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네 믿음이 크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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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 목사(선한이웃교회 담임/미육군 예비역 군목)

 

99년만에 미전역을 관통하는 개기일식을 관찰하기위해 많은 이들이 흥분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아주 오래전 쏠라시스템의 모형을 만드는 싸이언스 숙제를 딸아이와 함께 며칠만에 완성해 학교에 보냈던 소중한 기억이 생각납니다. 그때 태양과 비교된 행성들의 크기가 얼마나 차이가 나는 지 새삼 놀라게 되었습니다. 개기일식은 지구 가까이에 있는 달이 잠시 태양과 일직선을 이뤄 태양의 빛을 가림으로 마치 태양이 사라진 것과 같은 착각을 가져오게 하는 것입니다. 사실 집채보다 거대한 태양이 작은 동전에 가린 격이라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옛말에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다”는 말이 있습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고 ‘하늘이 이만큼 작다’고 믿는 우물안 개구리의 시각을 가진 사람이나,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다고 해도 하늘이 완전히 가려지지 않는다는 뜻에서 ‘진실은 은폐해도 숨길 수 없다’는 뜻으로 사용되는 말입니다.

 

성경을 읽으면서 보니, 예수님께서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으로 신앙생활하는 사람들을 가르켜 “외식하는 자,” “사람의 전통을 위해 하나님의 뜻을 거스리는 자,” “손은 물로 씻으면서, 마음은 씻지 않는 자,” “입술로만 공경할 뿐 마음이 먼데 있는 자,”…로 표현한 것을 보게 됩니다. (마태15장) 당시 바리세인들은 먹을 땐 꼭 손을 씻고, 음식은 물로 닦아내고, 먹는 그릇도 물로 씻어 냈습니다. 그것은 자신을 하나님앞에 정결케하는 의식였습니다. 그렇지만 하나님앞에 그들의 마음은 씻어낼 줄 몰랐습니다. 입으로는, 겉으로는, 보이는 것으로는 그럴듯하게 청결한 사람처럼 행세하였는 데,  실상은 입술뿐인 신앙였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부모님을 섬기는 책임조차 회피하기위해, 마땅히 어머니 아버지의 것이 되어야할  것들을 “하나님을 위해 드려졌어요!”라고 말함으로 하나님과 부모님을 동시에 모욕하는 위선자들이 되었다고 지적하십니다.

 

신앙생활은 두종류가 있는 것 같습니다. 하나는 입술에만 머무는 신앙이라면, 다른 하나는 가슴에까지 닿는 신앙생활을 하는 것을 말합니다. 당시 많은 바리세인들의 신앙의 모습은 입술뿐인 신앙인듯 합니다. 그것은 마치 “손으로 하늘을 가린 격”으로, 자신의 속마음은 이웃과 하나님께 감출 수 있다고 생각한 사람들였습니다. 그들은 근본적으로 하나님에 대한 “믿음” 곧 신뢰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부끄러운 속마음은 하나님에게조차 내놀 수 없다는 자신이 설정한 오프라인(접근금지 구역)였습니다.  혹시 치과에 가시나요?  사람들은 치과가기를 두려워합니다.  왜냐면 점잖은 사람도 닥터앞에서 입을 쫙 별려야 합니다. 그것도 때론 닥터에게 한 소리들으면서 이빨에 낀 때도 벗겨내고, 썩은 충치도 발라내야 하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치료를 위해선 자신을 다 내어 맡기는 신뢰가 필요합니다. 입술만이 아닌 가슴에 까지 닿는 신앙이란 하나님의 선하심에 대한 전적인 신뢰가 필요합니다.

 

성경에 소개하고 있는 가나안 여인의 믿음은 바리세인들과는 달리 하나님에 대한  절대적 신뢰를 가지고, 마음속 깊은 곳으로 부터 주님을 의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녀가 보인 모습은 사랑하는 자식의 병고침을 위해선, 자신은 완전히 망가질 지언정 목숨을 다해 심령 깊숙히 주님을 붙잡는 신앙였습니다. 평상시 예수님의 모습과는 달리 처음에 예수님께서 왜 그녀의 요청을 거절하였는 지는 자세히 기록되어 있지 않지만, 예수님의 거절과 침묵속에서 오히려 여인은 더욱 간절하고 분명한 신앙고백을 하게 됩니다. “개도 주인의 상에서 떨어지는 음식을 먹나이다!” (마15:27)

 

간혹 하나님의 침묵은 더욱 우리의 신앙을 깊고 간절한 상태로 인도합니다.  입술에 머므르는 신앙이라면 이것을 이해하지도 그리고 견디지도 못할 깊은 믿음의 경지인 것입니다. 마음을 다해 믿는 신앙이란 나의 전부를 건 신앙이기 때문입니다. 주께선 이같이 가슴에까지 이르는 믿음가진 여인을 향해, “네 믿음이 크도다! 네 소원대로 되리라!” 약속하시듯, 우리 모두 주님을 향한 믿음이 더욱 견고해 지길 기도합니다. servant.sa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