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베토벤 탄생 250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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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희(인디애나 음대 반주과 객원교수)

올해 2020년은 베토벤(1770-1827) 탄생 250주년의 해이다. 1770년 12월 (그가 태어난 정확한 날짜는 알려지지 않았다) 독일 본에서 태어난 베토벤은 지금까지 클래식 음악계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존경받는 음악가 중 한 명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독일의 시인이자 철학자 니체는 “우리 생에 단 한 번이라도 베토벤 명작을 들어보질 못했다면, 이는 불행했던 영혼이다” 라고 했을 정도로 베토벤의 작품을 극찬했다. 베토벤의 아버지는 신동으로 어린 나이부터 크게 성공한 모차르트처럼  그의 아들을 천재 음악가로 키우기 위해 노력했다. 베토벤은 궁정의 테너 가수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음악 교육을 받았으며, 그의 아버지는 어린 베토벤의 음악적인  재능을 알아보고 더 혹독하게 피아노 연습을 시켰고 아들의 재능을 이용하여 돈과 명성을 얻으려고 했다. 또한 베토벤의 나이를 더 어리게 속여 대중들에게 소개하고 제2의 모차르트로 키우려고 노력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베토벤은 타고난 신동이었던 모차르트와는 달리 노력형이었다. 1787년 17세의 나이로 오스트리아 빈 연주 여행에서 모차르트를 방문하여 그의 장기인 즉흥 연주를 하여 주목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베토벤의 작곡 재능을 인정하고 본격적으로 지도를 한 것은 궁정 오르가니스트 네페였다. 그는 경제적으로도 베토벤을 돌봐주고 부궁정 오르가니스트로 발탁하였으며 제2의 모차르트라고 세상에 소개하였다. 베토벤은 피아노 가정 교사로 브로이닝 저택에 드나들었는데 거기서 알게 된 발트슈타인 백작은 원조를 아끼지 않았으며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21번 발트슈타인은 그에게 헌정되었다.  베토벤 사후 그의 유품 속에서 3개의 편지와 2개의 유서가 발견되었는데 유서는 두 동생과 한 여성에게 남겼으며, 편지에는 ‘나의 불멸의 연인에게’ 라고 되어 있다. 유서에도 “나의 모든 악보와 재산 모두를 불멸의 연인에게 바친다” 라는 내용이 있다. 3개의 편지는 베토벤의 제자이자 비서였던 안톤 쉰들러가 발견했는데 베토벤 사후 그의 노트를 챙겨서 팔기도 했다. 편지 속 여성이 줄리에타 아니면 테레제라고 알려져 있으나 정확한 정보는 없다. 줄리에타는 베토벤이 피아노를 가르치던 제자이며 줄리에타와 테레제는 사촌 지간이다. 피아노 소나타 14번 월광은 줄리에타에게 바쳐졌으며, 친숙한 ‘엘리제를 위하여’는 테레제를 위한 곡으로 추정되고 있다. 테레제와는 1806년에 약혼했으나 결국 둘 다 일생을 독신으로 보냈다. 베토벤의 드라마틱한 사랑 이야기를 그린 1994년작 영화 ‘불멸의 연인’은 지금까지 알려진 베토벤의 이야기와는 조금 다른 해석을 보이고 있다.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맞아 올해 초부터 많은 연주와 전시 등이 예정되어 있었으나 코로나의 여파로 축소되고 미뤄졌다. 베토벤이 태어난 날짜는 전해지지 않고 있으나 태어난 해인 1770년 12월 17일에 세례를 받았다고 알려져 있다. 그의 세례일에 맞춰 오는 12월 17일에 세계적인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이 베토벤이 태어난 도시 독일 본에서 West-Eastern Divan 오케스트라를 지휘할 예정이다. 음악계에서는 이 연주회 뿐만 아니라 베토벤 탄생 250주년 기념 행사들이  순조롭게 진행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베토벤은 32개의 피아노 소나타를 작곡하였는데 피아니스트에게 있어서  베토벤 소나타 전곡 연주는 하나의 목표이자 꿈이다.  오스트리아 태생의 전설적인 피아니스트 아르투르 슈나벨은 최초로 베토벤의 32개 소나타를 연주하였는데, 1927년과 1933년에 베를린에서 연주하였으며 1936년에는 카네기홀에서 연주하였다. 또한 슈나벨은 처음으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을 녹음하기도 하였다. 슈나벨은 베토벤의 계승자로 볼 수 있는데, 슈나벨의 스승인 레셰티츠키는 체르니의 제자이며 체르니의 스승은 베토벤이다.  레셰티츠키는 베토벤의 전기를 집필하였으며 그가 쓴 책은 베토벤을 공부하는데 좋은 문헌으로 꼽히고 있다. 슈나벨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를 유튜브에서 감상할 수 있다. 코로나로 야외 활동이 힘든 요즘 영화 ‘불멸의 연인’을 감상해봄이 어떨까.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맞아 슈나벨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연주도 함께 감상하면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