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멍에의 줄을 끌러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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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 목사(선한 이웃교회 담임/ 미육군 군목)

 

사순절 기간을 보내면서 함께 묵상하고 싶은 주제는 “우리의 신앙의 지평을 넓히자!”라는 말씀입니다. 신앙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지만, 신앙으로 품은 인생과 세계관은 무한히 넓고 높고 그리고 깊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같은 깨달음은 간혹 시카고의 온 도시가 아름답게 눈으로 덮혀있을 때 우리안에 찾아오는 인생의 교훈이기도 합니다. 물론 아름다운 함박눈도 출근길을 서두르는 차안에서나, 혹은 눈덮힌 집앞의 드라브웨이를 청소해야하는 가정에서는 반가운일이 아닐 수도 있지만, 자연이 펼쳐주는 멋진 눈세상은 지극히 공평한 하나님의 선물임을 알게됩니다. 이같은 사실은 전국에서 가장 인종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확연히 나뉘어져 있는 시카고에서도 예외는 아닙니다. 시카고라는 도시는 불행히도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만들어낸 아름다운 조화보다는 돈과 피부색깔이 갈라놓은 불편한 차별을 안고있는 도시입니다. 그렇지만 아름다운 함박눈은 백인동네나, 흑인동네에서나, 그리고 부자들의 마을이나, 가난한 이들이 모여사는 곳을 구분하지 않고 동일하게 내려옵니다. 밤새내린 어젯밤의 눈이 “하나님의 사랑은 모든 세상에 머물고 있음”을 다시금 일깨워 줍니다.

 

성경에 이사야 선지자가 마주해야 했던 당시 유대인들의 신앙의 모습은 무척이나 편협하고 개인적 영성의 관심에만 머무르는 좁은 시야를 가진 모습였음을 보게됩니다. 그들은 하나님의 뜻을 구하기위해 금식을 하며, 굵은 베옷을 입고, 머리에 재를 뒤짚어 쓰고 실로 간절히 기도하는 사람들였습니다. 그같은 그들에게 하나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기뻐하는 금식은 흉악의 결박을 풀어주며, 멍에의 줄을 끌러 주며, 압제 당하는 자를 자유하게하며,..주린 자에게 네 양식을 나누어 주며,… 네 골육을 피하여 스스로 숨지 아니하는 것이 아니겠느냐?”(사58장:6-7) 금식으로 표현된 엄청난 개인적인 종교행위와 열심도 하나님보시기엔 너무나 허무한 것이 었습니다. 그것은 “왜”가 빠진, 곧 신앙생활의 목적과 이유가 빠져버린 모습이기때문입니다. 하나님과 이웃을 향한 “사랑”이 빠져버린 신앙의 열심은 종교행위에 불과합니다. 개인의 영성만을 추구하는 종교행위는 신앙의 넓은 지평을 보지 못하는 장님과 같습니다. 많은 기독교인들이 사순절(Lent)에 “포기할 목록들”(Give Up List)을 작성한다고 들었습니다. 그중에 음식, 인터넷, 쑈셜미디어, 그리고 게임등이 가장 우선순위에 놓여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개인의 영성을 위해 평상시 즐겨하던 것들을 포기하는 노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성경은 더욱 적극적으로 참된 영성이 무엇인지 소개있습니다. 그것은 이웃을 향한 관심과 사랑에서 출발함을 가르쳐줍니다. 아직도 많은 이웃들이 “흉악의 결박”에 놓여있고, 각종 “멍에의 줄”에 매여있음을 알고, 그들의 그 흉악한 결박과 멍에의 줄을 풀러주는 삶을 살도록 초청하시는 것입니다. 안탑깝게도 인생의 온갖 멍에의 짐에 짓눌린 사람들을 주변에서 많이 보게됩니다.

 

지난주 플로리다주에 있었던 17명의 목숨을 빼앗아간 고교 총기사건으로 온 국민이 답답하고 안타까운 맘으로 한주간을 보냈습니다. 19살인 범인 크루즈라는 젊은이는 어려서 입양되었고, 학교에서 퇴학을 당하고, 또한 최근에 어머니를 잃은 젊은이였습니다. CNN에 소개된 글엔 그가 반자동 소총을 들고 학교에 들어가 무차별적으로 총격을 가할 때, 그의 머릿속에서 “악마의 음성”을 들었다고 합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자기의 친구들이며, 선생님였던 사람들을 어떻게 그렇게 처참히 살해할 수 있었을까요? 이같은 엄청난 사건후에 우리에게 찾아오는 후회가 있다면 “만약에”라는 생각들입니다: “만약에 사랑하는 엄마가 살아계셨더라면?” “만약에 친구의 맘을 이해해줄 단 한명의 사람이라도 그의 곁에 있었다면?” “만약에 책임을 진 어른들이 철저히 총기사용을 규제할 수 있었다면?” …수많은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우리에게 늦은 후회와 자책을 안겨줍니다. 사순절을 보내며 하나님이 원하시는 참된 영성이 무엇인지 생각해 봅니다. 그것은 한끼의 금식, 한장의 성경말씀을 읽는 것, 특새(특별 새벽기도회)로 모이는 것,… 수많은 의미깊은 일들이 있겠지만, 이웃의 멍에를 함께지고 걸으셨던 예수를 좇아가는 것이야말로 참된 영성의 시작임을 알아야하겠습니다.  Servant.sa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