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사랑이 가져다준 부요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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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 목사 (선한 이웃 교회 담임/ 미 육군 군목)

 

눈 내리는 정월의 첫 날 한 지인의 자녀 결혼식에 참석하였습니다. 결혼식에 기도의 순서를 맡아 새가정을 이루는 두 젊은이를 위해 간절한 기도를 드렸습니다. 결혼 축의금과 함께 간절히 기도했던 기도문을 함께 담아 그들에게 전달해 주었습니다. 함박눈이 펄펄 내리는 날, 꽃처럼 아름다운 신부와 푸른 나무처럼 듬직한 신랑을 위해 하나님의 은총이 결혼하여 살아갈 모든 날동안에 이같이 눈처럼 내려주기를 간구하였습니다. 사랑의 결혼서약을 위해 두 손을 마주잡은 그 순간만큼 이 두 젊은이의 인생에 이처럼 부요한 순간이 다시 있을까 본인들조차 깨닫지 못할 귀중한 순간을 많은 이들이 함께 축복해 주었습니다. 태평양을 띄워넘은 만남이었지만, 사랑하는 순간 그 거대한 대양조차 그들에겐 아무런 장애가 되지 못하였습니다. 그것이 사랑의 위대함이며 신비입니다. 사랑안에 머물러 있는 때만이 경험되는 인생의 최고의 행복이요 부요한 순간입니다.

 

성경의 요한계시록에 보면 라오디게아 교회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불행히도 그들은 스스로 부요하다고 생각했던 교회였습니다. 그러나 실상은 가난한 교회라고 주님은 말씀하십니다. 아마도 멋진 의복을 차려입은 성도로 가득찬 부유한 교회였는 지 모르지만, 실상은 그들은 벌거벗은 수치를 드러내고 있었고, 스스로 눈 먼 것을 모르는 장님과 같은 영적 빈곤에 있었던 교회였습니다. 모든 것을 가진 풍족한 교회였지만 실상은 가난한 교회였다는 사실입니다. 그것은 바로 첫 사랑의 열정을 잃은 미지근한 교회였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 입니다. 사랑을 잃게 될 때 그 순간이 가장 가난하고 가련한 순간입니다. 인생에서 사랑을 잃는 다는 것은 모든 것을 잃는 것입니다.  아무리 대궐같은 맨션에 살면서도 부부따로 자식따로 그들의 굳게 닫혀진 방문만큼이나 서로를 잊고 살아가는 삶은 실상은 헐벗고 가난한 인생일 뿐입니다. 유독 미국인들은 “사랑한다”고 자주 고백합니다. 아침에 잠자리에 일어나서, 출근 한면서, 전화하면서, 퇴근하고 돌아와서,… 서로가 사랑한다고 말합니다. 언제부터인지 저희 집도 그렇게 변해버렸습니다. 함께 살던 애들이 성인이 되어 집안을 떠난후 전화할 때마다 축복한는 맘으로 말끝마다 사랑한다고 전해줍니다. 혹 모든 것이 없어도 부모가 전해주는 사랑한다는 말만으로도 인생은 얼마나 부유한 가를 깨닫도록 격려해 줍니다. 계시록엔 라오디게아 교회 뿐만이 아니라, 서머나 교회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아마도 그 교회는 보잘것 없이 작은 교회였던 것 같습니다. 큰 소문과 능력도 가지고 있지 않은 교회 였습니다. 그런데 이 교회를 가르켜 실상은 부요한 교회라 소개하고 있습니다. 작지만 환난중에도 주님의 말씀을 소중히 여기며, 하나님의 이름을 높였던 교회였습니다. 겉모양은 보잘 것 없지만, 실상은 주님을 향한 사랑이 풍성한 교회였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 입니다. 실상이 중요합니다. 겉모양이 아닙니다.

 

저의 삶에서도 아들로 인해 큰 행복함을 경험했던 적이 있습니다. 나름 부족함없이 풍족하게 살아왔던 군생활을 끝내고, 작은 교회에 부임했을 때의 일입니다. 목회를 위해 동분서주 쉴 새없이 살아가는 부모를 보고, 고등학생였던 아들의 눈에 부모가 무척 고생한다는 생각이 들었나 봅니다. 어느날 학교에 다녀온 아들이 눈물을 흘리며 이렇게 감동의 고백을 합니다: “엄마 아빠께, 자랑스런 아들이 될께요!”  고등학교3학년 시기에 새로운 학교로 전학하여 적응하기도 힘들었을 아들의 불현듯한 사랑의 고백을 듣고 우리 부부는 어느 누구 부럽지 않은 삶의 부요함을 경험하였습니다.

인생의 부요함은 물질의 풍요에 있지 않습니다. 그것은 사랑속에 발견되는 경험입니다. 저희집 리빙룸 벽엔 “Love Much, Live Simply”라고 쓰여진 Ross스토어에서 구입한 액자가 붙어있습니다. 삶이 단촐하여도 사랑이 풍성한 가정은 분명 부요한 가정일 것입니다. 작은 교회를 목회하는 저에겐 누구도 비교할 수 없는 큰 행복이 있습니다. 새벽마다 성도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빠짐없이 축복의 기도를 드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 큰 교회를 담임하는 목사님은 성도를 일일이 기억할 수 없어 아파트의 동수대로 기도한다는 말을 들은 적도 있습니다. 누군가를 위해 축복하며 사랑한다 말할 수 있는 인생이야 말로 가장 부요하고 행복한 삶입니다. 사랑한 만큼 인생은 성공적으로 살았다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랑을 잃는 것이야 말로 모든 것을 잃는 일입니다. 그러므로 오늘 용기를 내어 고백해 보세요: “아이 러뷰!” 이렇게 사랑한다 말하는 순간부터 놀랍도록 당신의 인생은 부요하게 될 것입니다. servant.sa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