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미국 클래식 음악계는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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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희(인디애나 음대 반주과 객원교수)

미국내 클래식 음악계는 코로나 19의 여파로 지난 3월부터 지금까지 큰 타격을 입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러한 추세는 한동안 지속될 예정이다. 대면 수업이 중요한 음악 대학에서도 커다란 변화가 일어났는데, 노스웨스턴, 인디애나 대학교 등 많은 수의 대학들이 추수감사절 연휴가 끝나고 겨울 방학때까지는 대면 수업없이 온라인 수업만 진행한다. 겨울 방학이 끝나고 짧게는 1주, 길게는 3주 정도 온라인 수업만 하고 서서히 대면 수업을 하는 식으로 올해 학사 일정이 진행된다. 음악사, 음악 이론 등의 수업은 온라인 수업에 큰 차질이 없지만, 소리 하나하나의 뉘앙스가 중요한 음악에 있어서 줌으로 진행되는 온라인 레슨에는 한계가 있다. 온라인 레슨을 하면서 소리가 잘 들리지 않거나 연결이 불안정한 상황들이 많은데, 이런 경우에는 학생들이 본인의 연주를 녹음해서 전공 교수에게 보내고 교수들은 학생의 연주 녹음을 듣고 피드백을 하는 식으로 레슨을 진행하고 있다. 학생들이 리허설을 할 때에는 좁은 연습실이 아닌 큰 강의실에서만 하도록 되어있고, 최대 50분까지만 이용하고 다른 학생들이 이용하기 전 20-30분은 소독하고 환기를 시키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합창이나 오케스트라와 같은 수업은 중창이나 작은 앙상블처럼 소규모로 나누어 진행하며 학생들은 마스크를 쓰고 큰 홀에서 거리를 두고 수업을 하고 있다. 때로는 학교 건물 밖에서 앙상블을 하기도 하는데, 요즘에는 캠퍼스 안 건물 밖에서 악기를 연습하는 학생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졸업 연주의 경우에는 학생과 반주자만 홀에서 연주하고 전공 교수 외에는 가족들도 홀 안에서 감상할 수 없다. 대신 라이브 스트림으로 실시간 연주를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난 학기 봄방학 이후부터 온라인으로 수업이 진행되다 보니 많은 유학생들이 한국으로 돌아갔는데, 이번 학기에도 미국으로 오지 않고 한국에서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는 학생 수가 상당하다. 시차를 거꾸로 살고 있다는 유학생들의 얘기가 웃픈 현실이다.

온라인 수업이 필수가 된 요즘 공연 문화도 바뀌고 있다. 앙상블 연주가 힘들다 보니 학생들은 각자의 연주를 따로 녹화한 후 영상들을 합쳐서 마치 여러 명이 한번에 같이 연주하는 것처럼 보이게끔 만드는 것이다. 유튜브나 페이스북에 이런 영상들이 올라와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 시대의 또 다른 연주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음악 대학 뿐만 아니라 크고 작은 공연장들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 이어 뉴욕 필하모닉도 지난 3월말에 이어 이번 시즌 공연을 내년 6월까지 모두 취소하였다. 178년의 긴 필하모닉 역사 동안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하니 심각성을 알 수 있다. 시카고 필하모닉과 세인트루이스 오케스트라는 안전한 방법으로 관객들과 소통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시카고 필하모닉은 단원들의 소규모 앙상블 연주를 들려주며 관객들은 온라인으로 감상할 수 있다. 더불어 North Shore Center 건물 밖에서 아웃도어 콘서트 시리즈를 열기도 하였다. 세인트루이스 오케스트라는 중간 휴식없이 60-75분의 연주를 하며, 관객 수를 대폭 줄여서 소수만 홀에서 감상할 수 있도록 하였다.

코로나를 계기로 함께 음악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를 새삼 깨닫게 된다. 피치못할 사정으로 휴강을 하게 되면 그렇게나 좋아하던 학생들이 이제는 하루 빨리 학교에서 함께 연주하고 싶다고 말하는 것을 보며, 평범한 일상 생활이 얼마나 소중하고 고마운 일인지 느끼게 된다. 공연장을 가서 함께 음악을 즐길 수 있는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바라며 시카고 필하모닉의 연주를 온라인으로 감상해 봄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