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불안의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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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태환 목사( 시카고 이민자보호교회 TF 위원장)

지난 7월 6일 이민단속국(ICE)의 발표로 미국 내 유학생들이 혼란과 불안 속에 빠졌다. 이 발표에 의하면, 미국 내 학생 비자 신분의 모든 유학생들은 이번 가을 학기 전 수업을 온라인으로 들을 경우 본국으로 돌아가거나 대면 수업을 제공하는 학교로 전학을 가야 한다. 이미 하버드를 비롯한 주요 대학들이 다음 학기 전 수업을 온라인으로 진행할 것을 발표했거나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기에 이번 발표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지난 며칠 간 유학생 커뮤니티는 그야말로 폭탄을 맞은 분위기였다.

물론 긍정적 해석도 가능하다. 본래 유학생들은 규정상 온라인 수업만 하는 학교에 등록할 수 없는데 코로나 사태로 일시적으로 온라인 수업을 허용해 준 것이고, 이제 본래 상태로 돌아가면서 이번 발표에 포함한 예외 규정에 의해 오히려 원칙이 완화되었다는 분석이다. 또한 학교가 온라인 수업만 제공함에 따라 학생이 외국(한국)에서 온라인 수업을 들을 경우, 학교 담당자가 I-20에 이런 사항을 기입하여 제공하면 한국에서도 I-20를 유지하며 수업을 들을 수 있다.

문제는 코로나 19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점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이번 가을에 2차 팬데믹이 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것이 현실이 될 경우, 학교는 당연히 전면 온라인 수업으로 돌아설 수밖에 없다. 학기 중에 발생할 이런 혼란을 막고자 미리 온라인 수업으로의 전환을 결정한 학교들이 있는 것이다.

결국 이번 발표는 코로나 사태가 큰 문제가 아니라는 근거 없는 확신 속에 학교 문을 열도록 하려는 트럼프 정부의 압박 카드 중 하나로 보인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가을 학기에 학교를 정상적으로 열지 않으면 재정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학교 유지에 상당 부분을 유학생에 의존하고 있는 대학들이 대면 수업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으로 몰고 가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힘없는 유학생들의 불안은 고조될 수밖에 없다. 지난 며칠 간 잠이 안 올 만큼 불안하다는 유학생들이 많았다. 특히 가족이 있는 학생의 경우, 전학을 가든지 귀국을 하든지 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기에 불안을 떨칠 수가 없다. 온라인과 대면 수업을 다 제공하는 하이브리드 프로그램이라 하더라도, 어쩔 수 없이 대면 수업을 들어야 하는 유학생들이 코로나 감염 위험에 상대적으로 더 노출될 것이다. 게다가 대면 수업에 유학생들이 몰리면서 다른 시민권자 학생들이 본의 아니게 피해를 입을 경우, 외국인 학생들에 대한 비난이나 혐오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결국 ‘불안의 정치’다. 사회 구성원의 불안을 정치적 도구로 사용해온 예는 수도 없다. 한반도의 불안한 상황을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이용하려는 이들은 언제나 있어 왔고, 이민자들에 의해 일자리가 위협받는다는 논리로 불안감을 조성하여 반이민정책이 만들어지는 예는 보다시피 현재 진행형이다. 사회적으로 가장 약한 이들의 불안을 이용하여 정치적 기반을 확보하려는 정치는 ‘나쁘다.’

‘나쁘다’는 ‘나 뿐이다’라는 뜻이고, ‘좋다’는 ‘조화롭다’라는 뜻이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미국이 계속 사회적 약자와 이민자들을 밀어내고 자국우선주의만을 고집하며 고립의 길을 선택한다면 결국 ‘나쁜’ 국가의 표본이 되고 말 것이다. 부디 미국이 더 강한 나라가 더 ‘좋은’ 나라가 되길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