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기쁘지 않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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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용 목사(시카고 기쁨의 교회)

 

어느 때부터인가 교회 오는 것이 즐거움이 아니라 부담과 힘듬이 되고 있다. 2-30년 전, 교회는 문화의 선구자였다. 교회에서 ‘문학의 밤’이라는 문예 발표회를 하면, 교인들뿐만 아니라 동네 사람들도 함께 모여 즐거움을 나누곤 했다. 교회에 가면 기타를 비롯해 각종 악기를 익힐 수 있었고 노래와 율동을 어느 곳보다 세련되게 배울 수 있었다. 아이러니했지만, 퀀(Queen)의 ‘We are the Champions’를 베이스로 가장 잘 치는 친구가 교회에 있었고, 이글스(Eagles)의 ‘Hotel California’를 기타로 완전 카피하는 선배가 교회 찬양 리더이기도 했었다. 그래서 전도가 되었었다. 기타를 배우려고, 드럼을 치고 싶어서, 성극 무대에 서고 싶어서 많은 친구들이 교회에 왔었다. 그리고 그들은 기뻐했고 행복을 느꼈었다. 그런 문화선교적 측면이 아니고서도 교회에는 나름 재미있고 즐거운 일들이 많았다. 주일마다 먹는 한 끼 점심은 국밥 하나에 김치 하나였지만, 교회의 가족들과 함께 먹는다는 행복이 어떤 식사보다 크게 느껴졌었다. 또한 주변 고아원과 양로원에서도 연말이 되면 교회학교에 특별순서를 부탁했고 가는 곳마다 환영을 받았으며 적지 않은 감동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러나 이제 교회는 그런 모습이 거의 모두 상실됐다. 한국 사회에 보수의 한 축을 담당했던 기독교는 보수의 침몰에 공범자가 되어 가고 있으며, 문화의 진보 속에 기독교 문화는 ‘클래식하다’는 표현이 미안할 정도로 너무 구차하고 유치할 정도로 화석화 되어 가고 있다. 기독교의 사회적 영향력은 이미 예전에 떨어졌고, 도리어 개독교 또는 사회의 적페대상이라는 표현으로 교회와 그리스도인을 부정적으로 인식시키고 있다.

왜 그럴까? 외부적 원인을 찾기 전에 교회와 신앙 내부에서 이유를 찾는다면, 가장 중요한 부분은 그리스도인이 신앙을 지키는 원초적 목적을 상실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교회 안에서 인간의 목적은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것이다. 그것은 곧 하나님의 기쁨을 통해, 인간도 복되고 기쁨으로 사는 것이다. 그런데 현대 교회는 기쁨을 주지도, 받지도 못하고 있다.

하나님이 기쁘신지 아닌지는 우리가 알 수 없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현대 그리스도인이 신앙생활에서 행복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먼저는 공동체성이 상실되었다. 우선은 교회 안에서의 종교적 가족주의의 끈이 얇아졌다. 교회도 핵가족 또는 현대화된 가족이 된 것일까? 예전의 끈적한 관계성은 더 이상 가정로서의 교회 공동체성을 주지 못한다. 따라서 교회의 일은 교회 안에 영적 가족을 위한 당연히 희생이 아닌, 소모적이고 무의미한 수고에 지나지 않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교회에서 일을 하는 것은 기쁘지 않다. 그런 일을 한다고 생각하고 교회 가는 것은 불행한 일이 되는 것이다. 또한 교회는 고도의 윤리성과 도덕성을 잃어버렸다. 과거 문화선교적 측면에서 선도적 역할을 했지만, 그것이 뒤집어질 것은 어느 정도 예상되었다. 그것으로 결코 완벽한 선교와 전도는 이뤄질 수 없다. 인간의 감정선을 자극하며 발전할 세상 문화를 교회는 결코 따라 갈 수는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윤리와 도덕만큼은 자리를 지켰어야 했다. 하지만 도리어 교회가 범죄의 집단처럼 비춰지고 있다.  문화적 콘테츠는 조금 부족해도, 교회가 윤리와 도덕을 통해 인간을 향한 진지한 태로를 잃지 않고 있었다면, 기독교 문화에 대한 색다르고 차별된 목소리를 가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교회는 문화도, 윤리도 모두 잃었다. 마지막으로 교회는 일상성을 놓쳤다. 신앙은 일상 속에서 확증된다. 예배와 기도 시간이 아닌, 일터와 삶 속에서 신앙이 드러나야 한다. 그러나 요즘 그리스도인들은 신앙을 교회에서 하려고 한다. 그러니 교회는 또 다른 일을 해야 하는 곳으로 인식되고 있다. 일주일동안 내 직장에서 힘들게 일했는데, 또 교회에 가서 일해야 한다고 생각을 하게 되면, 당연히 기쁘지 않은 것이다. 신앙은 하나님의 노동에 동참하는 것이다. 그것은 매일 매순간 각자의 삶 속에 이뤄지는 것인데, 우리는 주일, 곧 교회 일을 하는 날에 그것을 한다고 생각하니 신앙과 교회가 기쁘지 않은 것이다.

기쁘지 않다면, 신앙 생활은 재고해야 한다. 인상쓰면서 천국에 갈 생각인가? 하나님이 힘들어 하며 천지를 창조하셨는가? 기쁨이 사라진 신앙은 위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