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못 자국난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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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 목사 (선한 이웃 교회 담임/ 미 육군 군목)

알브레히트 뒤러의 작품인 “기도하는 손”에 얽힌 이야기는 언제들어도 큰 감동을 줍니다. 1490년경 독일에서, 어려운 가정형편에 화가가 되기위해 그림공부를 하던 뒤러와 그의 친구 한스는 서로를 배려하며 한 사람을 먼저 그림공부에 집중하도록 돕기위해 다른 한 사람은 그를 도와 노동을 하며 학비를 마련해 주기로 했습니다. 드디어 먼저 그림공부에 집중할 수 있었던 뒤러는 자신의 그림이 사람들에게 팔릴정도로 성공을 이루었고, 그로인해 너무나 고마운 마음에 고향의 친구를 찾아가 한스에게 이 소식을 전하고자 했습니다. 그날도 한스는 뒤러를 위해 교회당안에서 이같이 기도하고 있었습니다.- “제 손은 노동으로 인해 거칠어졌고, 비틀어져서 더이상 그림을 그릴 수 없게 되었지만, 친구의 성공과 승리를 위해 기도합니다.”-  뒤러는 한스의 기도소리를 들으며 눈물을 참을 수 없었고, 뒤틀린 손을 모아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하던 친구의 손을 기억하며 그 감동을 화폭에 담았던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우리에게도 친숙한 “기도하는 손”이라는 작품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성경 요한 복음의 21장에도 부활하신 예수님의 “못자국난 손”에 대한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예수님의 제자였던 도마는 주님의 부활을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 그에게 부활하신 주님께서 나타나 예수님의 못자국난 손과 창자국난 옆구리를 그에게 보이시며, 이제 “믿음없는 자가 되지 말고 믿는 자가 되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못자국난 손”을 보고서야 주님의 부활을 믿었던 도마와의 만남의 이야기를 끝으로 요한은 복음서의 기록목적을 이와같이 남기고 있습니다: “예수께서 제자들 앞에서 이 책에 기록되지 아니한 다른 표적도 많이 행하셨으나, 오직 이것을 기록함은 너희로 예수께서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이심을 믿게 하려 함이요 또 너희로 믿고 그 이름을 힘입어 생명을 얻게 하려 함이니라.”(요21:30,31)

저는 가끔 어릴적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시던 아버지의 그리운 모습을 떠올립니다.  농사일로 인해 소처럼 굳은 발바닥을 저녁이면 날카로운 칼날로 그곳을 도려내곤 하셨습니다. 철없던 아이였던 저는 그 모습을 지켜보며 아버지 발은 왜 그렇게 두껍냐고 묻곤 하였습니다. 굳은 살로 두꺼워진 발바닥 만큼이나 당신의 손은 마치 샌드페이퍼처럼 거칠고 단단하였습니다. 이제야 아버지의 거친 손등에 담긴 깊은 사랑을 절절히 느낄 수 있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예수님의 손도 이와같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예수님은 우리의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손으로 만질 수 있도록 이 땅에 사람으로 오신 성육신한 하나님입니다. 그는 우리곁에서 함께 살았던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생생한 형상(the image of the invisible God)이셨습니다. (골1:15) 예수님의 삶은 곱게 귀하게 자란 사람들의 환경과는 딴판이었습니다. 그는 가난한 가정에 어머니와 동생들을 위해 목수의 일을 하면서 그의 손은 거칠어만 갔습니다. 공생애를 시작한후에는 어느 누구도 만지려하지 않는 문둥병자를 직접 그의 손으로 만지며 그를 일으켜 주었습니다. 간음하다 현장에서 잡힌 여인을 지켜주기 위해 돌로  그 여인을 내리치려하는 사람들을 가로막은 채 흙바닥에 그의 손가락으로 글을 쓰셨습니다. 분명 거친 흙바닥에 글을 새겨야 했던 그의 손끝은 거칠고 단단했던 손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끝내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그 손에 못이 박혔던 것입니다. 부활하신 예수의 못자국난 그 손을 바라보며 제자 도마는 한없이 부끄러워 슬퍼하지 않았을까요? 바로 주님의 이 못자국난 손이야 말로 어떤 성경의 다른 표적들 보다도 하나님의 아들 예수그리도를 가장 확연히 드러낸 성경의 이야기라 여겨집니다.

“거친 세상에서 실패하거든 그 손 못자국 만져라. 고된일 하다가 힘을 얻으리 그 손 못자국 만져라. 네가 부활의 주 따라가려면 그 손 못자국 만져라. 네가 주 안에서 길이 살리라 그 손 못자국 만져라” 찬송가의 가사를 가슴에 담으며 주님의 못박힌 손을 붙잡아 봅니다. 이 세상의 고통과 좌절, 그리고 절망과 시험을 그 누구보다도 주님께선 깊이 체험하셨기에, 그의 못자국난 손을 붙잡을 때마다 새로운 용기를 얻게 됩니다. 오늘도 예수님의 사랑과 희생을 통해 하나님의 은혜가운데로 우리를 초청하시는 주의 음성에 귀를 기울이는 삶을 살아야 하겠습니다. “우리에게 있는 대제사장은 우리의 연약함을 동정하지 못하실 이가 아니요 모든 일에 우리와 똑같이 시험을 받으신 이로되 죄는 없으시니라. 그러므로 우리는 긍휼하심을 받고 때를 따라 돕는 은혜를 얻기 위하여 은혜의 보좌 앞에 담대히 나아갈 것이니라.” (히 4:1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