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바람 앞의 등불 같은 대한민국의 안보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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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한(시카고평통 북한인권위원장)

 

대한민국의 안보가 5차 핵실험 이후 북한 핵의 소형화, 실전배치, SLBM, 미 본토 타격용 대륙간 탄도탄의 완성으로 바람 앞의 등불과 같은 운명에 처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한국의 정치와 국론은 사분 오열되어 조선말 한일합방, 임진왜란시기와 매우 유사하게 북한의 위협에는 전혀 대처하지를 못하고 있다. 수많은 북한관련 단체들 조차도 자기의 유익과 전시적인 행태에만 휩싸여 있다. 그로 인해 북한이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핵 실전 배치와 미 본토 타격용 대륙간 핵 탄도탄 등을 활용하여 미국을 협상테이블로 이끌고, 결국 베트남 식 적화에 이르게 할 수 있는 것에 대하여서는 전혀 대처를 못하고 있다. 단지 강대국 우방인 미국의 힘에만 의지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렇게 국론이 분열되어 있는 상태에서 우방국 미국이 얼마나 대한민국의 안보를 지켜줄 것인가 하는 우려가 많다. 특히 미국의 여론 또한 장기간의 경제 침체 등의 이유로 ‘미국 우선주의’가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한국 내에서는 전 월간조선 편집장인 조갑제씨가 발표한 가상 시나리오 ‘대한민국 최후의 날’이 크게 이슈를 만들고 있다. 내용은 이렇다. 북한 핵무기를 군사적으로 제거할 마지막 기회를 놓친 미국과 한국에 김정은이 핵전쟁을 각오한 승부수를 던진다. 핵무기도 방어망도 없는 한국에서 반미반전 여론과 시위가 일어나고, 미국도 한국의 사분오열되고 드세진 반전여론에 밀려 한국을 포기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북한이 백령도를 공격하여, 한국이 적의 지휘부까지 공격하자 김정은이 핵무기 사용으로 위협한다. 한국이 말을 듣지 않자 북한이 무인도에 핵무기를 직접 사용하고, 미국을 직접 공격하겠다고 위협하자 미국은 결국 중국 및 러시아와 함께 북한과 평화협정을 체결하기로 결정하고, 결국 한국은 1975년 베트남 적화와 같은 길을 걷게 된다. 는 내용으로 되어 있는데 충분히 현재와 같이 북한의 핵무기 소형화 실전배치와 미 본토타격용 대륙간 탄도탄, 핵 잠수함을 사용한 SLBM(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의 완성을 빠르면 1~2년 안에 둔 상태에서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 이다.

한국과 정치와 국론은 탁상공론과 정쟁, 폭로전, 헐뜯기에만 열을 올리고 있고, 정부는 이에 대하여 눈치보기와 전시행정으로 일관하고 있다. 심지어는 중국과의 무역관계를 가지고 있고 이득을 보고 있는 그룹들은 중국과의 동맹을 얘기하기도 한다. 항간에서는 시시각각 다가 오는 북핵 위기에 대하여 전 미국 합참의장인 마이크 멀린이 잠깐 거론했던 북한 핵 시설에 대한 선제 타격론을 거론하고 있기도 하다. 1994년 클린턴 행정부 시절 거론되었던 영변 핵 시설 폭격과 같은 이론이다. 그러나 선제 타격론이 실패할 경우 핵전쟁이 발생할 수 있고, 핵무기 제거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북한이 화학무기나, 재래식 전면전을 등으로 남한을 공격할 수 있다.

한미 양국 군은 지난해 평양에 있는 김정은의 집무실과 군 지휘부, 핵·미사일 관련 주요 시설 등 합동요격지점(JDPI) 700여 곳을 지정한 바 있다. 그런데 문제점들이 많다. 우선 선제공격이건 예방공격이건, 핵 시설을 정확히 감지해 타격하기 어렵다. 북한은 영변 핵시설 외에도 우라늄 농축 시설을 여러 곳에서 은밀히 운용 중이다. 그리고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나 이동식발사대에 실어 기습 발사할 경우도 정확한 탐지가 어렵다. 지하 갱도 등 수많은 지역에 분산된 핵 시설을 한 번에 제거할 수 없다면, 북한의 보복을 피하기 어렵다. 드론을 통하여 김정은의 동선을 파악한 암살 또한 현실성이 떨어진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북한문제 개입에 대한 미국인들의 회의적 시각이 가장 큰 난관이다. 미국의 GfK 커스텀 리서치가 2015년 10월 성인 233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북한이 한국을 침공하면 미국이 무력을 사용해야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반대가 49%로 찬성의 47%를 앞질렀다. 또한 미국의 퓨 리서치가 올해 5월5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외문제에 대한 미국의 개입을 선호하는 미국인은 37%에 불과한 반면, 57%가 불개입을 선호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조사결과는 197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의 같은 응답 조사의 불개입 선호율이 30% 수준에 머문 것과 비교하면 크게 높아진 수치다. 이는 미국이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의 분위기가 커지면서 전통적인 고립주의로 회귀하고, 한반도에서 전쟁이 나도 개입할 필요가 없다는 여론도 커지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핵 실전배치와 핵을 탑재한 미 본토 타격용 대륙간의 완성이 되면 당연히 미국의 여론은 한반도 불개입으로 치달을 것이 분명하다. 향후 힐러리 혹은 트럼프 어떤 행정부가 들어서도 이는 마찬가지 일 것이다.

1905년 일본의 카쓰라 외상과 미국의 육군대장 태프트가 조선을 빼놓고 카쓰라-태프트 밀약을 맺고 조선의 1910년 한일합병을 결정했다. 대한제국과 미국은 1882년 5월 22일 제물포에서 한미수호통상조약을 맺었으나 그 상호 방위조약은 휴지조각이 되고 결국 일본과 미국에 의해 한일합방은 이뤄졌다. 그때 상황과 지금 한반도의 현실이 너무 유사하다고 느껴지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