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사실상 핵보유국 북한은 대미 심리전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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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한(한미자유연맹 부총재/시카고)

최근 북한이 일방적으로 설정한 금년 말 ‘시한’을 앞두고 미국과 북한 사이에 또 한 차례 ‘벼랑 끝 대결’이 최고조를 치닫고 있다. 그러나, 이 새로운 ‘벼랑 끝 대결’이 북핵 문제의 외교적 해결을 가져 올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그 이유는 지금 거론되고 있는 외교적 해결 노력이, 북한의 핵문제가 이제는 더 이상 ‘비핵화’의 문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를 여전히 ‘비핵화’의 차원에서 해결하겠다는 비현실적인 발상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미 수소폭탄급 핵무기 대량생산체제에 들어간 사실상 핵보유국이다. 북한 핵문제를 ‘비핵화’로 해결하겠다는 것은 북한이 ‘비핵 국가’일 경우에 해당되는 해법이다. 북한은 이미 미본토를 위협할 핵보유를 하고 있는 상태에서 미국에 대한 흔들기 즉 대미 심리전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있다. 북핵문제를 조용히 해결해 외교적 성과로 치부하려는 트럼프대통령에 대한 흔들기가 바로 그것이다. 이에 대하여 북한이 제일 두려워하는 북한인권문제로 맞서야 한다.

북한은 2006년10월9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서 진도 0.7∼2 kt의 첫 지하 핵실험 실시 사실을 공표한 이래 그 동안 총 여섯 차례의 지하 핵실험을 실시했으며 2006년10월의 첫 지하 핵실험 때 이미 “핵무기 개발을 완료했다”고 주장했었다. 그 뒤 북한이 2016년1월6일 진도 7∼16.5 kt의 다섯 번째 지하 핵실험 성공 사실을 밝히면서 이 실험이 “수소폭탄 폭발 실험이었다”고 주장할 때까지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 완료” 주장을 액면 그대로 수용할 것을 국제사회는 거부했었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 실태에 관한 국제사회의 이 같은 저평가는 2017년9월6일 실시된 진도 70∼280 kt의 여섯 번째 지하 핵실험과 같은 해 11월28일 실시된 ‘화성-15호’ ICBM의 발사 실험을 계기로 완전히 변했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 실태에 관한 국제사회의 평가가 근본적으로 뒤집어지는 전환점이 된 것이다. 대다수 국제 핵 관련 평가기관들은 물론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 정부기관들까지도 이제는 북한을 더 이상 ‘비핵 국가’로 평가절하하지 않는다. 스웨덴의 핵관련 연구기관에서 발행된 “군비와 군축 및 국제안보에 관한 2019년 연감은 북한이 이미 ‘60개의 핵탄두를 보유한 ‘아홉 번째의 핵보유국’으로 기록하고 있다. 북한이 보유한 것으로 보이는 수소폭탄과 재래식 원자폭탄 사이에는 엄청난 파괴력의 차이가 있다. 우라늄 235와 플로투늄 239 등 ‘핵분열’물질을 이용한 원자폭탄의 폭발 위력이 kt(TNT 1,000 kg) 급인데 비해 ‘핵융합’ 물질인 중수소를 이용한 수소폭탄의 폭발 위력은 원자폭탄에 비해 1천 배 이상인 메가톤급이다.

북한은 최근 한편으로는 “‘핵보유국’의 지위를 확보했다”고 강변하여 ‘핵의 세계’에서의 발언권을 높이려 시도면서도 다른 일방으로는 다양한 미사일 발사 시험을 계속하고 새로운 지하 핵실험의 가능성을 드러냄으로써 여전히 ‘비핵화’의 게임으로 국제사회를 기망하겠다는 이중적 잔꾀를 구사하고 있다. 이런 상황속에서 더 이상 ‘비핵화’의 프레임 속에서 북한을 상대하는 소모적인 ‘벼랑 끝 흥정’의 포로로 남아 있을 필요성이 소멸된 것이다. 사실상 핵보유국인 북한에 대한 다른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 즉 북한에 대해서는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 확보 주장은 무시하면서, 그리고 더 이상 ‘비핵화’의 차원에서 북한 핵문제 해결에 집착함이 없이, 인권 개선과 정치적 민주화 및 경제적 개방 등 보다 근원적으로 북한의 체제 변화를 자극하는 새로운 대북 정책의 가닥을 잡아 나갈 필요가 생기고 있다.

북한은 핵을 보유한 상태에서 미국에 대한 대미 심리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전쟁과 북폭을 꺼리고 경제분야 업적쌓기에 치중하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흔들기와 심리전이다. 최근 북한은 탄핵으로 정치적 위기를 맞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최대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수석부차관보가 지적한바 있다. 북한 문제를 다루는데 있어서 현 탄핵 정국상황속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에서 승리가 필요하다. 재선 국면에 들어간 상황속에서 북한과 관련해 내세울 만한 특별한 성공은 없다. 실패와 단점으로 점철된 협상 과정이었다. 그럴 때 탄핵을 당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을 노리고 있다. 북한이 기회라고 여길 만한 상태인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합의를 절실히 원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최후통첩과 위협을 쏟아내는 건 협상테이블에선 보여줄 수 없었던 북한식 최대 압박 캠페인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앞으로 악화될 수도 있을 텐데 북한은 그 점을 노릴 것이다. 미국을 쥐어짤 기회라고 볼 것이고 북한은 바로 그렇게 하고 있다. 그리고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낼 기회라고 여길 것이다. 북한의 최대약점은 최악의 인권상황이다. 이점을 부각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