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개혁주의 신앙: 하나님의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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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국 목사(트리니티 신학대학원 논문심사위원)

 

하나님의 작정이란 하나님은 당신이 만드신 이 피조세계를 절대적으로 통제한다는 개념이다. 예정은 하나님의 작정 중에서 인간의 구원과 관련한 부분을 일컫는 말이다. 누군가가 나에게 “당신은 하나님의 예정을 믿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It depends on what you mean.” 즉, 그것은 예정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국어사전에 나오는 사전적 의미의 예정인가, 아니면 성경적 의미의 예정인가?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예정을 시간 안에서 생각한다. 그러나 성경이 묘사하는 예정은 시간 밖에 있다. 사람들 생각 속에 있는 예정은 과거에 미래를 결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성경의 예정은 영원한 현재에서 과거, 현재, 미래를 결정한다. 사람들은 예정을 인간의 자유의지와 서로 대립의 관계에 둔다. 그러나 성경의 예정은 인간의 자유의지를 통하여 이루어진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예정에서 사람은 프로그램화되어 있는 로버트나 장기판 위의 돌처럼 자유의지가 없다. 그러나 성경의 예정은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준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예정 속에서 인간은 운명론적 존재이다. 그러나 성경의 예정에서 인간은 개척자이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예정에서 하나님은 죄의 조성자가 된다. 그러나 성경의 예정에서 하나님은 사람이 짓는 죄의 조성자가 아니다. 죄의 조성자는 인간이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예정이 무엇이냐가 아니라, 성경이 말하는 예정의 의미를 배우는 것이다. 그런데 성경이 말하는 예정을 배우기 전에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국어 사전적 의미의 예정이 머릿속에 박혀 있다. 그래서 이미 개념 속에 박힌 예정을 끄집어내 성경의 예정에다 대입하니까, 이해도 안 되고 오해도 생긴다.

그렇다면 성경이 가르치는 예정은 무엇인가?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3장 3항을 보자. “하나님의 작정에 의하여, 그의 영광을 나타내시기 위해서 어떤 사람과 천사들은 영원한 생명에 이르도록 예정되고 다른 이들은 영원한 사망에 이르도록 예정되어 있다.” 먼저 예정의 목적이 있다. 예정의 목적은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서이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다는 것은 하나님이 당신의 성품을 나타내게 한다는 것이다. 하나님의 성품은 대표적으로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공의요, 또 하나는 사랑이다. 하나님은 의로우신 분이다. 하나님은 악을 싫어하신다. 악은 반드시 심판받아야 한다. 그래야 공의로운 하나님이 된다. 그런데 인간이 누구인가? 본질적으로 진노의 자식이다. 악에 대한 대가를 받아야 하는 존재이다. 그런데 인간이 악을 행하게 되는 이유는 하나님이 그렇게 하도록 예정해 놓았기 때문이 아니다. 악은 인간이 자신의 자유의지로 선택한 것이다. 인간이 악을 행하는 것도 하나님의 예정 가운데 있지만, 하나님의 예정이 인간이 행하는 악의 원인은 되지 않는다. 물론 이 부분이 시·공간의 제한을 받는 인간으로서는 이해하기 힘드나, 어쨌든 하나님은 인간의 죄에 대한 책임이 없다.

하나님의 예정은 죄지은 인간에 대한 심판을 포함하는데, 그렇게 함으로써 하나님의 공의를 드러낸다. 동시에 예정의 목적은 사랑의 하나님을 드러냄으로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내기 위함이다. 모든 인간은 죄로 인해서 영원한 형벌을 받아야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인간을 불쌍히 여기셔서 어떤 사람들을 선택하시고 이들의 죗값을 하나님이 대신 받으시며 이들이 영원한 생명을 얻도록 예정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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