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발람의 나귀 (Balaam’s A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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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 목사 (선한 이웃 교회 담임/ 미 육군 군목)

교인중 한 자매님은 주일이 되면가슴에 한아름 가득 꽃을 들고와서 교회안을 아름답게 장식합니다.  얼마전 큰 뇌수술을 받고 그 후유증으로인해분명치 않은 기억력과 어지러움증을 간혹 호소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꽃처럼 아름다운 마음으로 하나님과 교우들을 사랑하며 신앙을 가꿔가는 귀한 모습에 늘 감동을 받게 됩니다. 삶의 지혜란 어떤 눈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며 살아가고 있는가에 달려있는듯 합니다. 일상을 살면서도 들꽃에조차 깃들어 있는 하나님의 보호와 사랑을 깨닫는 눈을 가진 인생은 복된 인생이요 지헤로운 삶이라 여겨집니다. 지혜로운 삶을 살아가도록 문뜩 문뜩새롭게 우리를 일깨워 주는 일들이 우리의 일상속에 늘 숨어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그러므로 성경은 지혜와 명철의 외침이 광장에서 소리치듯 그리고 길 거리에서 외치듯 우리를 향해 소리를 높이고있다고 기록해 주고 있습니다. (잠언8:1-3)

구약성경의 민수기에는 한 선견자(先見者, THE SEER)인 “발람”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불행히도 그는 재물에 눈이 멀어 모압땅에 잠시 머물고 있던 히브리백성을 저주해 달라는모압왕의 불의한청탁을 받고 나귀를 타고 여행길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이 여행길에서 발람과 그를 태운 나귀와의 흥미진진한 실랑이가 벌어집니다. 길을 가던 나귀가 갑자기 가던 길을 피해 밭으로 들어간 것입니다. 화가난 발람은 채찍을 들어 나귀를 때리며 가던 길을 재촉합니다. 또 다시 나귀는 좁은 사잇길 벽면에 발람을 밀쳐넣고는 계속하여 앞으로 나아가기를 거부합니다. 주인이 든 채찍은 또다시 나귀를 내리칩니다. 이제 더이상 나아갈 수 없이 좁아진 골목길에 갇힌 나귀는 아예 바닥에 주저 앉아버리고 말았습니다.  발람의 분노는 다시 한번 그로 채찍을 들게했고, 억울한 나귀는 그만 닫혔던 입을 열어 주인을 향해 호소합니다: “왜 때리는 거요? 내가 뭘 잘못했소?”(의역/ 민22:28) 바로 그 때 이 어리석은 선견자(the Seer)의 눈을 하나님께서 뜨게해 주십니다.  그리고 바로 발람의 일행을 막아선 하나님의 천사가 칼을 빼어들고 그들앞에 서있는 광경을 보게해 주셨던 것입니다.그것은 짐승인 나귀조차 그들앞을 막아선 “하나님의 천사”를 보았건만,세상의 재물에 눈이 먼 선견자의 눈으로는  도저히 볼 수 없었던 아이러니였던 것입니다.오히려 발람의 분노는 애꿎은 나귀에게 돌려졌고, 정작 하나님과 자신을 가로막고 있던 탐욕의 죄를도무지 그는 제대로 보지도, 깨닫지도 못하였던 것입니다.

“Don’t Hit the Donkey!”라는 묵상집엔 “나귀”에 대한 히브리 언어의 흥미로운 해석을 소개합니다.  원래 “나귀”를 나타내는 히브리어는 “Chamor”라고 합니다. 이 단어와 거의 똑같이 발음되어지는 히브리어에 “물질”(material)이라는 뜻을 지닌“Chomer”라는 단어가 있다고 합니다. 간혹 우리는 내가 바라고 소원하는 일들이 이뤄지지 못하고 막혀버릴 때, 자주 “물질적인 것들”을 핑계삼아 불평하는 일들이 많습니다.  애매한 원망과 핑계를 “물질의 결핍”에서 찾을 때가 많다는 사실입니다.  마치 채찍을 들어 애꿎은 나귀를 원망하듯이 말입니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우리의 지혜의 눈이 장님처럼 감겨져 칠흑같이 어두워져 있는데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살아가면서 먼저 자신을 살피고 하나님의 뜻을 찾는 지혜가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 일인지 깨닫게 됩니다. 그것은 교만과 욕심에 사로잡혀서는 그같은 지혜를 얻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선지자 발람을 일깨워 다시금 바른 길을 걷도록 우리의 인생속에 관여하시는 하나님의 “거룩하신 개입”(Divine Intervention)을 바라볼줄 아는 눈이 열려야 하겠습니다. 간혹 우리가 듣는 말처럼, “오늘 우리앞에놓여진 문제는 우리를 멈춰서게하는 STOP싸인이 아닌,새로운길로 인도하는 이정표”(“Problems are not stop signs, they are guidelines”)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겠습니다. 요즈음 부쩍 고달픈 삶을 많이 겪고 있는 성도님을 생각하며 기도하게 됩니다. 그렇지만 힘겹고 절망될 삶을 살아가면서도 한없이 꽃을 사랑하는 맘과 눈을 그에게 주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게 됩니다.(servant.sa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