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북한의 엄포에 흔들거리는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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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한(한미자유연맹 부총재)

북한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최근 탈북민 대북 전단 살포와 관련 “남조선 당국이 응분의 조처를 세우지 못한다면 금강산 관광 폐지에 이어 개성공업지구의 완전 철거가 될지,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폐쇄가 될수 있고, 남.북 군사합의 파기의 각오는 단단히 해둬야 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이에 통일부는 즉각, 대북전단은  접경지역 국민들의 생명에 위험을 초래한다면서 중단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한민국이 북한의 엄포에 지나치게 굴종적이라는 여론이 많다. 김여정이 문제 삼은 대북전단 살포는 지난달 31일 이뤄졌다. 당시 탈북민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은 경기 김포에서 김정은을 비난하는 대북전단 50만 장과 소책자 50권, 1달러짜리 지폐 2000장, 메모리카드 1000개를 대형 풍선에 매달아 북한으로 날려 보냈다. 이번 김여정의 엄포에 통일부는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하는 법률을 제정하겠다고 지난4일 밝혔다. 김여정이 담화를 통해 대북전단 살포에 불쾌함을 드러낸 지 4시간여 만에 나온 우리 정부의 반응이다.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은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와 배치될 소지가 있어 향후 입법과정에서 위헌 논란이 불거질 전망이다. 북한 하늘 아래 뿌려지는 ‘자유 한국의 소식’ 전단에 대한 김여정의 한마디에 대한민국의 자존심마저 구겨졌다.

북한이 대한민국 국민인 탈북민을 ‘쓰레기들’이라고 비난했지만 한국정부는 한마디 유감 표시도 없다. 전단 살포를 막기 위한 입법 조치는 물론 단호한 대응까지 천명했다. 마치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 재발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하는 반성문 같다. 김여정은 이번 담화에서 2018년 9·19남북군사합의 파기를 운운했다. “남과 북은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으로 되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했다”는 합의 말이다. 그러나 설령 대북전단 살포 행위가 남북 합의 위반이더라도, 남북한 정권의 합의가 표현의 자유보다 앞설 수는 없다. 한국 헌법상 보장돼 있는 국민의 권리보다 먼저일 수는 없다. 사실 북한이 2018년 9·19남북군사합의 파기를 운운한 것 자체가 ‘적반하장’이기도 하다. 한국은 이 합의 이후 GP를 철수시켰다. 해상훈련·공중정찰을 중단했다. 2021년까지 전국 해‧강안 철책 284㎞, 군사시설 8299개 동을 없애고 있다. 한미 연합훈련도 축소하거나 유예해 왔다. 그러나 북한은 이 합의를 끝없이 파기해 왔다. 합의 8개 월 후인 2019년 5월4일 동해에 미사일을 날렸다. 이후에도 북한판 이스칸데르급 KN-23(2019년 5월 , 7월, 8월), 신형 대구경 조종 방사포(2019년 7월, 8월), 신형 전술 지대지 미사일, 초대형 방사포 등 단거리 발사체 ‘4종 세트’를 잇따라 발사했다

북한은 올해 들어서도 도발을 지속하고 있다. 3월 2일과 9일 초대형방사포를 발사했으며 21일과 29일에도 미사일을 발사했다. 김일성 태양절을 하루 앞둔 4월14일에는 단거리 순항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여러 발을 발사했다. 급기야 5월3일 휴전선 우리 측 GP를 향해 비행기도 격추시킬수 있는 고사 총탄을 날렸다. 우리 측은 우발적이라고 북한을 두둔하지만 UN사령부마저 의도적 도발의 가능성에 힘을 싣고 있다. 김정은 정권은 전 세계에서 절대적 악으로 불리는 유사 종교 집단이자 폐쇄3대 세습 왕조이다. 그런데 남북화해와 평화공존이라는 이름으로 대한민국이 그들의 편에 서는 것이다. 이번 김여정의 격노는 숨기고 싶은 북한의 비밀을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대북전단 몇 장에도 흔들릴 정도로 북한 내부가 불안하다는 것이다. 외부 정보가 들어가면 북한 내부 결속이 안 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접경 지역 북한에 전단이 떨어지면 젊은 군인들이 이를 보고 심리적 동요가 일어난다. 이로 인해 심각한 체제 불안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북한에서는 남한 영화나 드라마만 봐도 처벌 받는 곳이다.

지난 5월 발간된 ‘북한인권백서’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최근 급증하는 남한 영화·드라마 시청과 유통을 막기 위해 이른바 ‘109 상무’라는 조직을 만들어 검열에 나섰다고 한다. 이른바 ‘적색’으로 불리는 남한 영화·드라마의 시청 또는 유통이 발각될 경우 노동교화형 8년 이상 형에 처해지는데 공개 처형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한다. 북한에 가장 심각한 아킬레스건은 정보유입이다. 삐라 몇 장에 이 정도 난리니 본격적인 대북정보유입이 시작되면 무너질 수밖에 없다. 김여정은 숨기고 싶지만 “우리는 망해간다”는 내면의 공포와 단발마적 비명을 지른 것이다. 그가 평생을 누려온 온갖 호사, 사치, 권력을 다 빼앗길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공포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