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기도의 씨름에서 이기는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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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규 목사/시카고한마음재림교회 담임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힘겨루기 경기로는 씨름이 있습니다. 씨름은 양선수가 서로 삽바를 잡고 다리와 팔 그리고 허리의 기술로 상대를 넘어뜨리는 경기입니다. 이와 비슷해 보이는 전통 경기가 일본에도 있습니다. 그것은 스모입니다. 그런데 언젠가 스모대회 요코즈나 마쿠시타 대회에서 한국국적을 가진 한국 선수가 우승을 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가 우승한 마쿠시타 대회는 일본 스모 대회의 최고 천하장사를 가리는 요코즈나 대회 바로 전단계로 아주 수준 높은 대회였습니다. 특히 일본인들의 차별과 터부가 심한 스모세계에서 한국 국적을 가진 사람이 우승을 차지했다 것은 아주 특별한 일이었고 세간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그때 우승 인터뷰를 하는 그에게 많은 기자들이 다음과 같은 질문을 했습니다. 한국의 씨름과 일본의 스모가 서로 다른 점은 무엇입니까? 그 선수는 그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을 하였습니다. 씨름은 삽바를 잡고 상대를 끌어당겨서 기술을 넣지만 스모는 상대를 밀어제치는 기술을 통하여 상대를 제압하는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서로 다른 기술을 사용하는 씨름과 스모가 서로 격돌 한다면 어느 쪽이 더 우세할까요? 그 대답을 성경에서 찾아 봅시다.

“야곱은 홀로 남았더니 어떤 사람이 날이 새도록 야곱과 씨름하다가 그 사람이 자기가 야곱을 이기지 못함을 보고 야곱의 환도뼈를 치매 야곱의 환도뼈가 그 사람과 씨름할 때에 위골되었더라  그 사람이 가로되 날이 새려 하니 나로 가게 하라 야곱이 가로되 당신이 내게 축복하지 아니하면 가게 하지 아니하겠나이다”(창 32:24-26) 이 이야기 속에는 씨름을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누구와 누구의 씨름이었습니까? 야곱과 한 낯선이의 씨름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씨름이 어찌나 격렬하고 필사적이었던지 밤이 새고 새벽녘이 되어 동이 틀 때까지 서로 필사의 힘을 다하여 씨름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두 사람이 사용하는 씨름의 기술이 다릅니다. 이 낯선이는 이제 내가 가야겠으니 나를 놓으라고 하며 야곱을 밀쳐내는 스모의 기술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야곱은 자기를 밀어 제치고 가려고 하는 낯선이의 삽바를 꽉 붙잡고는 “안됩니다.  저에게 축복을 내리지 아니하시면 도저히 보내드릴 수가 없습니다” 라고 말하며 씨름의 기술을 걸고 있습니다. 밤을 새워 그렇게 떼어내려고 밀치고 가지못하게 붙잡고 하는 실갱이를 벌인 끝에 결국 그 낯선이, 곧 하늘의 사자는 야곱에게 기권을 합니다. 그리고 그는 자기와 싸워 이긴 승자에게 다음과 같이 축복합니다. “그 사람이 그에게 이르되 네 이름이 무엇이냐 그가 가로되 야곱이니이다 그 사람이 가로되 네 이름을 다시는 야곱이라 부를 것이 아니요 이스라엘이라 부를 것이니 이는 네가 하나님과 사람으로 더불어 겨루어 이기었음이니라” (창 32:27-28) 스모와 씨름 중에서 누가 이겼습니까? 씨름의 기술을 사용한 야곱이 이겼습니다. 그것도 보통 상대와 겨루어 이긴 것이 아닙니다. 그는 하나님과의 싸움에서 이기었습니다.

그렇다면 정말 야곱이 씨름의 기술을 썼기 때문에 하나님을 이긴 것일까요? 물론 아닙니다. 그가 하나님과 겨루워 이긴 기술은 따로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회개였습니다. 이제 내일이면 자기를 죽이려고 400명의 군사를 이끌고 다가오는 형 에서를 만나야 되었습니다. 왜 이런 형제의 비극이 일어나게 되었습니까? 그것은 이미 오래전 자신이 형을 속이고 장자권을 가로챈 야곱의 큰 죄 때문이었습니다. 야곱은 형의 마음을 누그러뜨릴셈으로 많은 선물을 보냈지만 형은 냉담했습니다. 여전히 군사를 이끌고 다가오고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됩니다. 그에게는 싸울 수 있는 군사도 없었고 무기도 없었습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했지만 형의 마음을 돌이킬 수 없었습니다. 이 순간 의지할 곳은 언제나 나와 함께 해주시겠다고 벧엘의 사닥다리위에서 약속하신 하나님밖에 없다는 것을 야곱은 알았습니다. 그래서 지금 야곱은 그 캄캄한 밤 얍복강가에 엎드러져 하나님의 이름을 부르면 애태게 부르며 기도하고 있었습니다. 야곱이 그 날 밤, 밤이 새도록 했던 기도는 회개의 기도였습니다. 자신의 환도뼈가 부러지는 고통 가운데서도 그 하늘의 사자를 붙잡고 죽을 힘을 다해 놓치 않으려고 애를 쓰는 그 장면은 자신의 죄를 깊이 뉘우치고 애통하며 진실된 마음으로 통회하는 야곱의 심경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는 결국 밤샘의 씨름을 통하여 더 이상 ‘야곱’이라 ‘속이는 자’가 아니라 ‘이스라엘’이라 ‘승리자’로 거듭나게 됩니다. 그는 그렇게 하나님과의 씨름에서 승리자가 되었습니다. 그를 기도의 씨름에서 승자로 만들어준 기술은 바로 통회하는 회개였습니다. 하나님은 진정한 회개의 기도자 앞에서는 한 없이 약해지시는 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