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개혁주의 신앙: 하나님의 작정

1977

정성국 목사(트리니티 신학대학원 논문심사위원)

하나님은 일어나는 모든 일을 작정해 놓으셨다. 하나님이 창조한 이 피조 세계에서 발생하는 모든 일은 하나라도 하나님의 작정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 작정은 영원하다. 하나님의 작정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다. 우리 인간은 시·공간 안에서 살아간다. 그러나 하나님은 시·공간 안에 거하지 않고 이를 초월하여 계신다. 하나님은 시간 안에서 과거에 미래의 일을 작정해 놓지 않고, 시·공간을 초월하여 작정하신다. 이것을 신학적 용어로는 영원한 현재라고 한다. 그래서 하나님이 모든 일을 계획하셨다고 했을 때 오해의 소지가 생긴다. 계획이라는 단어는 미래의 일을 과거나 현재에 설계한다는 의미이다. 즉 시간이 들어 있다. 그러나 하나님은 시·공간의 지배를 받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하나님의 작정을 설명할 수 있는 인간의 용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나님의 존재 방식이나 생각, 작정은 시·공간 안의 인간이 경험할 수 없다.

하나님의 작정은 세세한 일까지도 다 포함한다. 과거에 하나님의 작정과 인간의 자유의지를 조화해 보려는 시도가 많이 있었다. 이에 대한 하나의 노력으로 하나님의 작정을 큰 사건에만 제한하려고 했었다. 즉 하나님은 인류 역사에 일어날 큰 사건들, 예를 들면, 2차 세계대전이나, 국가의 생성 및 흥망 같은 사건들만 작정해 놓으시고, 세부적인 사항은 인간의 자유의지에 맡겨 놓으셨다고 이해했다. 얼핏 듣기에는 그럴듯해 보이지만 성경적이지 않다. 주님은 분명 참새 한 마리라도 “너희 아버지께서 허락지 아니하시면, 땅에 떨어지지 아니하리라”라고 말씀하셨고 하나님은 너희의 머리털까지 다 세신 바 되었다고 말씀하신다 (마 10:29; 눅 12:7). 상식적으로 따져보아도 큰 사건은 결국 작은 사건들이 모여서 원인과 결과라는 인과율을 발생시켜 나온다.

하나님은 피조세계의 모든 일을 다 작정하시지만, 그런데도 죄의 조성자가 아니다. 이 부분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성경은 분명 죄는 인간의 자유의지로 인해서 발생한다고 가르친다. 죄에 대한 책임은 인간에게 있다. 반면 은혜에 대한 공로는 하나님께 돌린다. 어떻게 보면 이중적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죄인이 지옥에 가서 “하나님 내가 지옥 가는 것은 다 당신 책임입니다. 당신이 그렇게 작정해 놓았기 때문에 내가 구원받지 못한 것입니다”라고 하나님을 비방할 수 없다. 사람이 천당에 가고 싶음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이 그렇게 작정하셨기 때문에 지옥에 가는 경우는 없다. 죄인이 지옥에 가는 것은 그가 스스로 그렇게 되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죄에 대한 책임은 인간의 영역이다. 반면 구원과 관련해서는 모든 영광을 하나님께 돌린다. 이 부분은 인간의 지혜로 이해하기 힘들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하나님과 우리 인간의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작정은 시·공간을 초월해서 결정되고 인간의 자유의지는 4차원 시·공간 안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작정은 인간의 자유의지를 파괴하지 않는다. 하나님은 인간에게 자유를 주셨다. 하나님은 인간을 로버트로 창조하지 않았다. 프로그램화되어 움직이는 기계가 아니라, 자유를 가지고 있다. 하나님을 선택할 수도 있고 사탄을 선택할 수도 있는 자유의지가 있다. 하나님은 인간의 자유의지에 반하여 작정하지 않는다. 인간이 A라는 선택을 하고 싶은데 하나님이 B라는 선택을 하도록 프로그램화하지도 않고 강제로 그렇게 하지도 않는다. 인간은 자신의 자유의지에 의해서 A라는 선택을 하고 하나님은 인간이 A라는 선택을 하도록 영원한 현재에서 작정하신다. 하나님의 작정은 인간의 자유의지를 통하여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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