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사자와 어린 양이 함께 하는 곳

1871

시카고한마음재림교회 서상규 목사

 

“먹잇감 염소와 사랑에 빠진 시베리아 호랑이”라는 기사가 몇 년 전 신문에 실린 적이 있습니다. 사연은 다음과 같습니다. 지난 2015년 말, 러시아 항구도시 블라디보스토크 외곽에 위치한 사파리 공원에 살고 있는 호랑이 아무르는 사육사가 먹이로 준 염소를 잡아먹는 대신 염소와 함께 친구로 지내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호랑이 아무르는 자신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던 염소, 티무르를 공격하지 않고 내버려두었으며 심지어 둘은 같이 자고 식사할 뿐 만 아니라 함께 눈 속을 뒹굴며 친밀감을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당연히 이런 진기한 장면을 연출한 아무르와 티무르는 크게 유명세를 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로부터 4년 뒤 그동안 감춰졌던 비밀이 벗겨지고 말았습니다. 서로 친구가 되어 사이좋게 지내는 줄로 알았던 아무르와 티무르는 사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무르가 티무르를 공격하여 언덕 위에서 물어 내던지게 되었고 티무르는 그 이후 죽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염소와 호랑이가 함께 할 수 있습니까? 사람이 맹수와 함께 있을 수 있습니까? 그럴 수 없습니다. 반드시 그 둘 사이에는 울타리가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안전합니다.

사실 그들과 우리 사이를 갈라 놓은 분리의 장벽은 죄의 결과 입니다. 에덴은 모든 것이 함께 하는 조화로운 공간이었습니다. 그러나 죄의 결과인 나눔과, 분리로 인해 조화로움은 사라지게 됩니다. 그것은 창조주와 인간 사이를 분리시켰습니다. 그래서 시편 기자는 “오직 너희 죄악이 너희와 너희 하나님 사이를 내었”(사 59:2)노라고 한탄합니다. 그런데 성경에는 이 분리와 나눔의 장벽이 허물어지고 완전한 조화와 상생이 회복된 장면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사야 11장 6절에서 8절에 기록된 장면을 보면 이리와 어린 양이 함께 살며 사자와 살진 소가 함께 있고 어린 아이가 독사의 구멍에서 장난하며 함께 뒹구는 모습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는 메시야를 통한 구원과 회복에 대한 이상을 보았던 선지자 이사야의 말씀입니다. 그가 기록한 이 곳은 분리의 장벽이 사라진 메시야의 왕국이었습니다. 그것은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실현될 새로운 세상을 말하는 것입니다. 메시아의 통치가 실현될 그날에 ‘분리됨’을 그 특징으로 하는 죄악 세상은 마감되고 적대하던 모든 세력들이 ‘더불어 함께 사는’ 평화와 공존의 새 세상이 열리게 되는 것입니다. 선지자가 보여주는 본문의 그림에는 약육강식, 적자생존의 비정함은 전혀 찾아 볼 수 없습니다. 미움도, 갈등도, 다툼도 없는 조화와 공존의 세상입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라는 말을 부정할 이는 없을 것입니다. 사람이라는 존재는 태어나면서부터 누군가의 존재에 의존하고 협력하고 공존하며 살도록 되어 있습니다. 작게는 가정, 학교, 직장, 교회, 좀더 크게는 지역, 나라, 인종 등등의 어떠한 모습과 형태이든지 어딘가에는 속하여 그 안에서 함께 살아갑니다. 그리고 어딘가에는 속하여 지기를 원하는 소속감의 욕구가 인간에게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함께 살아 가려고 하는 것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인간의 심리이면서도 세상 그 무엇보다도 힘든 일이 무엇입니까? 누군가와 함께 살아간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의 개성과 성격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함께 어우러져 사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압니다. 어떤 분들은 양의 모습, 어떤 분들은 늑대의 모습, 어떤 분들은 호랑이의 모습, 어떤 분들은 소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서로 다른 우리들이 모여서 교회라는 공동체를 이루며 사는 일은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나 이사야는 말하기를 사자와 어린양이 함께 하듯 우리 서로에게 해됨도 없고 상함도 없는 완벽한 조화와 아름다운 하모니가 함께 하는 때가 올 것 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될 수 있을까요? 이사야는 메시야의 왕국을 이루기 위하여 먼저 우리 안에 이루어져야 할 비밀을 말씀해 주셨습니다. “내 거룩한 산 모든 곳에서 해 됨도 없고 상함도 없을 것이니 이는 물이 바다를 덮음 같이 여호와를 아는 지식이 세상에 충만할 것임이니라”(사 11:9). 그것은 여호와를 아는 지식이 우리 안에 가득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호와를 아는 지식이 무엇입니까? 그것은 여호와를 경험한 자들만이 얻을 수 있는 지식입니다. 여호와가 누구이신지, 어떠한 분이신지를 삶을 통해서 깨달은 지식입니다. 바로 하나님의 사랑으로 변화를 경험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의 무한한 사랑을 체험하고 그것에 감동하여 변화를 경험한 사람들이 함께 모이는 곳 그곳이 바로 사자와 어린 양이 함께 하는 곳, 새 하늘과 새 땅의 모습입니다.