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로마군 47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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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 목사(두란노침례교회 담임)

아무리 믿음이 견고한 바울이지만,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 때문에 많이 혼돈스러웠을 겁니다. 에베소에서의 사역을 마칠 즈음부터 예루살렘에 도착할 때까지, 성령님께서 로마에 가서 복음을 전하게 될 것을 분명히 알려주셨는데, 지금 로마 군대에 잡힌 몸이 되고 만 겁니다. 게다가 언제쯤 풀려날지 기약도 없습니다. 그러니 바울의 마음은 답답했을 겁니다. 바로 그때 주님께서 찾아오셔서, 담대하라고, 또한 예루살렘에서 주님을 증거한 것처럼 로마에서도 증거하게 될 것이라고 재확인해 주십니다. 그리고 주님은 이 약속을 이루기 위해 그 다음 날부터 당장 일을 시작하셨습니다.

먼저 바울의 생질을 보내, 바울을 죽이기 전에는 먹지도 마시지도 않겠다고 맹세한 유대인 40명과 그들의 계략을 알려주셨습니다. 공회원들이 로마의 천부장을 설득해서 바울을 공회로 유인만 해주면, 자기들이 길에 매복해 있다가 바울을 제거하겠다는 겁니다. 공회는 이 계략이 밖으로 새나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을 겁니다. 그런데 전지하신 주님께서 그 극비 사항을 바울에게 알려주신 겁니다. 바울의 조카로부터 유대인들의 계략을 전해 들은 천부장은 당장 바울을 총독이 있는 가이사랴로 보내기로 결심합니다. 자칫 잘못하면 로마 시민을 잘 보호하지 못하고 다치게 했다는 질책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시 백부장 둘을 불러 호송 병력을 준비하라고 명령합니다. 그런데 호송 병력이 어마어마 합니다. 보병이 200 명, 마병이 70 명, 그리고 창으로 무장한 병력이 200 명, 도합 470 명이나 되는 겁니다. 마치 큰 전쟁을 치르러 가는 군대 같습니다. 출발 시간은 밤 세시, 지금 시간으로 밤 9시였습니다. 사람들이 쉬거나 잠들었을 늦은 시간에 전격적으로 출발한 겁니다. 바울은 상식을 뛰어넘는 엄청난 호송 병력과 치밀한 작전을 대하면서 자신을 향한 주님의 사랑이 얼마나 큰지를 절실히 느꼈을 겁니다. 전날 밤 주님께서 주신 약속이 반드시 이뤄질 것을 확실히 믿었을 겁니다.

윌리엄 윌버포스는 영국에서 노예 제도가 사라지는데 헌신을 다한 정치인입니다. 1780년 21살의 나이에 하원 의원이 된 윌버포스는 7년 후 일기장에 이렇게 기록합니다. “전능하신 하나님께서 내게 두 가지 목표를 주셨다. 하나는 노예 제도를 폐지하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영국 사회의 악습을 개혁하는 일이다.” 이 때부터 윌버포스는 노예 제도 폐지를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그러나 영국 전체가 노예 무역이 낳는 막대한 이익과 노예 제도가 주는 편안함에 푹 젖어 있어서, 윌버포스의 노력은 마치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과 같았습니다. 그래도 윌버포스는 포기하지 않고 당당하게 이 위대한 영적 싸움을 감당했습니다. 그러던 중 1791년 한 통의 편지를 받습니다. 노예 제도 폐지를 지지해온 존 웨슬리가 쓴 격려의 편지였습니다. “만약 하나님의 능력이 당신을 일으켜 세우지 않으셨다면, 기독교의 수치이고 영국의 수치이며, 인류의 수치인 노예 제도를 반대하는 이 영광스러운 사역을 당신이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만약 하나님께서 이 소중한 일을 위해 당신을 일으켜 세우지 않으셨다면, 당신은 당신을 대적하는 사람들과 마귀의 세력으로 인해 지쳐 쓰러지고 말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당신과 함께 하시면, 누가 당신을 막을 수 있겠습니까? 당신을 대적하는 세력 모두가 힘을 합해도 결코 하나님 보다 강할 수 없습니다. 오직 하나님의 이름으로, 또한 전능하신 하나님께 의지해 전진하십시오.” 이 편지는 웨슬리가 하나님 품에 안기기 직전에 쓴 마지막 편지였습니다. 유언처럼 쓴 웨슬리의 편지는 윌보포스에게 큰 힘이 되었습니다.

우리 주님은 사랑하는 제자들에게 소명을 주신 후, 그저 팔짱 끼고 방관하는 분이 아니십니다. 소명을 감당하는 제자들과 늘 함께 하셔서 보호해주시고, 또한 그 소명을 다 이룰 때까지 제자들과 함께 일하는 분이십니다. 이 분명한 사실을 믿고 두려워하거나 염려하지 말고 소명을 향해 담대하게 전진해 나가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