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과거의 분노와 후회 그리고 미래의 불안과 걱정 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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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규 목사/시카고한마음재림교회 담임

사람들은 모두 행복한 삶을 원합니다. 그런데 현재의 삶을 무겁게 하고 불행하게 만드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그 첫 번째 이유는 과거에 대한 분노와 후회입니다. 지난날에 받은 마음의 상처를 되새기면서 분노하고, 과거의 실수를 떠올리며 후회합니다.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미래의 일에 대하여 불안해 하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지나간 과거에 연연하거나 앞으로 닥칠 미래의 일을 미리 앞당겨 걱정하면서, 현재의 삶을 불행하게 만들어 버립니다.  

“밤에 일어나 두 아내와 두 여종과 열 한 아들을 인도하여 얍복 나루를 건널 새 그들을 인도하여 시내를 건네며 그 소유도 건네고 야곱은 홀로 남았더니 어떤 사람이 날이 새도록 야곱과 씨름하다가”(창 32:22-24) 여기 어두운 밤 마음에 큰 짐을 지고 강가에 홀로 남아 밤새 씨름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의 이름은 야곱이었습니다. 그는 지난 세월 도망자로 살았던 삶을 정리하고 고향으로 돌아가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고 하는 중요한 전환점에 서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의 지나온 20년의 삶은 그렇게 쉽게 지워질 수 있는 삶이 아니었습니다. 아버지를 속이고 형을 피하여 고향을 도망 나온 야곱, 그 이후에 펼쳐진 그의 삶은 고난의 연속이었습니다. 야곱의 외삼촌이자 장인인 라반의 집에서 살았던 20년은 갈등의 세월이었습니다. 그의 젊음을 다 바쳐 삼촌을 위해서 일했지만 라반은 거짓 결혼으로 그의 아내를 바꿔 치기 했고, 그에게 주기로 약속한 임금을 몇 번이나 번복하며 그를 노예처럼 부려 먹기만 했습니다. 결국 야곱은 외삼촌의 집에서 도망치다시피 나왔습니다. 그는 그의 외삼촌 라반을 생각할 때 마다 분노가 치밀었습니다.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는가? 온갖 집안 일, 양 치는 일, 그의 젊음을 다 바쳐서 일했는데 나를 이렇게 대접할 수가 있는가! 야곱의 지난 20년 삶은 서운함으로 인한 분노로 가득 찼습니다. 나의 최선을 헌신짝 처럼 버린 사람 때문에, 나의 마음에 상처가 된 한마디를 던진 사람 때문에, 나에 대하여 있지도 않은 일로 소문을 내는 사람 때문에, 나를 비난하는 이야기를 하고 다니는 사람 때문에, 나의 약점을 들추어 내는 사람 때문에, 나를 모함하여 뒤집어 씌우고 망신을 준 사람 때문에, 그렇게 잘 해주고, 도와 주고, 마음을 주었는데 오히려 배신하고 돌이켜 관계가 틀어져 버린 사람 때문에 우리들의 마음도 야곱과 같이 과거의 일로 분노가 가득합니다.

거기에 더하여 야곱의 마음을 힘들게 만들었던 것은 과거에 대한 후회였습니다. 고향으로 향하는 그의 마음은 불안함으로 가득 찼습니다. 아버지를 속이고 형의 것을 훔쳤던 죄가 그의 마음에 떠 올랐습니다. 고향 땅이 가까 와 질수록 그의 마음은 양심의 가책으로 점점 더 무거워 지고 있었습니다. 그의 죄악 된 과거가 지금 그의 마음에 큰 후회로 남아서 그를 힘들게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내가 왜 그때 그런 말을 했을까? 나는 왜 그때 그 일을 선택했을까? 그때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아니면 그때 그걸 꼭 그렇게 했어야 했는데! 우리들의 마음도 과거의 일로 후회가 가득합니다.

모든 가족들을 먼저 강을 건너게 한 이후에 그는 홀로 남았습니다. 야곱은 과거 20년 동안의 속이는 자, 도망자의 삶을 정리하기 위해서는 지금, 현재의 하나님께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는 밤을 새워 기도합니다. 그를 붙잡은 낯선 이를 붙잡고 씨름을 합니다. 이것은 그의 기도가 얼마나 치열하고 간절 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그리고 그 낯선 이가 하나님이심을 깨달았을 때 그는 더욱 매어 달렸습니다. 새벽을 맞도록 밤새 씨름한 끝에 하나님께서 그에게 이렇게 질문 하십니다. “네 이름이 무엇이냐”(창 3:27). 야곱에게 있어서 그 이름은 부끄러운 것이었습니다. 그의 모든 과거의 삶이 사기와 속임수로 점철 되었음을 드러내는 이름이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 그의 이름을 물으신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야곱, 너는 누구냐? 너는 어떤 사람이냐? 너의 과거가 어떠했는지 솔직하게 고백하거라.” 그의 이름을 물으시며 본인 스스로 자신이 죄인임을 고백하게 만드셨습니다. 야곱이 대답합니다. “그가 가로되 야곱이니이다.”(창 3:27) 이것은 하나님 앞에 선 죄인이 그의 죄악 된 과거를 해결하기 위해서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과거의 모습이 어떠했는지를 있는 그대로 고백해야 합니다. 이것이 야곱에게 이름을 물었던 이유입니다. “나는 속이는 자입니다”라는 그의 고백, 그것은 회개였습니다. 진정한 회개, 이것이 분노와 후회로 가득 찬 과거를 청산하고 현재의 삶을 행복하게 만드는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