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빙그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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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 목사 (선한 이웃 교회 담임/ 미 육군 군목)

“메로나”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같습니다.  한국마트에 갈 때마다 우리도 한 박스씩 사오곤 합니다. 메로나 아이스크림 판매가 남미에서 대박을 터트렸다는 신문 기사도 읽은 기억이 납니다. 메로나를 만드는 회사의 이름을 보니, “빙그레” 였습니다. 빙그레라는 이름을 보면서 문뜩 도산 안창호 선생님의 말이 생각났습니다. “왜 우리 사회는 이렇게 차오? 서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빙그레’ 웃는 세상을 만들어야 하겠소.” 그래서 그가 살고 있던 평양 근교의 자신의 집앞에는 “방그레, 빙그레, 벙그레” 라는 표지판 만들어 붙여놓았다고 합니다. 바로 갓난아이의 방그레, 젊은이의 빙그레, 어른의 벙그레한 웃음이 세상에 넘쳐나길 소망했습니다. 이같이 도산 안창호는 우리 민족이 ‘화기(和氣)있고 온기(溫氣) 가득한 민족’ 곧, 웃음 가득한 민족의 미래상을 꿈꿔왔다고 합니다. 지금도 한국인들의 인상이 화가난듯 대체적으로 무겁다는 이야기를 이곳 미국땅에 살아가면 가끔 듣곤 합니다. 물론 겉모양보다는 속마음이 더욱 소중한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웃음을 잃어버린 민족, 웃음을 발견할 수 없는 인생은 고달픈 민족이요, 불행한 인생이란 사실입니다. 모진 고난의 역사를 걸어온 한국민족에겐 웃을 수 있던 일들이 그렇게 많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성경을 읽다가 아브라함의 부인인 사라가 고백한 말이 마음에 깊이 와닿았습니다: “하나님께서 나로하여금 웃게하였도다!” (God has brought me laughter) – 창세기21:6. 이는 구십의 노인이 된 나이에 아들, 이삭을 잉태한 후 외친 그녀의 황홀한 고백였습니다.

 

빙그레, 벙그레 한없이 웃고 있을 아비지가 된 아브라함이 눈에 선합니다. 나이 백세에 얻은 “웃음” (이삭)을 가슴에 안고, 아브라함은 멈춰지지 않는 행복한 미소를 그의 얼굴에 가득 채웠으리라 여겨집니다.  이들 부부에게 일어난 믿기지 않는 이 엄청난 사건은 하나님의 거룩한 개입이셨습니다. 하나님은 모든 것이 다 끝났다고 생각하던 이들 부부에게 생각지도 못한 새 일을 시작하셨던 것입니다. 일년 전 나그네 처럼 방문했던 천사의 뜬금없는 약속에 이들 부부는 도무지 믿기지 않아 맘속으로 웃음을 터트렸는 데, 하나님은 그들에게 그의 약속이 빈 웃음이 되게하지 않으셨습니다. 일찌기 고향을 떠날 때부터 하나님은 아브람에게 하늘의 수많은 별과 같이, 바다의 무수한 모래같이 큰 민족을 이루리라 약속하였지만, 백세의 나이에 이르기까지 여태껏 자식 하나 같지 못한 신세 였습니다. 자식을 낳지 못한 아내 사라는 몸종 하갈에게까지 천대를 받으며, 그녀의 인생이란 도무지 웃을 일을 찾아 볼 수 없는 오랜 고통의 삶이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녀의 말년에 그로 하여금 드디어 웃을 수 있도록 만들어 주셨습니다. 뿐만아니라 그녀의 이야기는 듣는 많은 이들에게 웃음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사라의 인생을 통해 우리는 참으로 인생의 승리란, 마지막에 웃는 자가 진정한 웃음의 주인이요 승리자임을 깨닫게 됩니다. (One who laughs last, laughs best.)

 

“주안에서 항상 기뻐하라! 내가 다시 말하노니, 기뻐하라!” (빌4:4)라고 바울 사도는 성도들에게 간곡히 권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주님이 우리와 가까이 계시기” 때문입니다. (빌4:5) 그 주님은 바로 웃음을 잃은 사라에게 가까이 계셨던 주님이요, 우리의 인생에도 언제나 기쁨을 안겨주시는 하나님이십니다. 그 하나님은 우리 스스로가 모든 것이 다 끝나다고 체념하고 절망하는 바로 그 순간에 새롭고도 놀라운 일을 시작하시는 분이십니다. 평생 웃을 일이 없을 것같은 기가막힌 인생에게도, 하나님은 그 삶에 다시금 행복과 소망을 회복시켜 주시는 분이 십니다. 그러므로 성경은 말하길, “여호와의 말씀에 내 생각은 너희 생각과 다르며 내 길은 너희 길과 달라서 하늘이 땅보다 높음 같이 내 길은 너희 길보다 높으며 내 생각은 너희 생각보다 높으니라” (사55:8-9) 라고 선언하십니다. 바로 하나님은 우리 인생에 재대신 화관을 씌워주시고, 슬픔대신 희락을, 근심대신 찬송의 옷을 입혀 주시는 전능하신 하나님 이십니다. (사61:3) 이같은 주님안에 거하는 성도의 삶의 모습은 언제나 “빙그레” 입니다. 세상이 온통 전염병과 여러 소란한 일들로 우울하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때에, 성도들의 환한 미소가 세상에 온기를 불어다 주며, 주님 주시는 참된 기쁨으로 세상이 다시금 웃음을 되찾게 되는 주님의 은혜가 임하길 간절히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