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바울의 담대함을 분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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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 목사(두란노침례교회 담임)

3차 선교를 마치고 예루살렘으로 돌아가는 길이 바울에겐 영적으로 힘든 여정이었습니다. 성령님께서 예루살렘에 가면 결박과 환난이 기다린다고 반복해서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바울은 이렇게 고백합니다. “나의 달려갈 길과 주 예수께 받은 사명 곧 하나님의 은혜의 복음을 증거하는 일을 마치려 함에는 나의 생명을 조금도 귀한 것으로 여기지 않는다.” 바울의 이 담대함은 어디서 나온 걸까요?

바울의 담대함을 설명할 수 있는 첫번째 영적 요소는 하나님의 뜻을 바르게 해석해내는 능력, 즉 영적 분별력입니다. 바울은 자신을 예루살렘을 거쳐 로마로 보내시는 분이 하나님이심을 분명히 믿었습니다. 그런 하나님께서 자신의 사명을 방해하실 이유가 전혀 없다고 믿었습니다. 따라서 바울은 성령님께서 예루살렘에서 만날 환난을 계속 말씀해주시는 이유를 영적으로 미리 그리고 잘 준비하라는 뜻으로 해석했습니다. 실제로 바울은 준비했습니다. 드로아에서 앗소로 가는 동안 홀로 걸으며 하나님께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마음의 두려움을 없애달라고, 그래서 담대한 믿음을 가지고 하나님께서 맡겨주신 이 소명을 잘 감당할 수 있게 해달라고 간절하게 기도한 겁니다. 또한 바울은 로마 교회 성도들에게 중보 기도를 부탁했습니다. 예루살렘을 거쳐 로마로 향한 여행을 시작하기 바로 직전에 쓴 로마서 15장을 보면 기도를 부탁하는 내용이 나옵니다. “내가 유대에 순종치 아니하는 자들에게서 구원을” 받도록 기도해달라는 겁니다. 유대에 순종치 아니하는 자들이란 바울이 유대교에서 기독교로 개종한 사실과 유대교가 반대하는 예수님과 하나님 나라 복음을 로마 전역에 전하는 바울의 선교 활동을 아주아주 증오하는 자들입니다. 예루살렘은 이런 자들로 가득한 곳입니다. 그러니 자신이 예루살렘을 거쳐 로마에 안전하게 도착할 수 있도록 기도해달라고 부탁하고 있는 겁니다. 이처럼 바울은 하나님의 뜻을 바르게 해석하고 준비함으로 담대할 수 있었습니다. 영적 분별력을 얻는 방법은 단순합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실천하는 성도의 삶에 탄생하고 자라나는 겁니다(히브리서 5장 14절)

바울의 담대함을 설명해주는 두번째 영적 요소는 주님께서 주신 사명을 자신의 생명 보다 더 귀하게 여기는 태도입니다. 이런 태도는 은혜로만 풀 수 있습니다. 고린도전서 15장 9절과 10절 말씀에서, 바울은 교회를 핍박하던 자신을 구원해주신 것만해도 감사한데, 사도라는 귀한 직분을 주셔서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복음을 전하는 특별한 사명까지 맡겨주신 하나님의 은혜를 감사함으로 고백하고 있습니다. 이 무한한 은혜를 다 갚는다는 건 불가능하지만, 최고로 최대로 갚기 위해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을 다른 사도들 보다 더 열심히 감당하고 있다고도 고백합니다. 하나님의 은혜를 잊지 않는 마음이 담대함의 온상이 된 겁니다. 또한 고린도전서 15장 58절 말씀을 통해, 바울은 하나님의 은혜로 부활을 약속받은 성도들의 삶은 달라져야 한다고 선포합니다. 먼저 죽음에 대한 태도가 달라져야 합니다. 이 땅에서의 삶은 때가 되면 걷어야 하는 장막과 같음을 알아야 합니다. 여기서 때란 마지막 숨을 내쉬고 하나님 나라에 입장하는 순간을 말합니다. 그래서 바울은 로마 감옥에 있을 때 이 땅에서 사는 것보다 떠나 주님과 함께 있는 것이 훨씬 더 낫다고 주저없이 말합니다. 만약 자신이 이 땅에 더 있어야 한다면 그 이유는 아직 감당해야할 사명이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구원의 은혜를 확신하는 자만이 이런 고백을 할 수 있는 겁니다. 그래서 바울은 주어진 사명 앞에서 늘 담대할 수 있었던 겁니다.

우리 삶에도 영적 분별력과 구원의 은혜에 대한 감사가 마르지 않길 바랍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 어떤 사명을 맡겨주셔도 어떤 상황 속에서도 담대함을 잃지 않고 이루어가는 삶이 되길 축복하며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