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드리비모

1240

이준 목사(두란노침례교회 담임)

3차 선교 여행을 마치고 예루살렘으로 돌아온 바울은 교회 장로들의 권면을 받아들여 결례를 행하고 있었습니다. 선교하는 동안 바울이 모세의 율법을 지키지 말라고 가르쳤다는 소문이 사실이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섭니다. 그런데 결례가 끝나갈 무렵 문제가 생기고 말았습니다. 오순절 절기를 지키기 위해 에베소에서 온 유대인들이 바울이 드로비모라는 이방인을 데리고 성전에 들어왔다고 거짓으로 무고한 겁니다. 성전에는 이방인이 절대 들어갈 수 없었습니다. 성전 문 앞에는 이방인이 읽을 수 있도록 경고판을 세워두었습니다. “이방인들은 성전을 둘러싸고 세워진 바리케이드를 넘어서 안쪽으로 들어올 수 없다. 이 경고를 무시하고 성전 안쪽에 침입한 자는 예외 없이 죽음으로 책임을 지게 될 것이다.” 이 경고를 어기면 로마 시민이라 할지라도 죽는 겁니다. 그런데 바울이 이 룰을 깼다고 하니 성전이 발칵 뒤집힌 겁니다. 이 어수선한 상황 속에서 드로비모가 누군지 궁금해졌습니다. 추적해보니, 다행히 성경은 이 인물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담고 있습니다.

처음 그의 이름이 등장한 곳은 사도행전 20장 입니다. 바울이 3차 선교를 마치고 에베소를 떠나 예루살렘으로 돌아올 때 함께 한 일행이 7명이었는데, 그중 한 사람이 바로 드로비모 였습니다. 예루살렘으로의 여행은 두 가지 의미에서 중요했습니다. 하나는 기근으로 힘들어 하는 예루살렘 교회를 돕기 위해 마게도냐와 아가야 지역의 교회가 헌금한 예물을 안전하게 운반해서 잘 전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예루살렘 방문 후의 사명이 로마에 가서 복음을 전하는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중요하면서도 위험한 사명을 함께 할 동역자를 뽑는 일에 바울은 신중했을 겁니다. 하나님께 깊이 기도했을 겁니다. 그런데 그 일행 중 한 사람으로 드로비모가 선택된 겁니다. 우리는 이 사실을 통해 드로비모가 어떤 인물인지를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바울이 에베소에서 사역하는 동안 예수님을 만난 드로비모의 삶은 완전히 변화되었다는 사실, 그리고 그후 바울을 도와 에베소를 포함한 아시아 지역에 복음이 전파되고 교회가 세워지도록 헌신한 일군이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겁니다. 그래서 에베소에서 온 유대인들이 드로비모를 한눈에 알아본 겁니다. 에베소에서 바울의 사역을 방해한 그들에겐 바울과 함께 복음 전파에 충성을 다한 드로비모도 눈엣가시였을 테니까요.

마지막으로 그의 이름이 등장한 곳은 디모데후서입니다. 마지막 장 마지막 부분에서 바울은 드로비모가 병이 들어서 밀레도에 두고 왔다고 말합니다. 바울의 이 짧은 언급에도 드로비모에 대한 풍성한 정보가 담겨 있습니다. 디모데후서는 바울이 순교하기 직전, 약 67년경 로마 감옥에서 쓴 편지입니다. 그러니까 드로비모는 바울을 통해 주님을 만난 후부터 바울이 사역을 마치는 순간까지 약 15년 동안 꾸준히 바울을 도와 주님의 일에 헌신한 정말 충성스러운 일군이었던 겁니다. 그래서인지 바울의 글에서 병 때문에 드로비모와 떨어지게 된 것을 참으로 아쉬워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특히 로마 감옥에서 생의 마지막 순간을 보내고 있는 때에 더 생각날 정도로 드로비모는 바울에게 참으로 큰 힘이 되어준 훌륭한 동역자였던 겁니다.

주님께선 드로비모의 삶을 통해 구원받은 믿음의 성도들이 어떻게 살아야하는지를 분명하게 가르쳐주고 계십니다. 그건 바로 주님께서 묶어 주신 동역자들과 함께 끝까지 변함없이 주님께서 맡겨 주신 사명에 충성을 다하는 겁니다. 이 시대에도 주님께선 믿음의 성도들을 지역 교회를 통해 동역자로 묶어 주셨습니다. 이제부터 그 동역자들과 함께 한 마음이 되어 서로가 서로에게 힘과 위로를 주며 지역 교회를 건강하게 세워가는 일에 끝까지 변함없이 헌신하길 바랍니다.

시카고의 교회들이 드로비모와 같은 일군들로 넘쳐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