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나의 아버지 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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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관 시카고노인센터 사무장

동대문구 창신동 252-2번지는 아버지가 세우신 창신동 장로교회의 주소다. 동덕여고 담 밑에 자리 잡은 곳으로 오래전부터 凶家로 비어 있던 집을 기증받아 교회를 시작한 것이 1940년 가을이었다. 모든 사람들이 ‘凶家’라는 이유 하나 때문에 반대했다. 모두가 반대하고 1%도 안 되는 하 목사님 혼자만 찬성하셨다. 凶家에 교회가 들어서면 사람들이 모이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에 시작부터 어려움이 많았다. ‘하나님은 全知全能하시고 無所不在하신 분이시기 때문에 마귀가 활동 할 수 없다.’고 선포하고 시작하신 하 목사님의 사역은 너무나 힘들고 어려웠지만 ‘이루시는 것은 하나님이시니 나는 그 뜻을 따를 뿐이다!’라는 一念으로 버티셨기 때문에 창신동 교회가 창립되었고 오늘날 서울의 큰 교회로 성장했다.

하 목사님은 매일 이 凶家수리와 동시에 쥐 잡느라 여념이 없으셨다. 어느 정도 집수리를 끝내시고는 傳道나가셨다. 그야말로 東奔西走다. 온 동리사람들이 ‘하 목사 미쳤다’고 했지만 하 목사님에게는 이 모든 말들이 馬耳東風이었다. “하나님! 제가 실패하면 나의 실패는 곧 하나님의 실패이며, 나의 성공은 곧 하나님의 성공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하나님과 나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제게 힘을 주셔야합니다.!” … 하 목사님다운 抑止懇求였다.

가정예배가 끝나고 모두 잠자리에 들려는 순간 “목사님 계세요?” 한 남자가 들어왔다. 쌀 한 가마를 니야까(日 고무바퀴 손수레)에 실고 왔다. “저 밑에 사시는 숙자 어머님이 보내서 왔습니다. 목사님께 갖다 드리라고요.” 포목점을 하는 숙자 어머니는 교인도 아니었지만 하 목사님이 굶고 지난다는 소문을 듣고 ‘쌀 한 가마’를 보내왔다. 아버지는 고생하고 있는 두 집사를 불러 쌀을 나누어 주시면서 눈물어린 감사의 기도를 시작하셨다. 이사야선지가 굶고 있을 때 하나님이 까마귀를 동원해서 먹이를 공급했다는 이야기며, 들의 백합화 하나도 그냥 내 버리지 않으시는 神의 놀라운 섭리를 감사한다는 말씀이었다.

교회 집사 한분이 마귀 들린 여자를 대리고 왔다. 눈엔 殺氣가, 입가에는 허연 거품을 물고 있는 머리 푼 귀신이었다. 말 할 때마다 거품을 뿜어내는데 어찌 무서운지 쳐다볼 수 없었다. 마귀 얘기는 종종 들었지만 마귀 들린 여자는 처음보기 때문이다. 이 마귀 들린 여자가 아버지를 보더니 벌벌 떨면서 구석을 찾아 쭈그리고 앉았다. 머리를 숙이고 조용히 있는 모습이 신기할 정도다.  곧 잡아먹을 듯 눈에 불을 키고 대들 때는 언제고, 겁에 질려 방구석으로 가는 것은 어찌된 일인지 종잡을 수 없었다.  그 집사가 그녀를 가리키며 “사탄아 물러가라!” 외쳤다. 그녀는 벌떡 일어나 “이 도둑놈아. 도둑질 그만해! 이놈아!”하며 방 빗자루를 들고 일어섰다. 하 목사님을 보곤 다시 조용해졌다. 마귀? 정신이상? 궁금하다. “저 여자 속엔 무엇이 들어앉았기에 참 신자와 나이롱 신자를 즉석에서 구별하는가?” 그렇다면 정신이 없는 것도 아닌데 의문이 많았다. 정신과 의사도 ‘靈力’이 없으면 환자로부터 challenge를 당할 확률이 높은가?…… 거의 일주일 밥도 물도 금하고 밤을 새우는 당사자와 이와 행동을 같이 하고 계신 하 목사님도 많이 지쳤다.

일주일이 되는 토요일 하 목사님은 안수기도를 시작하셨다. 머리에 손을 올리는 순간 그 녀는 사시나무 떨 듯 머리와 팔을 흔들면서 거품을 내 뿜더니 그대로 방바닥에 쓸어졌다. 팔과 다리를 흔들어도, 소리를 질러도 대답 없이 숨만 쉬고, 입으론 거품을 흘렸다. 이틀을 꼬박 자고나더니 “여기가 어디에요? 왜 내가 여기 있어요?…”하며 자기 몸을 추스르기 시작했다. ‘하 목사님이 귀신을 쫓아냈다’는 소문이 온 동리에 퍼져 새 예배당 터가 흉가라 좋지 않다는 소문은 살아지고, 오히려 창신동 교회는 마귀를 쫓아내는 교회로 알려졌다. 이로부터 교회는 차츰 성장의 길로 들어섰다. 일단 하나님의 승리로 판정이 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