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기드온의 기이한 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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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두란노침례교회 담임/시카고)

 

기드온이 단 300명의 군사와 함께 무려 450배나 되는 적군을 물리치는 이야기는 읽을 때마다 신이 납니다. 자신 보다 훨씬 강한 영적 세력과 매순간 씨름해야 하는 신앙인들에겐 감정이입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이 사건은 우리의 영적 전쟁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승리의 비결을 담고 있어 교훈적이기도 합니다. 상식과 이성으로는 도저히 해석 불가능한 기드온의 행동 속에 그 비결들이 숨겨져 있어 역설적이기도 합니다.

기드온의 첫번째 기이한 행동. 적과 싸우기 위해 모여든 이스라엘 백성들의 총인원은 32,000명이었습니다. 적군의 숫자에 비하면 4분의 1 도 안 되는 아주 초라한 병력입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선 이 숫자를 너무 많다고 기드온에게 줄이라고 명령하십니다. 이렇게 많은(?) 수가 전쟁에 나가 승리하면 그 공을 다 자기에게로 돌리게 될 거다. 하나님의 설명입니다. 두 번의 과정을 거쳐 이스라엘 군대는 300명으로 쪼그라들고 맙니다. 나라를 지키겠다고 몰려온 애국자들 중 무려 31,700명을 돌려보낸 겁니다. 전쟁을 코 앞에 둔 상황에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 이 장면에서 제일 기이한 건 바로 기드온입니다. 상식과 논리로는 전혀 납득할 수 없는 하나님 말씀을 아무런 저항도 질문도 불평도 없이 그저 묵묵히 따르고 있는 겁니다. 기드온의 이상한 행동을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은 딱 하나입니다. 기드온은 체험을 통해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잘 알았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과 교제하는 중 자신의 상식과 논리로는 설명할 수 없는 그분의 성품들-특히 전지전능하심, 신실하심-을 이미 체험한 겁니다. 그래서 기드온은 하나님의 말씀에 절대 순종할 수 있었던 겁니다. 그리고 이 순종 때문에 기드온은 미디안과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습니다.

기드온의 두번째 기이한 행동. 승리를 확신한 기드온은 적을 칠 작전을 세웁니다. 그런데 이 작전이 참 이상합니다. 제일 납득이 안 되는 건 기드온이 병사들의 양손에 들게 한 무기입니다. 오른손에는 나팔을 들게 하고 왼손에는 항아리로 감춘 횃불, 이게 전부인 겁니다. 공격용 무기는 하나도 없는 겁니다. 135,000명과 싸우러가는 병사들의 손에 무기 하나 없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그런데도 공격할 시간이 되자 기드온과 300명은 나팔을 불며 항아리를 깨 횃불을 치켜들고는 “여호와와 기드온의 칼이여”라고 소리지르며 달려나갑니다. 이성적으로 보면 이보다 무모한 행동도 없을 겁니다. 도대체 이들은 뭘 믿고 이렇게 행동했을까요? “내가 미디안 사람들을 네 손에 붙였다.”는 하나님 말씀을 철저히 믿었기 때문입니다. 양손에 든 터무니없어 보이는 무기들은 이 믿음을 상징하는 것들이었습니다. “너희가 자기를 압박하는 대적을 치러 나갈 때에는 나팔을 크게 불지니 그리하면 너희 하나님 여호와가 너희를 기억하고 너희를 너희의 대적에게서 구원하시리라.” 민수기 10장에서 주신 하나님의 약속입니다. 또한 빛은 하나님을 상징합니다. 이처럼 기드온과 그의 군대는 하나님만 믿고 의지한 겁니다. 하나님께선 그들의 믿음대로 승리를 선물로 주셨습니다.

우리가 매일매일 감당해야 하는 영적 전쟁에서 사탄의 세력을 이기는 비결도 다르지 않습니다. 하나님을 향한 믿음과 순종인 겁니다. 기드온과 300명의 군사들처럼 이 순종과 믿음을 실제로 사용함으로써 영적 씨름의 승률을 점차 높여가는 삶이 되시길 축복하며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