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네 이름이 무엇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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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 목사 선한이웃교회 담임(시카고)/미육군 채플린 예비역 소령

간혹 사람들이 이런 말하는 것을 쉽게 듣습니다: “Perception is reality” (겉으로 드러난 모습들이 진짜일 수 있어요). 요즘 한국교회를 향한 사회의 시선 (Perception)이 곱질 않습니다. 물론 교회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한국교회 전체의 모습 (Reality)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간 계속되어온 교회의 부정적인 모습들이 사회에 많은 실망을 던져준 것이 사실입니다. 유명목사들의 비리, 계속되는 대형교회들의 목사세습등은 세상과 다름없는 교회안의 부끄러운 민낯을 만천하에 드러내는 일이되었습니다. 최근엔 군대인권 문제로까지 비화되고 있는 모 육군대장 부부의 공관병에 대한 비인간적 대우에 대해 한국사회는 기득권자의 갑질이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그가 가진 신앙의 발언 – “군선교를 통해 한해 14만명을 세례주고, 3,700만명을 기독교인 만들 수 있다” – 는  그의 신앙관에 사람들은 더욱 기독교를 불신하고 혐오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들은 속으로 ‘수천만을 전도하는 것보다 본인이나 잘 하세요’ 냉소하는 듯합니다. 여기에 우리의 고민이 있습니다. 도대체 우리는 어디에서부터 잘못된 것일까요? 오늘 부끄러운 교회의 민낯은 무엇인가요? 저는 “물질주의”(Materialism)에 매몰된 교회안의 잘못된 신앙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물질주의란 숫자와 싸이즈와 양이 크면 클수록 좋다고 믿는 것입니다. 그들에겐 물질이 신(god)이 되어 모든 것을 정당화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무조건 “많이 가져야하고,” “높아져야 하고,” “크게 권력을 휘드르는 것”이 성공이고 목적이라 생각하는 겁니다.

성경의 창세기에 보면 야곱이라는 인물이 나옵니다. 그는 같은날에 태어난 형, 에서의 발을 붙잡고 나온 사람입니다. 그는 욕망이 많은 사람였고, 누군가가 자기보다 앞서는 것을 견디지 못했던 사람같습니다. 형을 속여 장자권을 훔치고, 아버지를 속여 형이 받아야할 축복을 가로채기도 했습니다. 그로인해 형을  피하여 외삼촌의 집에 20년을 살면서도, 외삼촌의 재산을 가지고 그를 속이며 자기의 재산을 불리고 일가를 이뤘습니다. 실로 그는 출생때부터 지금까지 누군가의 발꿈치라도 붙잡고라도 무조건 삶의 선두자리로 올라서려는 인간, 곧, “발꿈치를 붙잡은 사람”(Heel Grabber)요, 철저한 물질주의의 추종자였던 것입니다.  창세기 32장에 보면 그런 그가 얍복강가에서 하나님과 힘겨운 씨름을 하고 있습니다. 그의 씨름은 인생에 찾아온 피할 수 없는 위기때문였습니다. 그것은 목숨을 건 형과의 운명적 만남였습니다. 종종 강과 기슭은 영토의 경계를 알려주는 랜드마크 역활을 했던 것을 생각해 볼 때, 야곱은 얍복강을 사이에 두고 새로운 영토에 발을 뒤뎌야하는 위기속에서 필사적으로 하나님과 씨름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씨름가운데서 하나님은 야곱을 향해 묻습니다: “네 이름이 무엇이냐?” 그리고 그는 대답합니다: “야곱입니다.” 하나님이 그의 이름을 몰라서 묻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것은 “발꿈치를 붙잡은 자”로 악착같이 때로는 누군가를 속이고 그를 짓밟으면서라도 부끄런 인생을 살아온 야곱의 민낯을 조명하시는 하나님의 질문였습니다. 사실, 야곱은 거친 인생길을 걸으며 재산과 물질은 모았지만, 그는 지금 자신을 반겨줄 고향도, 환영해줄 한명의 가족도 없는 헛된 인생살이였음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이같은 야곱에게 하나님이 이제 그의 이름을 야곱이 아닌, “하나님과 씨름한 자”, 곧 “이스라엘”이라고 바꿔주십니다. “너는 더이상 남의 ‘발꿈치를 붙잡는 자’로 살것이 아니라, ‘하나님과 씨름’하며, 하나님과 함께 그리고 하나님으로인해 승리하는 삶을 살라고 그를 축복하신 것입니다.

우리에게도 온 밤을 지새우며 하나님과 씨름하며 지내야할 인생의 위기를 종종 만나게 됩니다. 갑자기 찾아온 질병으로 인해, 뜻하지 않은 결혼생활의 위기를 맞아, 밝힐 수 없는 자식의 질병등으로… 그러나 하나님은 이 씨름가운데서 “네 이름이 무엇이냐?”물으시며 야곱을 찾아주셨듯, 정작 삶에서 무엇이 더 소중한 것인지, 이제 어떻게 새로운 지경을 향해 걸어가야할지… 우리의 정체성을 새롭게 세워주시는 것입니다.(servant.sa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