. 따라서 사해 사본하고는 거의 800년 정도 차이가 난다. 그런데 이 두 사본들을 비교해 보면 놀랍게도 거의 95%가 일치한다. 나머지 5%도 중요한 내용이 아니라 사소한 곳에서 차이를 보인다. 이것은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800년의 세월이 흘렀는데도, 거의 똑같지 않은가! 이는 성경 복사자들이 얼마나 철저히 성경을 옮겨썼는지 보여준다. 그런데도 어쨌든 성경을 옮겨쓴 사람들은 인간인지라 조금의 실수는 있을 수 있다. 이 부분이 어떤 이들에게는 불편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하나님은 인간의 불완전함을 통해서도 원본을 그대로 보존하게 하셨다는 점을 생각해 보라. 그리고 그 원본을 찾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도록 섭리를 베푸셨다. 예를 들어서 원본을 곧바로 베끼어 쓴 사본이 5개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다섯 개의 사본을 각각 A, B, C, D, E라고 했을 때, 먼저 사본 A의 5쪽에 오류가 있다면 B, C, D, E 사본이 A의 오류를 지적할 수 있다. 왜냐하면 나머지 사본들도 모두 다 똑같이 A와 같은 곳에 오류를 범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B 사본의 77쪽 어느 부분에 오류가 있다면, A, C, D, E 사본이 B의 잘못된 부분을 정정해 줄 것이다. 물론 현실에서는 이처럼 간단하지는 않고 이것 보다 훨씬 더 복잡하지만 어쨌든 원리는 같다. 이런 식으로 우리는 원본을 사본 속에서 찾을 수 있다. 이런 작업을 가리켜 저등 비평이라고 한다. 성경의 사본은 수천 개나 된다. 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사본이 많으면 많을수록 원본에 대한 신뢰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이렇게 불완전한 사본 속에 원본이 완벽하게 보존되게 섭리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