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모아두는 것도 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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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웅(자유기고가/글렌뷰)

 

야산으로 가 보면 도토리 나무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는 곳들을 종종 보게 된다 이런 곳엔 어김없이 다람쥐들이 살고 있다. 동물 중엔 다람쥐가 저축성이 강하지 않나 싶다. 내일 먹을 양식을 모아두는 취미가 강하다고 봐야 겠다. 도토리를 먹고 나선 남은 것은 땅에 파 묻는다. 그런데, 문제는 묻어 둔 곳을 잃어 버린다는 것이다. 좋게 봐서 건망증이 심한 동물이라 치자. 다람쥐의 건망증 때문에 도토리 나무가 한 곳에 모여서 많이 자라고 있는 것이다. 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이래서 우리는 자주 도토리 묵이란 걸 먹게 되나 보다.
세계2차대전 이후에 태어난 베이붐 세대가 성장해서 부터 세상은 부유해 졌다고 봐야 한다. 인구 증가로 인하여 산업 발전이 빨라젔으며, 이들의 노후를 생각하면서, 선진국에서는 복지 문제에 대한 연구가 이들 때문에 더욱 활발하게 연구 발전 되었다고 본다. 미국의 국민연금은 1940년 1월 부터 시행이 된 것이다. 문제는 과거 기준 보다는 훨씬 건강해진 고령자가 많아졌기에 생각 할 문제들이 많이 생겨 났다. 당시만 해도 32명 정도가 한 명을 먹여 살릴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런데 인구 증가에 비례하여 노년의 인구 증가가 훨씬 많아진 관계로 지금의 40대들은 지금의 70, 80대의 노년들이 정부로부터 받고 있는 국민 연금을 받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그들 입장에서 보면 참으로 억울한 일이다. 앞으로는 천재지변으로 인한 피해도 생기지만, 인간들의 작은 착오로 인한 피해도 더 커질 수가 있다는 것이다. 점점 살아가기가 힘들어 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런 시대에 살고 있는 많은 은퇴자 그룹들은 모아두기가 그들의 생활의 한 부분이 되어 버렸다. 인간의 삶이란 원래 무슨 기준이나 표본 같은 것은 존재치 않았던 것 같다. 너무나 다른 결과를 가슴에 품고 사는 노년들을 보기 때문이다. 젊어서 많이 모아둔 것들이 계속해서 쓸모가 있다면 모를까, 아무 소용이 없는 물건들을 집안 가득히 갖고 있는 사람들이 참으로 많다. 그러나 낡은 사진 한장이라도 거기엔 추억이라는 것이 담겨저 있다. 하지만, 단호하게 마음을 가다듬고 모든걸 정리 할 줄 아는 노인이 되어야 한다. 굳어진 생각을 잡고 사는 사람이 너무나 많음을 본다. 우리 주변의 사람을 눈여겨 살펴 보면, 다름이 있음을 보게 된다. 그 다름이란 인생공부를 멈춘 사람들이다. 인생공부에서 손을 놓고 사는 사람일수록 고집 불통이다. 배움의 방법을 잊어 버린 사람들이다.
모아 두는 것만 알았지 버리고 치우는 법은 배우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 전에는 이런것이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수 있었던 것이나. 지금은 이런 것을 강박적 저장(Compulsive Hoarding)이라 칭하며, 정신질환으로 보고 있다. 무엇을 모아 두어야 할지, 무엇을 버려야 할지에 대한 생각들은 잘 안하고 살아 왔기에, 모아두는 것만이 부유해 질수 있다는 것을 최대의 가치로만 여기고 살아 왔다. 80세가 넘어서 까지 재물을 모으려거나, 모아 둔 것을 아끼려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 할 수는 있다. 젊어서 배움이 필요하듯이 늙어서도 배워야 할 것이 있다는 걸 이해 해야 한다. 백세 시대라고 외치는 것만 따라 하지말고 무엇이 백세시대인가를 알아야 한다. 인간이기에 다람쥐 보다는 머리가 좋지 않을까 생각 해 본다. 좋은 머리를 갖고 있는 인간이 정리 못하는 강박증에 휘말릴 필요는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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