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박사들의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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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 목사(두란노침례교회 담임)

동방 박사들이 예수님께 드린 진짜 선물은 뭘까요? 당시의 시대적 상황과 연결해서 묵상하다 보면, 박사들이 주님께 드린 참 선물은 황금과 유향과 몰약이 아니라, 그들의 삶 자체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확고한 믿음을 드린 겁니다.

하나님께선 다양한 방법으로 하나님의 뜻을 계시해 주십니다. 꿈을 통해서 또는 이상을 통해서 또는 천사들을 통해서 또는 직접 임하셔서 하나님의 뜻을 알려주시는 겁니다. 박사들에게는 특별한 별을 보여주심으로 이 땅에 메시아가 탄생했음을 알려주셨습니다. 그리고 박사들이 하나님의 이 특별한 계시를 믿었습니다. 그 확고한 믿음 때문에 메시아를 만나러 가는 긴 여행을 준비하기 시작한 겁니다.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살펴보면, 박사들이 계획하고 실천에 옮긴 여행은 믿음 없이는 절대 시작도 할 수 없는 대장정이었습니다.

먼저 거리가 만만치 않았습니다. 성경 학자들에 따르면 본문의 동방은 과거 바벨론과 페르시아가 있던 지역을 말합니다. 그곳에서 예루살렘까지는 약 900마일에 이르는 아주아주 먼 거리였습니다. 에스라 7장은 바벨론 때 포로로 잡혀갔던 이스라엘 백성, 4,000여명이 2차로 예루살렘으로 돌아오는 장면을 담고 있습니다. 이때 정월 초하루 바벨론을 떠나 오월 초하루에 예루살렘에 도착했다고 기록합니다. 무려 4개월이나 걸린 겁니다. 이처럼 꽤 긴 거리인 겁니다. 그러니 그 긴 여행을 위한 준비가 만만치 않았을 겁니다. 동방 박사들은 유대 땅에 왕이 나셨다는 믿음으로 거리의 장애물을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더 큰 장애물이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 태어나실 당시, 파르티아라는 왕국이 동방을 통치하고 있었습니다. 문헌에 따르면 그 나라에선 박사라는 지위가 꽤 중요했습니다. 나라의 브레인으로서, 왕의 통치를 돕는 역할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그 중요한 자리를 오랫동안 비운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겁니다. 실제로 왕을 설득하는데 제법 시간이 걸린 것 같습니다. 본문을 살펴보면, 박사들이 베들레헴에 도착했을 때, 예수님은 이미 아기(baby)가 아니라 어린이(child)였습니다. 헤롯 왕이 박사들이 별을 본 때를 계산해서 2살 밑의 아이를 다 죽였다는 사실을 통해, 당시 예수님의 나이가 2살 정도였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예루살렘까지의 여행 기간 3-4개월을 감안할 때, 아무리 적게 잡아도 왕을 설득하는데 약 8, 9개월의 시간이 걸린 겁니다. 그래도 박사들은 메시아 탄생에 대한 흔들리지 않는 믿음으로 포기하지 않고 결국 왕으로부터 허락을 받아낸 겁니다.

가장 큰 장애물은 당시 정치적 상황이었습니다. 국경 문제로 파르티아 왕국과 로마 제국이 계속해서 분쟁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두 나라 사이의 싸움은 약 600년이나 계속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들이 가고자 하는 예루살렘은 로마 제국에 속해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메시아를 만나기 위해선 적국의 땅으로 들어가야 하는 겁니다. 게다가 박사들은 파르티아의 지도층입니다. 그러니 이 여행은 맨 몸으로 지뢰밭에 뛰어들어가는 것처럼 위험천만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박사들은 포기하지 않고 끝내 예루살렘에 도착했습니다. 그곳에 메시아가 계신다는 견고한 믿음 때문이었습니다.

히브리서 11장 6절 말씀은 믿음이 없이는 하나님을 기쁘시게 할 수 없다고 증거합니다. 1절에선 믿음을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고 또한 보지 못하는 것들의 증거라고 정의합니다. 주님 안에서 현재 소망하고 있는 것들이 장차 반드시 이루어질 것을 확신하는 것이 믿음이고, 또한 당장 볼 순 없지만 그것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사실을 다른 사람들에게 확실하게 증거할 수 있는 것이 믿음이라는 겁니다. 동방 박사들이 주님께 드린 선물이 바로 이 믿음입니다.

2020 성탄절이 믿음을 회복하는 기회가 되었기를 바랍니다. 주님께서 주신 구원을 분명히 믿고 목적지 천국을 향한 여정을 흔들림 없이 달려가 멋지게 마무리하는 모두가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