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북한에 유리하게 시간만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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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한(한미자유연맹 부총재/시카고)

 

북한의 6차 핵 실험에 대응한 유엔 안보리의 새로운 대북제재 안에는 ‘대북 원유수출 전면 금지’가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여전히 중국과 러시아가 새로운 대북제재에 쉽게 찬성을 표시하기도 어려울 전망이다. 오히려 한술 더 떠 현재 중국은 북·중 무역의 중심지인 단동시 개발사업으로 항구 확장 공사를 진행 중이다. 대북제재와 무관하게 이르면 내년 초 이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 북한을 압박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미국의 소리(VOA), 자유아시아 방송(RFA) 등의 대북방송확대를 늘려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지난 8일 미국의 소리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의 한 관리가 “수소폭탄 실험이었다는 북한의 주장과 부합하지 않는 점을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히고 있고, 앞서 미국의 핵 전문가인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은 지난 3일 ‘미국의 소리(VOA)’와 의 대담에서 북한이 핵융합 물질을 사용해 열 핵반응을 일으켜 폭발력을 6배나 늘렸다며, 5대 핵 보유국만 이 정도 역량을 증명했다고 분석한바 있다. 올브라이트와 여러 전문가들은 이번에 북한이 실험한 수소탄의 위력이면 뉴욕과 같은 대도시 없앨 수 있는 위력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시간만 흐른다. 끝없이 개량 중인 핵을 가진 북한과 마땅한 수가 없는 미국에게, 시간은 김정은 편이다. 언젠가 세월이 흐르면 김일성 우상은 무너질 테지만, 그 먼 훗날이 올 때까지 미국은 이기와 무지에 대한 혹독한 대가를 치를 것이다. 그것은 전쟁이 될지도 모른다. 사실상의 적화 또는 그 후에 더 큰 전쟁이 될 수도 있다. 김정은 정권의 ‘초월적 붕괴’를 말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수년 내 북한 급변사태가 터지지 않으면, 수십 년 간 한국과 미국은 시련의 광야를 걷게 된다. 북핵이 더 세지기 전에, 중국이 더 커지기 전에, 전쟁을 겪었던 세대가 아직 남아 있을 때, 평양의 우상숭배 체제가 무너져야 한다. 적어도 한미동맹 체제에서 미국의 북폭이란 불가능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

문제는 미래다. 북핵은 곧 ICBM(대륙간탄도탄)으로 완성돼 미국을 겨냥할 것이다. 수소폭탄도 완성된다. 미국 싱크탱크 CFTNI)국가이익센터의 해리 카자니스 국방연구국장은 지난 4일 폭스뉴스 기고문에서 미국방부 관계자를 인용, “북한이 수소폭탄 개발을 마무리 짓고 있으며, 6∼18개월 내로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수소폭탄의 살상력은 상상을 뛰어넘는다. 1961년 10월30일 소련이 실험한 수폭은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폭의 3,800배 폭발력을 보여줬다. 히로시마 원폭 투하 시 즉사한 사람이 7만 명이다. 3,8000을 곱하면 2억6,600만 명이 된다. 1952년 11월1일 미국이 수폭을 실험한 남태평양 마샬 군도 아인붸톡 산호섬(Eniwetok Atoll in the Marshall Islands)은 지구상에서 사라져 버렸다.

북핵의 고도화 앞에서 외교적·국제적 해결은 불가능하다. 2016년 나온 UN결의안 2270과2321호 통과 이후에도 북·중 무역이 오히려 늘었다. 결국 시간은 흐르고 북핵은 중국과 러시아의 적극적 비호와 엄호 속에서 미국의 사활적 이익을 위협할 것이다. 조만간 이 위협이 현실이 된다면, 미국은 어떤 선택에 나설까? 선택지는 간단하다. 미국이 북폭을 한다면, 한국과 조율 없이 이른바 ‘독자적 행동’을 할 수밖에 없다. 한국에 잔류한 미군과 미국인, 미국 자본을 미리 빼고 일본과 동맹을 강화해 군사적 행동에 나선다. 이쯤 되면 한미동맹은 틀어진 상태다.

미국이 타협할 수도 있다. 타협은 북한의 요구를 들어 주는 컨셉이다. 미국의 공식적 입장은 “북핵 폐기다. 그것이 대화의 전제다. 북한과 중·러는 “북핵 폐기”가 아닌 “북핵 동결이다. ‘북한의 핵 동결 선언’과 ‘한·미의 군사훈련 중단’을 필두로 ‘핵 폐기 선언’과 ‘평화협정 체결’까지 맞바꾸자는 주장이다. 최근 미국의 언론도 이와 궤를 같이 한다. 결국 북핵이 일정한 선을 넘으면, 트럼프 정부도 북한과 단계별 협상에 나설 수 있다. 미국이 타협할 미래는 재앙일 것이다. ‘평화협정’이 맺어지면 평화상태로 전환되고 외국군대가 철수한다. 73년 1월 월남과 월맹 사이 ‘평화협정’이 체결되고 2개월 뒤 주월 미군이 철수했다. 월남은 미군이 빠져간 2년 뒤 월맹이 남침했고 적화됐다. 이제 방법은 미국의 소리(VOA), 자유아시아 방송(RFA)의 대북방송 송출을 크게 늘려야 하는 것이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