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고귀한 가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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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 목사/선한 이웃 교회 담임/미육군 군목

처음으로 비행기의 일등석을 타보는 호강(豪强)을 누렸습니다. 일등석의 평안한 여행이기도 했지만, 지난 며칠간은 뿌듯한 감동과 감사를 가슴에 담고 지낸 날들이 되었습니다. 지난주엔 27년간 군복무를 하다가 돌연 죽음을 맞이해야 했던 한 병사의 장례식을 위해 캔사스에 급하게 다녀와야 했습니다. 급하게 예약된 비행일정이기도 했지만, 지방의 공항까지 가는 비행기는 날씨로 인해 출발이 몇차례 지연되기를 반복했습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항공사 직원이 체크인 데스크로 와서는 병사의 장례식에 가는 저의 여행목적을 발견하고는 일등석 티켓으로 바꿔주는 것이었습니다. 자신도 전쟁에 참전했던 해병대 출신였고, 나라를 위해 봉사하다 죽음을 맞이한 그 군인의 명예를 기리는 자신의 마음을 받아달라는 것이 었습니다. 물론 디트로이트에서 커넥션 비행기로 갈아 타야 했을 때도, 예약에도 없던 일등석을 캔사스 씨티까지 또다시 배려해 주었습니다. 가까스로 도착한 장례식장엔 그 병사의 운구차를 호위하는 베테랑들로 구성된 “아메리칸 리젼”의 오토바이 행렬이 줄을 잇고 있었습니다. 전쟁을 겪은 이들 군인들의 가슴속엔 여전히 “의무”(Duty) “명예”(Honor) “조국”(Country)이라는 선명한 가치가 깊이 자리잡고 있었던 것같습니다. 우리 모두의 인생에도 시련은 내가 붙잡아야할 참 인생의 “가치”(Value)가 무엇인지 더욱 선명하게 일깨워주는 계기를 가져다 줍니다. 삶의 많은 시험들을 통해 얻는 유익은 인생에 있어서 버려야할 헛된 것들이 무엇이며, 붙잡아야할 참된 가치가 무엇인지를 구별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줍니다. 전쟁의 참전을 통해 얻은 제 삶에 경험에서도 “하나님” “가족” “나라”는 저의 인생을 바쳐주는 가치가 되었습니다.

성경엔 이스라엘 백성이 겪었던 40년간의 긴 시험의 과정을 통해 교훈을 얻으라고 우리를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민족의 지도자, 모세를 통해 종살이하던 애굽에서 나와 약속의 땅,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땅에 들어간 일세대는 오직 여호수와와 갈렙뿐이 었습니다. 전 세대는 모두 황량한 광야의 사막에 엎드러져 죽음을 맞이해야 했고, 새로운 지도자 여호수아를 따르는 다음 세대만이 약속의 땅을 밟을 수 있었습니다. 이같은 이스라엘 민족이 남긴 역사의 교훈을 잊지 말라고 사도 바울은 말씀합니다 (고전10:1-13). 이 시험의 과정속에서 그들이 붙들어야할 가치들은 무엇였을까요?  첫째는 “믿음”의 가치를 발견하는 것입니다.  그들은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땅앞에서 하나님의 약속을 믿는 믿음보다는 그 땅의 사람들로 인해 공포에 빠져버렸습니다. 우리의 인생가운데 배워야할 교훈이란 “두려움”에 쫒겨사는 불신의 모습이 아니라, “믿음”으로 행하는 담대한 삶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Not Fear Driven, but Faith Driven Life).  둘째는, “감사함”의 가치를 발견하는 지혜입니다. 광야의 시험속에 보여줬던 이스라엘 백성들의 대표적인 태도는 불행히도 “원망”의 자세뿐이 었습니다. 원망보다는 “감사함”의 가치를 알아갈 때, 그 인생은 참으로 아름다운 것입니다 (Focus on Gratitude, not Grumbling). 셋째로, “신뢰”라는 가치입니다. 광야생활속에 지쳤던 이스라엘 백성들이 모압땅의 창기들과 겉잡을 수 없는 음란함에 빠지자 이만삼천의 백성들이 죽음에 이르는 전염병에 걸리게 됩니다. 인생에 있어서 불붙는 욕망과 음욕을 내려놓고 잠잠히 하나님을 의지하는 믿음을 가질 때만이 인생의 참된 승리가 찾아옵니다.  인생의 시험속에 배워야할 가치는 “욕망”이 아닌 “신뢰”을 따르는 삶인 것입니다 (Live in Trust, not Lust).

가치가 분명한 인생일수록 위기속에서 그 결정이 쉬워진다는 말이 있습니다 (When values are clear, making decisions become easier). 인생의 수많은 갈림길에서 넘어지는 대부분의 이유는 우리가 붙잡고 있는 “가치들”이 분명하지 않기때문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생활에서 배워야할 가치는 “믿음” “감사” 그리고 “신뢰” 였습니다. 이것은 우리의 신앙여정 속에서도 다시금 발견하고 붙들어야할 정금과도 같은 가치들이라 믿습니다. 자신의 이기적인 욕심을 버리고, 고상한 가치를 위해 살다간 선한싸움을 다 마친이들에게 우리는 경례(salute) 를 보내게 됩니다.  한 베테랑의 가슴속에 간직한 “의무” “명예” “조국”이란 가치를 붙잡고 살아왔던 그의 삶으로인해 많은이들의 가슴에 존경과 감동을 주었습니다. 삶이란 어떤 가치를 붙잡고 사는가에 달여있습니다.  그리고 삶의 많은 시련들은 우리가 붙들어야할 가치들이 무엇인지 더욱 명확히 알아가도록 만들어 줍니다. 제아무리 광야길을 걸어가도 어떤 교훈도 그것을 통해 얻지 못한다면 그 인생은 참 허망한 것입니다. 주님의 지혜가 함께하시길 기도합니다.(servant.sa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